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서 ‘소비’는 피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내게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똑 부러지는 소비자는 끊임없이 정보를 찾는다. TV, 인터넷, 스마트폰 등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 정보를 알지는 못한다. ‘정보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 이야기다.
필요 없는 물건을 억지로 사도 반품하는 방법을 몰라서, 부당한 계약을 하고도 철회 방법을 몰라서 힘들게 모은 돈을 빼앗기는 어르신 소비자 피해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실제 발생했던 어르신 소비자 피해 사례를 통해 사기 유형과 대처ㆍ구제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사례 1. “알뜰ㆍ공짜폰에 속지 마세요”ⓒ
“아무개 할아버지시죠? 여기 ㅇㅇ통신사인데요,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요금제와 기기가 나와서 전화 드려봤어요”
최 할아버지(70, 중앙동)는 지난 3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스마트폰을 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별정통신사 전화였다.
통신사는 한 달 요금 1만5천원으로 신형 스마트폰을 ‘무료’로 지급해준다고 말했고 할아버지는 통신사 말에 혹해 구매를 결정했다.
택배로 물품을 받고 사용해보니 만족스러웠다. 스마트폰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 후, 할아버지에게 날아온 고지서에는 기본요금 3만5천원과 단말기 가격 30만원이 부과돼 있었다.
할아버지는 스마트폰을 판매한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어르신이 구매의사를 밝혔으며 계약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또 이미 개통해 사용하셨기 때문에 요금은 내셔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최근 별정통신사가 어르신을 대상으로 휴대폰을 속여 파는 일이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별정통신사는 기존 통신사인 KT, LGT, SKT의 통신망을 저렴하게 임대해 가입자를 모집하고, 자체적으로 영업하는 이동통신 업체를 말한다. 이들은 어르신에게 전화로 “기계값을 받지 않고 요금도 할인해 주겠다”며 속여 판매한 뒤 다음 달 고지서에 요금을 그대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힌다.
경상남도소비자보호센터 김희전 상담사는 “별정통신사는 어르신이 휴대폰 요금 같은 부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무조건 싸게, 무료로 해준다고 하며 유혹한다”며 “때로 전화 내용을 잘 모른 채 상대방이 집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불러달라고 하니까 대답해버리는 어르신도 있는데, 개인 정보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상담사는 이동통신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전화가 오면 듣지 말고 바로 끊어야 한다 ▶전화 후 택배로 휴대폰이 온다면 절대 사용하지 말고 반품하라 ▶계약 후 14일 이내에만 철회할 수 있으니 자녀에게 알리거나, 소비자보호센터(211-7799, 289-9898)로 전화해 구제 요청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사례 2. “효도관광ㆍ무료 공연을 조심하세요”
문 할머니(67, 동면)는 지난 1월 동네 회관에 모이면 효도관광을 시켜준다는 전단을 보고 호기심에 찾아갔다. 그 자리에는 또래 남녀 어르신이 꽉 들어차 있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관광버스로 온천욕을 다녀온 할머니는 이튿날부터 회관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할머니는 “회관에 나가면 구수한 입담에 유흥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며칠 다니다 보니 우리에게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선전하며 사라고 했는데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65만원이나 하는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고 나서 비슷한 종류의 건강식품 가격을 알아보니 터무니없이 비싸게 산 것을 알았다. 포장지에 있는 연락처로 문의했지만 건강식품회사는 다시 연락주겠다는 말만 반복하다 구매 2주 후 청약철회기간(14일)이 끝났기 때문에 반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상담사는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에게 노래 교실이나 각종 공연, 효도관광 등 유흥거리를 마련해주는 대신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건강기능식품 관련 피해 사례는 해마다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피해 유형이기 때문에 대처 방법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체험, 공연, 효도관광 등을 내세우며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판매원 선전에 속아 상품을 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품 구매 시 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며 이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한 후 부당한 거래임을 알고 물품을 반품하기 위해 소비자가 회사에 직접 전화할 경우 담당자가 없다며 시간을 끌 때가 있다. 이는 청약철회기간인 14일을 놓치게 해 반품을 할 수 없도록 회사에서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소비자는 전화로 반품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뜻이 전달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때는 구매 후 14일 이내에 해약의사를 서면으로 작성해 내용증명우편으로 통보해야 한다. 만약 통보 후에도 대금이 청구된다면 소비자보호센터로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거나 신고하면 된다.
어르신 피해 막는 교육 절실
센터서 연중 피해ㆍ구제 교육
어르신 소비자가 겪는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 기업의 이름을 딴 홍보관을 설치해 의료기기를 체험하게 한 후 100만원부터 300만원에 이르는 기기를 판매하며, 트로트 가수 등을 초청하고 공연을 열어 어르신을 모아 상조 서비스 가입을 권유, 어르신이 가입하면 후에 추가 금액을 요구하거나 중도 해지 했을 때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등 수법도 가지가지다.
무턱대고 당할 수만은 없는 법. 경남도소비자보호센터는 “물건을 구매할 때 무조건 계약서를 요구해야 하며 피해가 생기면 경남도소비자보호센터나 소비자상담센터(국번 없이 1372)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방문 교육이 필요한 단체는 경남도청소비생활센터 홈페이지(sobi.g snd.net) ‘소비자 교육 신청’란을 통해 원하는 날에 교육을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