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는 것부터 움직이는 것, 앉아있는 것까지 엄마가 없으면 힘든 주은이(14). 그런 주은이가 지난달 양산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뇌병변(뇌의 병변으로 발생한 신체적 장애) 1급 장애에 지적장애까지 있어 말을 하는 것도, 어떤 것을 인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주은이지만, 학교와 친구들의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6년을 버텼다. 그 뒤에는 언제나 주은이를 돌보는 엄마 김점자(39, 양주동) 씨가 있었다.
편견 없는 친구, 선생님 덕에 편안한 학교 생활
매일 오전이면 김 씨와 주은이는 치료를 받으러 병원과 물리치료실, 복지관 등을 다닌다. 하루라도 가지 않으면 근육이 굳지는 않을까, 건강상태가 나빠지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빠질 수가 없다. 김 씨를 보며 주변 사람은 “힘들겠다”고 걱정을 해준다. 하지만 김 씨는 오히려 이런 시선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주은이와 밖에 나가는 것이 힘들겠다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저와 주은이 모두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해요. 답답한 집에 계속 있는 것보단 밖의 공기를 마시는 게 더 좋죠. 주은이도 사람들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요”
그래서 김 씨는 주은이와의 외출을 꺼리지 않는다.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도 무조건 참석했다. 소풍에도, 운동회에도 주은이와 김 씨는 빠지지 않았다. 주은이가 학교에 매일 출석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1주에 2번 집을 방문해 수업을 받는 순회반 소속 아이였기 때문에 학교 행사는 주은이가 친구와 만나는 소중한 기회였다.
“양산초가 장애인에 대한 교육이 잘 돼 있어요. 그 덕인지 주은이와 함께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더라고요. 주은일 동생처럼 귀여워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요”
김 씨는 주은이 일이라면 먼저 나서주는 양산초 선생님께 감사함이 많다며 웃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양산초 사람들과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장애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학교가 얼마 안 되며, 가정에서도 이런 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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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줄어드는 장애아 지원, 일관성 없는 제도 아쉬워
김 씨는 정부나 시에서 복지에 대한 지원이 늘어가고 있지만, 장애인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 가족이 가지고 있는 집 한 채, 주은이 아빠가 출근할 때 이용하는 차와 김 씨가 주은이 병원을 데리고 가기 위해 어렵게 구한 차. 이것 때문에 이들은 주은이의 치료비 등을 지원받지 못한다.
매년 바뀌는 등급 심사 제도도 김 씨를 힘들게 한다. 최초 장애 판정을 받은 병원의 진단서와 그동안 진료를 받아온 병원의 진단서 모두 받아와야 한다. 장애 판정을 받아봤자 지원 대상도 될 수 없어 뇌병변장애만 진단할 뿐, 공식적으로 지적장애 판정은 받지 않았다. 주은이에게 장애라는 짐을 하나 더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류상에 한 줄 더 적히는 것이 어쩌면 주은이에게 더 큰 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로 인해 주은이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모를까…. 복지 예산은 늘어간다는데 왜 장애인 지원은 줄어가는 건지. 한숨만 나네요”
주은이 밝은 모습이 희망 지금처럼 오래오래 함께하길
주은이가 뇌병변장애를 판정받았을 때 의사는 정도가 심각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주은이가 커갈수록 척추측만증이 심해져 14살을 넘기기 힘들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올해 14살이 된 주은이는 밝은 표정으로 살아간다. 예쁘게 커가는 주은이를 보며 김 씨는 한 가지만 바라고 있다.
“장애아 부모들이 다 하는 말이 있어요. 나보다는 먼저 갔으면…. 병원에 가도 주은이에게 어제보다 나아졌다는 말은 잘 하지 않아요. 지금 받는 치료도 나빠지지 않게,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 하는 거죠. 주은이가 힘든 시간을 잘 버티면서 밝게 자라는 것이 희망이에요. 얼마의 시간이든 밝은 모습으로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아이에게 부끄럽게 살고 싶다는 김 씨는 주은이와 함께하는 삶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