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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상처받은 개들을 위한 천국 ‘사랑이의 집..
사람

상처받은 개들을 위한 천국 ‘사랑이의 집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4/06/02 09:45 수정 2014.06.02 02:18
버려진개들의 수호천사 배미상 씨

유기견 400여마리 돌보며 함께 생활










주진동에 있는 ‘사랑이의 집’에 들어서면 15개 컨테이너에서 반가움을 표현하는 개들의 소리가 가득하다.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음에도 꼬리를 흔들며 여전히 사람과 눈을 맞추는 유기견은 배미상(67) 씨의 보살핌으로 활기를 찾은 아이들이다.
 
온몸에 피부병이 생겼다고, 키우기 귀찮아졌다고, 처음엔 작고 귀여웠지만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이유로 사람에게 버림을 받은 유기견 400여 마리가 ‘사랑이의 집’에 머물고 있다.

배 씨는 400마리가 넘는 모든 개들에게 별이, 크래커, 깜이, 미야 등 이름을 불러준다. 인연을 맺은 이상 모두 내 가족이며 남은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라고 생각해서다. 배 씨는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얼굴을 보면 아이들의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온다며 웃었다.

“26년 전 보험 일을 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유기견을 보고 불쌍한 마음에 3마리를 거뒀어요. 그게 끝일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길에서 피부병을 뒤집어쓰고 비쩍 말라 죽기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있는 강아지를 만났어요. 불쌍해서 또 데리고 왔죠. ‘3마리나 키우는데 4마리쯤이야’하는 마음으로요. 그게 10마리가 되고 100마리가 되더니 지금은 400마리가 넘게 됐네요”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은 개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계속 데리고 오다 보니 배 씨가 보살피는 유기견이 500마리가 넘을 때도 있었다. 마음 같아선 모두 데리고 오고 싶지만 목 디스크 등 배 씨의 건강도 좋지 않아 지난해부터 새로운 아이들을 받지 않기로 했다.

“우리 집으로 안 오면 양산시유기견보호소로 가게 되죠. 그런데 거기로 가면 15일 후에 안락사를 당하잖아요. 그게 안타까워서 안 보내고 싶은데 내 건강이 허락을 안 해요. 지금 있는 아이들 돌보기도 버겁거든요”


개들 돌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게 소원


배 씨는 자신의 건강이 더 악화돼 개들을 돌볼 수 없을까 봐 늘 걱정이다. 그가 데리고 온 아이들인 만큼 마지막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배 씨는 개들보다 하루라도 늦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마지막까지 개들이 자신의 품에서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사람한테 버려졌으니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 해야죠. 이 아이들 모두 다 제 삶의 동반자에요. 정말 좋은 입양자가 있으면 그 집으로 보내겠지만 다시 버림받을까 봐 불안해서 잘 보내지도 못하겠어. 내 옆에 두고 같이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하죠”

허름해 보이는 컨테이너 속에도 개들을 위한 배 씨의 사랑이 가득하다. 에어컨과 히터를 설치해 여름에는 더울까, 겨울에는 추울까 늘 켜놓는다. 배 씨의 하루도 개들을 위해 모두 사용한다.

개집 구석구석을 치우고 먹이와 물을 챙겨주고 미용을 하고 아픈 개들에게 약을 먹이고 병원을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간다. 힘들고 고된 일정이지만 아팠던 아이들이 건강해지고 활기를 찾는 모습을 보면 그저 뿌듯하다.

“사료값이며 전기요금이며 돈은 엄청나게 들죠. 그래도 어떡해요. 우리 아이들이 예쁘게 잘 자라고 있잖아요.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매주 미용봉사를 도와주는 착한 학생들도 있고 내가 못한 일 대신해줘서 고맙다며 사료를 보내주는 분도 있죠. 그런 분들의 도움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외로움, 호기심으로 키우는 것 반대
반려동물 키울 땐 ‘책임감’이 중요


배 씨는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내가 과연 이 동물을 책임감 있게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지 외로움과 호기심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는 것이다.

“보호 속에서 살던 개들이 길에 버려지면 혼자서 살아갈 길이 없어요. 처음에는 비싼 돈을 주고 강아지를 샀다가 단순히 털이 날린다고, 키울 형편이 안 된다고 무작정 버리는 것은 강아지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한 번 키운 강아지는 끝까지 책임을 지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딛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배 씨, 버림받은 개들의 영원한 수호천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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