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에 불법 발굴로 일본에 반출됐던 북정동 고분군 부부총 유물이 백년 만에 고국의 땅을 밟았다. 반출 후 한 번도 한국땅을 밟지 못했던 부부총 유물이 양산으로 ‘귀환’한 것은 양산유물전시관 신용철 관장의 ‘간절함’이 이뤄낸 결과였다.
신 관장은 지난해 유물전시관장으로 임명된 후 자신의 소임을 ‘부부총 유물을 유물전시관으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정동 고분군은 양산의 화려한 과거와 역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신 관장은 “북정동 고분군 중 가운데서도 가장 본분이 크고 북정동 고분군의 피장자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지배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부부총의 유물은 가치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떠나서 양산시민에게는 양산의 정체성을 핵심적으로 알려주는 최고의 유물”이라며 “그런 유물이 아직까지 타국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양산시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신 관장은 지난 4월 유물전시관 개관에 맞춰 부부총 유물을 전시하기 위해 동경국립박물관과 직접 협의를 시작했다. 국가의 도움도 없었다. 신 관장은 세계 5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동경박물관이 하나의 지자체와 직접 협상을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를 기회이자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순조롭게 이야기가 진행되던 중 올 초에 대마도 불상 사건이 일어나면서 일본정부에서 한국과의 문화 관련 교류를 전면 중단했다. 신 관장은 “이 사건으로 부부총 특별전도 진행할 수 없게 돼 부득이하게 특별전 일정을 미루고 유물전시관 먼저 개관하게 됐다”며 “4월에 개관하면서도 늘 ‘진정한 개관은 부부총 유물이 유물전시관으로 오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발로 뛰었다”고 말했다.
5월부터 신 관장은 동경과 양산을 오가며 부부총 유물 전시회의 당위성과 의미를 알렸다. 올해가 양산지명 600주년이라는 것과 부부총이 있는 장소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것을 강조했다. 신 관장 스스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의 허가가 떨어졌다. 그의 ‘간절함’이 동경박물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한일협정으로 부부총 유물은 일본 소유
한국으로 가지고 올 방법은 ‘영구 대여’
신 관장은 부부총 유물을 가져오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현실적으로 이 유물들을 ‘환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1964년 일본이 동경박물관을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만들기 위해 자국 전시물을 비롯해 세계 모든 문화재를 모으려 했고, 동경박물관 속 동양관 한국실에 유물을 전시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협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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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관장은 “부부총 유물을 불법 반출한 원죄는 일본에 있지만 한일기본협정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협정에서 국가차원으로 문화재를 양도했기에 지금 환수를 주장할 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단기적으로 유물들을 대여해 전시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부부총 유물들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단기 대여로 빌려온 유물을 장기 대여로, 장기 대여를 영구 대여로 전환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신 관장은 이를 이끌어 낼 방법 중 하나로 ‘방명록’을 고안해냈다. 특별전을 관람하고 나오는 출구에 시민들이 관람 소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방명록을 준비한 것.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부부총 유물은 양산에 있어야 한다’고 느끼고 그 느낌을 적은 방명록을 토대로 동경박물관에 가서 장기 대여를 요청할 계획이다.
신 관장은 “유물이 유물로서 빛이 나려면 많은 사람이 보고 연구를 해야 한다”며 “만약 이번 전시에 사람들이 부부총 유물에 관심도 없고 별로 보러 오지도 않는다면 나로서도 일본에 뭐라 말 할 것이 없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부부총 유물을 보고 ‘이 유물들은 양산에 있어야 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일본에 다시금 요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이뤄내려면 양산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누가 보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양산 인구의 약 1/3인 10만명의 시민이 이번 전시를 보고 ‘부부총 유물이 있어야 할 곳은 양산’이라고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전 개최가 나의 몫이라면
유물 영구 대여는 시민의 몫”
신 관장은 자신의 ‘간절함’으로 특별전은 성사됐지만 그 이후의 일들은 시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시민이 그들의 뜻을 한 곳으로 모아준다면 모아진 뜻을 전하기 위해 다시 신 관장이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관장은 “유물전시관장으로서 이번 특별전을 성사시키는 것이 나의 몫이었다”며 “이후는 시민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데, 시민의 힘이 모이기만 한다면 장기 대여, 나아가 영구 대여는 반드시 이뤄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의 힘을 업고 영구 대여까지 이뤄내면 지금 유물전시관을 모두 비우고 부부총 유물 150점, 장식용 구슬 하나를 유물 한 점으로 여겼을 때 나오는 유물 숫자 489점을 모두 전시해 ‘양산 부부총 유물의 영구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하는 것이 꿈”이라며 “시민의 많은 관심으로 이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