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는 힘찬 종소리를 울렸던 ‘양산대종’의 이름표가 사라졌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6일 양산시가 양산대종 현판을 철거했다.
양산시는 기존에 설치됐던 한글 현판이 임시현판이어서 한문 현판을 다시 제작해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양산대종건립자문위원회에서 결정한 한글 현판을 별다른 이유 없이 민원에 의해 교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양산시는 지난해 10월 양산대종건립자문위원회를 열고 양산대종 현판을 한글로 하고, 권위 있는 지역 서예가를 묵서자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글 현판이 제작됐으며, 제야의 종 타종식에 앞서 설치됐다. 하지만 현판 설치 이후 여러 구설에 휘말렸다. 한글 글씨체가 양산대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민원이 이어지자 결국 양산시는 한글 현판을 철거했다.
문제는 양산시가 지역 원로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결정을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번복했다는 것이다.
양산시 문화관광과는 “철거한 현판은 양산대종의 임시현판으로 타종식에 앞서 열흘 전에 급하게 제작한 것”이라며 “자문위원회에서도 제거된 현판이 임시현판임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철거 당시 묵서자에게 동의를 구했고, 죄송한 마음이 있다”며 “처음부터 임시현판이라고 결정난 것은 분명하며 이후에 현판 서체가 한글에서 한문으로 바뀐 것은 묵서자가 한글보다 한문에 더 조예가 깊기 때문에 현판을 한문으로 새기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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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자 양산대종을 양산의 랜드마크이자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문화재로 만들겠다는 양산시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 과정 내내 우왕좌왕하는 행보를 보여 양산대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양산시는 이달 중 자문위원회를 다시 열어 양산대종 한문 현판 서체를 결정하고 정식현판을 제작해 3~4월께 다시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