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마구잡이로 모았냐고요? 다 제 열정이에요”..
사람

“마구잡이로 모았냐고요? 다 제 열정이에요”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3/10/22 09:35 수정 2013.10.22 09:35
인형부터 도자기, 수석까지… 못말리는 수집가 양혜선 씨




“버리면 의미 없는 쓰레기가 되지만, 모으면 역사와 문화가 돼죠”

초등학생 시절 선물 받은 강아지 인형을 시작으로 탈, 도자기, 수석, 인형, 향수 등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모은 ‘잡식성’ 수집가 양혜선(64, 북부동) 씨.

양 씨의 자택에 들어서자 수집품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는 진열장과 벽면을 가득 채운 작은 탈 모형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방에는 양 씨가 국내부터 해외까지 여러 곳을 다니며 모았던 유리 인형들과 도자기 인형이 가득했다. 거실 벽에는 각종 탈이, 거실 찬장에는 도자기와 다도용품, 주방에는 주류와 오래된 그릇까지. 집 자체가 작은 박물관이었다.

양 씨가 본격적으로 수집에 나선 것은 30여년 전. 양 씨가 시집을 가며 짐 정리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어머니가 “네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인형도 가져가라”며 강아지 인형을 건네주던 때부터였다. 양 씨의 어머니가 전해준 인형을 보고 옛 생각에 다른 인형들도 찾게 됐다. 양 씨가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인형을 비롯해 그의 사촌동생, 조카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까지 손때 묻은 인형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집하는 종류도 다양해져갔다. 양 씨는 그가 관심이 있었던 물품은 모두 모아야 직성이 풀렸다. 민속품에 관심이 많았을 때 전통 탈에 눈길이 갔다. 사람이 쓸 수 있는 탈부터 관광지에 파는 선물용 작은 탈, 타국 전통 탈까지 모았다.

가족끼리 계곡이나 바다에 놀러가도 양 씨는 기념이 될 만한 돌과 조개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계곡에 버려져 있던 조개껍데기도 그에게는 의미 있는 수집품이다. 이렇게 모으다 보니 양 씨의 집에는 각종 수집품으로 가득했다. 양 씨 자신도 정확히 몇 점을 보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개수의 수집품은 얼추 세어 봐도 1천점이 훨씬 넘는다.

“수집의 가장 큰 매력은 원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웠을 때죠. 제가 지금까지 갖고 있지 않거나 어디서 쉽게 못 구하는 것, 막 수집하기 시작해 몇 개만 있을 때는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금방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나면서 빈 종류가 채워지거든요”

수용할 공간만 있으면 수집품 양도해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기게끔 하고 싶어

양 씨가 모은 것들은 주변에서 찾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그냥 보고 넘어간다. 양 씨는 그러지 못했다.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소장하면 나중에 다시 봤을 때 그 속에서 옛 추억과 향수를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면 왜 그런 것까지 모으냐고 하겠지만 하나하나 저에겐 모두 의미 있는 ‘보물’이에요. 이 보물들을 모으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제가 원하는 것을 가졌을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이 엄청나거든요. 근데 이 좋은 걸 저 혼자 보려니 아까워요. 집에만 두려니 많은 분들과 함께 공유할 수도 없고”

양 씨의 꿈은 박물관을 만들어 그동안 모은 수집품들을 전시하는 것이었다. 이에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옆집에 양 씨만의 작은 박물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 공간도 부족해지게 됐다. 

“30년 전만 해도 이 나이쯤 되면 그럴 능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을 살다 보니 다 놓치고 말았네요. 제 보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곳에 박물관처럼 전시하고 싶어요. 저 대신 보물들을 맡아주실 분이 있다면 양도할 생각도 있고요. 저 혼자 갖고 있는 것 보다 많은 분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게 더 좋잖아요”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