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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김 씨가 만든 규방 공예 작품으로 꾸며진 공방에서 가장 분주한 것은 색색의 자투리 천을 오가는 작은 바늘이다.
그 작은 움직임을 10년간 이어오며 김 씨는 조각보, 자수, 의복부터 방석, 수저보, 주머니 등 숱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던 김 씨를 작은 바늘이 ‘예술가’로 만든 것이다.
한 번 바늘 들면 10시간이고 몰두
아이 둘을 키우는 전업주부였던 김 씨가 바늘을 들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이다. 당시 전통자수를 배우던 친구를 따라 전통자수 전시회를 찾았다.
그곳에서 색색의 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 마음이 동했다. 어떤 천에 어떤 색으로 자수를 놔야 할지도 모르는 초보였지만, 내 손으로 저 아름다움을 표현해보고 싶다는 ‘의지’로 배우기 시작했다.
자수로 시작한 바늘과의 인연은 규방 공예로 이어졌다. 천을 모아 하나의 보를 만들고, 내 손으로 우리 옷을 짓고, 하나의 소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김 씨 삶에서 활력소가 된 것이다.
“평소에 조곤조곤하기보다는 활발한 편이에요.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움직이는 것을 더 좋아했죠. 그런데 바늘만 잡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몰두할 수 있었어요. 저도 제게 이런 열정이 있었나 하고 저를 다시 보게 됐죠”
김 씨는 전통자수를 처음 배우고 친구와의 모임을 비롯한 외출 자체를 끊게 됐다. 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자수에 투자한 것이다.
그는 한 번 바늘을 들었다 하면 누가 말릴 때까지 10시간이고 12시간이고 앉아서 바늘과 천만 바라봤다. 자신의 손으로 완성한 작품을 볼 때의 성취감이 좋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남편도 ‘우리 아내가 이런 면이 있었네?’하며 좋아했어요. 여성스럽게 보였나 봐요. 그런데 퇴근해도 눈길도 안 주고, 밥도 제대로 안 챙겨주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나중엔 제발 그만 하라고 잔소리도 했죠. 그래도 바늘이 제 운명인 걸 어떡해요. 지금은 하고 싶을 때 마음껏 하라며 지원해주죠”
지금도 김 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바늘부터 찾는다. 가족을 챙기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작품 만들기에 투자한다. 수강생을 받아 가르치기도 했지만, 그 시간도 작품 만들기에 쓰기 위해 그만뒀다.
전시장 차려 전통의 멋 알리고파
10년간 김 씨가 만든 작품만 200여점. 김 씨는 이 작품들을 다 모아 찻집을 차려 공예와 차가 함께하는 공간을 꾸리고 싶었으나 최근에 꿈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통도사 근처에 전통공예를 알리는 전시장을 차리는 것이 꿈이다.
“양산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통도사잖아요. 그래서 그 근처에 제 작품들을 전시하고 많은 사람에게 전통자수와 규방 공예의 멋을 알리고 싶어요.
요즘 세상이 워낙 빠르다 보니 느린 바느질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바늘과 천, 실로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양산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거죠”
김 씨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전통공예를 알리기 위해 오늘도 쉼 없이 바느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