“우리 친구들, 일주일만이죠? 할머니가 무슨 일로 왔을까?”
“이야기 들려주려고~”
매주 수요일 상북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야기할머니’가 아이들을 만나러온다. 3년째 이야기할머니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연(65, 상북면) 씨는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오늘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오늘 들려줄 이야기는 백결 선생의 이야기에요. 여러분 백결 선생님 아세요?” 어린이들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기울였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할머니의 몸짓 하나하나를 따라 움직였다. 20분간의 이야기가 끝나자 어린이들은 “안녕히 가세요”라며 공손히 인사했다. 지난 2011년부터 ‘이야기할머니’로 활동 중인 김 씨는 양산에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3곳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2010년 1기를 배출하고 현재 5기까지 선정했다. 전국에서 2천100명의 이야기할머니가 활동 중이다. 1명의 이야기할머니는 1년간 3~4군데 유치원, 어린이집을 맡게 돼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간다.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김 씨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들을 만나면 20분이 얼마나 짧은지 몰라요. 이야기도 들려줘야 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답도 해야 하고, 재미있는 노래와 춤도 알려주면 시간이 어찌나 잘 가는지…. 할머니 가지마세요~하며 저를 붙잡는 아이들을 보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큰일이라니까요”
활동으로 배우는 것 더 많아
앞으로 푸근한 할머니 될 것
김 씨가 이야기 할머니를 알게 된 것은 시청을 들렀다가 이야기할머니 모집 포스터를 보고 나서다. 그는 모집 공고를 보는 순간 ‘딱 내 일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보유했으며, 초등학교나 도서관을 돌면서 봉사에 대한 강의도 했던 김 씨였기에 더욱 자신 있었다. 김 씨는 이야기할머니에 도전했고 단번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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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인 ‘이야기할머니’지만,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머니가 될 수는 없다. 지난 3월에 모집한 제5기 이야기할머니 경쟁률만 해도 600명 모집에 2천611명이 지원해 4.4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였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면접까지 합격하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7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활동을 하지 않는 여름과 겨울에는 경북 안동에서 2박3일 합숙 교육도 받아야 한다.
“교육을 어렵게 여기는 분들도 있었지만 저는 즐겁기만 하던 걸요. 이 나이에 이런 배움을 어디서 받을 수 있겠어요.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읽어줄까 생각하면서 연습하다보면 절로 외워지거든요. 저처럼 많은 분들이 양산의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할머니에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양산지역에는 7명의 할머니만 활동하고 있다. 인근 부산에서 100여명이 넘는 이야기할머니가 활동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적은 수다. 김 씨는 많은 사람이 이야기할머니에 도전해 아이들에게 이야기로 인성교육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머니의 푸근함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활동을 하며 아이들이 얼마나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는지 알게 됐어요. 아이들이 커서도 저를 ‘푸근한 할머니, 무슨 고민이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편안한 할머니’로 기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할 생각입니다”
한편, 한국국학진흥원은 오는 31일까지 2014년 이야기할머니 파견 신청을 받고 있다. 관심 있는 유아 교육기관은 한국국학진흥원 홈페이지(www.koreast udy.or.kr)에서 신청서를 받은 후 등기 우편, 팩스로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또는 전화(054-851-0823)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