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1) 지난 4일 오후 물금읍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 수업이 끝나자 학교 앞 문구점과 분식점 등으로 달려간 학생들은 저마다 과자, 닭강정, 떡볶이 등의 군것질거리를 사 들고 나왔다.
#현장2) 같은 날 평산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도 100∼300원대의 고저식품 30여가지가 진열돼 있었다.
학교 담장 200m 이내에는 고열량ㆍ저영양 식품(이하 고저식품)과 불량식품을 팔지 못하는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일명 ‘그린푸드존’으로 지정돼 있지만 취재 결과 학교 앞에 위치한 대부분의 문구점에서 건강에 좋지 않은 고저식품을 팔고 있었다.
평산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 씨는 “어린 학생의 주머니 사정 때문에 값싼 간식거리가 인기 많다”며 “몸에 좋은 식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불량식품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사 결과 실제 학교 앞 문구점 등에서 파는 식품은 식품 성분과 제조공장, 유통기한 등이 명시돼 판매 허가를 받은 식품으로 ‘불량식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성장기 아이에게 비만을 초래하는 고저식품이었다.
정부는 소아 청소년 비만율이 1997년 5.8%에서 2007년 10.9%로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자 지난 2008년 학교와 주변 지역에서 위생적이고 안전한 식품이 유통ㆍ판매될 수 있도록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이 법에 따라 학교 주변에 그린푸드존을 지정, 건강 먹거리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양산시도 학교 주변을 그린푸드존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그린푸드존은 모두 47곳에 이른다. 그린푸드존 내 학교 매점과 문구사, 슈퍼, 편의점 등 식품판매업소와 조리업소 모두가 점검 대상이며 시는 매달 한 차례 정기적으로 이들을 지도ㆍ점검하고 있다.
행정 단속은 고저식품 판매 여부 아닌ⓒ
유통기한, 식품표기사항 확인에 그쳐
하지만 문제는 점검 기준에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1주일간 그린푸드존 내 식품판매업소를 대상으로 단속을 진행했지만, 규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으며 대부분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취급해 시정조치를 받는 수준이었다. 고저식품 판매금지 대상은 그린푸드존 내 ‘어린이 식품안전 우수판매업소’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외의 업소에서 고저식품 판매 금지는 권장사항일 뿐이다. 단속 때도 위생검사만 이뤄질 뿐, 고저식품 판매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수판매업소는 단속에 나선 소비자 감시원이 위생상태가 좋은 업소를 시에 알리고, 시가 추후에 이 업소를 방문해 참여를 유도한다. 하지만 ‘우수판매업소’라는 상징성 외에 별다른 혜택이 없고 오히려 규제만 늘어 제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실제 양산의 그린푸드존 내에 있는 식품판매업소는 270여곳(2013년 11월 기준)에 달하지만, 이 중 우수지정업소는 18곳으로 약 7%에 불과하다. 결국, 90%가 넘는 업소는 고저식품을 판매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양산시는 “그린푸드존 단속을 나가는 목적 자체가 행정 처분이 아닌 계도를 위한 제도”라며 “식약처가 고시한 고저식품이 2천여가지가 넘는데 현장에서 이를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린푸드존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탄산음료, 닭강정, 핫바 등 기호식품 위주의 고저식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그린푸드존을 지키기 위한 뚜렷한 해법이 없어 어린이의 건강이 계속 위협받고 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최민석 인턴기자 cms8924@y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