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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피부병이 생겼다고, 키우기 귀찮아졌다고, 처음엔 작고 귀여웠지만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이유로 사람에게 버림을 받은 유기견 400여 마리가 ‘사랑이의 집’에 머물고 있다.
배 씨는 400마리가 넘는 모든 개들에게 별이, 크래커, 깜이, 미야 등 이름을 불러준다. 인연을 맺은 이상 모두 내 가족이며 남은 인생을 함께할 동반자라고 생각해서다. 배 씨는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얼굴을 보면 아이들의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온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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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은 개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계속 데리고 오다 보니 배 씨가 보살피는 유기견이 500마리가 넘을 때도 있었다. 마음 같아선 모두 데리고 오고 싶지만 목 디스크 등 배 씨의 건강도 좋지 않아 지난해부터 새로운 아이들을 받지 않기로 했다.
“우리 집으로 안 오면 양산시유기견보호소로 가게 되죠. 그런데 거기로 가면 15일 후에 안락사를 당하잖아요. 그게 안타까워서 안 보내고 싶은데 내 건강이 허락을 안 해요. 지금 있는 아이들 돌보기도 버겁거든요”
개들 돌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게 소원
배 씨는 자신의 건강이 더 악화돼 개들을 돌볼 수 없을까 봐 늘 걱정이다. 그가 데리고 온 아이들인 만큼 마지막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배 씨는 개들보다 하루라도 늦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마지막까지 개들이 자신의 품에서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사람한테 버려졌으니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 해야죠. 이 아이들 모두 다 제 삶의 동반자에요. 정말 좋은 입양자가 있으면 그 집으로 보내겠지만 다시 버림받을까 봐 불안해서 잘 보내지도 못하겠어. 내 옆에 두고 같이 있는 게 더 마음이 편하죠”
허름해 보이는 컨테이너 속에도 개들을 위한 배 씨의 사랑이 가득하다. 에어컨과 히터를 설치해 여름에는 더울까, 겨울에는 추울까 늘 켜놓는다. 배 씨의 하루도 개들을 위해 모두 사용한다.
개집 구석구석을 치우고 먹이와 물을 챙겨주고 미용을 하고 아픈 개들에게 약을 먹이고 병원을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간다. 힘들고 고된 일정이지만 아팠던 아이들이 건강해지고 활기를 찾는 모습을 보면 그저 뿌듯하다.
“사료값이며 전기요금이며 돈은 엄청나게 들죠. 그래도 어떡해요. 우리 아이들이 예쁘게 잘 자라고 있잖아요.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매주 미용봉사를 도와주는 착한 학생들도 있고 내가 못한 일 대신해줘서 고맙다며 사료를 보내주는 분도 있죠. 그런 분들의 도움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외로움, 호기심으로 키우는 것 반대ⓒ
반려동물 키울 땐 ‘책임감’이 중요
배 씨는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내가 과연 이 동물을 책임감 있게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지 외로움과 호기심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는 것이다.
“보호 속에서 살던 개들이 길에 버려지면 혼자서 살아갈 길이 없어요. 처음에는 비싼 돈을 주고 강아지를 샀다가 단순히 털이 날린다고, 키울 형편이 안 된다고 무작정 버리는 것은 강아지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한 번 키운 강아지는 끝까지 책임을 지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딛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배 씨, 버림받은 개들의 영원한 수호천사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