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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를 하고 싶어서요”
할머니는 지구촌 곳곳에 어렵게 사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굳은살이 배인 손으로 1억800만원을 건넸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꺼낸 할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어렵게 사는 아이가 많지요. 우리도 6.25전쟁 끝나고 해외원조를 받은 돈으로 공부하고 학용품도 샀잖아요. 어려운 시절 우리를 도와준 세계 각국의 사람들처럼 저도 ‘나이가 들면 좋은 일 하나는 하고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모은 돈입니다”
노년의 안락보다 중요한 아이들 교육
원동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진순자(74) 할머니는 5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남동생 4명과 함께 고생하며 보냈다. 거기다 40여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몫까지 일하며 딸을 뒷바라지한 탓에 두 손가락은 제대로 펴지지 않고 굳은살 배인 손은 감각조차 무뎌져 있었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모아 온 돈이었다. 그 돈이면 가난으로 어려웠던 지난 시절의 고생을 떨치고 남은 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가난의 고통을 기억하는 할머니의 관심사는 노년의 안락이 아니었다.
2010년 10월 우연히 TV에서 우간다 어린이들이 처참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형편없는 환경에서도 배움을 갈망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신의 어릴 적 모습 같아 쉽게 잊을 수 없었다. 진 할머니는 바로 초록어린이재단에 전화를 걸어 한 달에 2만원씩 우간다 아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매달 아이들을 후원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 많은 아이에게 더 큰 꿈을 주고 싶어 진 할머니는 집 옆의 농지 400평을 팔아 목돈을 마련했다. 1억800만원을 들고 진 할머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찾았다. 힘들게 번 돈인지라 애착이 컸을 법도 하지만 진 할머니는 “기부가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진 할머니의 기부금은 아프리카 우간다의 마신디지역에 사는 30명의 어린이에게 10년간 매달 3만원씩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진 할머니는 이번 기부 외에도 평소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부 등 주변에 알리지 않고 크고 작은 기부를 해왔다. 그리고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2013 국민추천포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게 됐다.
“저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도 태어나서 누군가를 돕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더 많이 못 해줘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저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이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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