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이란 필수요소가 됐다. 봉사활동 점수를 쌓아 내신 성적으로 반영되고 자신의 스펙을 쌓는 등 다양하게 이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봉사를 성적화하는 것이 진정한 자원봉사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반응도 있다.
그래서 웅상의 청소년들이 모였다. 성적과 무관하게 순수한 의도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동아리 이름에서부터 열정이 넘친다. 몸이 ‘망’가지고 ‘고’장 날 때까지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의미로 ‘망고’라고 지었다. 망고가 활동하기 시작한 지 1년, 26명의 아이는 매주 거르지 않고 봉사에 나선다.
지난 토요일, 어김없이 성요셉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온 ‘망고’의 네 친구를 만났다. ↑↑ 왼쪽부터 김혜진(17), 노지예(17), 김영인(16), 김여정(16) 학생. ⓒ
진정 봉사를 좋아하는 사람만 모였다
처음 봉사동아리를 만들자고 제안한 노지예(효암고1) 학생은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을 보이던 김혜진(웅상고1) 학생과 함께 봉사활동 점수 쌓기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봉사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둘 다 같은 학교에 있었고 마음 맞는 친구들도 꽤 많아서 무작정 시작했어요. 어떻게 동아리를 꾸려가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일단 만들면 뭐라도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좋아서, 그 기쁨을 아는 친구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에요”(노지예)
처음에는 노지예 학생과 김혜진 학생이 있던 웅상여중 학생들이 주축이 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중 3이었던 친구들이 각 학교로 떨어지면서 동아리에 참여하는 친구들의 학교도 다양해지고 여학생 위주였던 동아리에 청일점도 들어오게 됐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해서 각 학교에 있는 친구들이 망고에 대해 알리고 신입 회원을 받을 거에요. 지금 여학생이 대부분인데 이번엔 남학생들도 좀 많이 가입했으면 좋겠어요. 일 하다 보면 힘쓸 일이 많아서…”(김혜진)
동아리 가입 때도 순수하게 봉사가 좋아서 온 것인지 간단한 면접을 한다. 시험기간, 방학 관계없이 늘 활동할 수 있는 지를 주로 묻는다. 고정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빠지면 망고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분야 제약 있지만 다양한 활동 하고파
성인처럼 다양한 봉사를 하기엔 학생이라는 신분이 걸림돌이 된다. 활동할 수 있는 곳은 어르신 요양 시설이나 장애인 복지 시설이 전부다. 지역아동센터나 유기동물보호센터에도 보탬이 되고 싶지만,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하기 어렵다.
망고 초창기부터 함께 활동한 김여정(웅상여중3) 학생은 “유기동물 임시보호를 한다든지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나이가 어려서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올해는 이런 곳에서도 봉사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인(웅상여중3) 학생도 “제일 처음 했던 회야강 환경 정비 활동이 기억이 많이 나는데 올해도 이런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을 보탰다.
이들은 시간이 없다고 봉사활동을 못 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봉사활동을 하며 사람과의 관계도 쌓고,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느낀다는 것. 그래서 많은 학생이 봉사활동의 재미와 참뜻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혜진 학생이 입을 열었다.
“봉사활동 점수 때문에 일부러 시간 내서 활동하러 왔으면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거나 평소 자신들이 쓰던 비속어를 쓴다든가 그런 행동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럴 바엔 차라리 봉사활동을 안 하는 게 나아요. 그냥 시간 보낸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그곳에 있는 분들과 마음을 나눈다고 생각하면 훨씬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낼 거에요. 많은 친구가 그런 마음으로 봉사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