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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지난 2001년부터 홀로 사는 어르신과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성스레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고 경로잔치를 열기도 한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기부를 시작했던 건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아이들이 ‘내’가 아니라 ‘남’을 먼저 생각하며 살길 바라는 마음에 2001년 두 아이를 데리고 저금통을 사서 한 푼씩 모았다. 그렇게 모은 48만원으로 경로당 할머니 22명에게 겨울 내복과 버선, 목도리를 선물했다.
14년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첫 기부를 시작했던 복스러운 빨간 돼지 저금통 때문이었다. 여러 번 돈을 뺐다 넣었다 해 테이프로 칭칭 감겨있는 저금통이지만 이 씨에겐 복덩이다.
“저 복덩이한테 매번 손을 벌리죠. 가지고 있는 돈을 어느 날 갑자기 기부해야겠다고 내놓으려 하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인데 그날 번 돈 중 조금이라도 넣어놓으면 마음이 편해요. 그렇게 하루 5천원, 만원씩 모으다 보면 나중엔 꽤 많이 모이거든요.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모은 돈이 더 큰 사랑으로 전달되니 얼마나 좋아요”
매일 조금씩 모인 이 씨의 정성은 매년 명절이 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으로 탈바꿈한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2월이면 양산초등학교 아이들 장학금으로, 5월이면 이 씨가 자체적으로 여는 경로잔치의 자금으로 쓰인다.
이 씨는 기부의 시작은 혼자였으나, 지금은 가족을 비롯해 주변 이웃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다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조용히 하려던 봉사였지만,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주변에서 이미 알고 있더라”며 “밥 한 그릇을 사 먹어도 우리 가게가 좋은 일을 한다며 일부러 찾아오는 넥타이부대도 있고 경로잔치 때 쓰라며 쌀을 전해주는 분들도 있다”고 말한다.
거동 힘든 분 직접 찾아가
따뜻한 도시락 전하고 싶어
이 씨는 더 많은 이웃에게 따뜻한 밥을 전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배워볼까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어려운 이웃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싶다는 이웃 교회의 부탁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주기만 했는데, 거동이 힘들어 외출은 커녕, 혼자 식사도 하기 힘든 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하고 이 같은 고민을 하게 됐다.
“걸어올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어르신은 알음알음으로 식사 대접이나 경로잔치 때 오시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은 거동이 힘들어 여기까지 올 수가 없어요. 그 모습을 직접 보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몰라요”
그래서 이 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토바이를 배워 도시락 배달을 해보려 한다. 그의 결심에 ‘그 정도면 할 만큼 봉사하는 거니 적당히 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씨는 “봉사에 ‘적당히’는 없다”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충분히 찾아가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오토바이를 배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 말고도 봉사에 관한 이 씨의 꿈은 무궁무진하다. 어느 날 가수 현숙 씨가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회원이 됐다는 뉴스를 봤다.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 이상 기부를 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저기에 내 아이의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부터 1억원을 모으려면 깜깜하긴 하죠. 그래도 얼마나 좋아요. 사회를 위해 힘쓴 사람들의 이름이 오른 곳에 내 자식의 이름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아니면 아프리카에 아이들 이름으로 우물을 팔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은 오로지 ‘사랑과 봉사의 마음’뿐이라는 이 씨. 이 씨는 말한다. “작게 나누는 그 돈,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아요. 앞으로는 더 많은 어르신이 따뜻한 밥을 드실 수 있도록 식사 대접도 자주 할 거고 5월에 하는 경로잔치에도 많은 분이 오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