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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연, ‘청마와 동행하는 여행길’ 전문)
글을 쓰며 문장의 어색함을 느끼고 맞춤법이 이렇게 어려웠나 깨닫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세상을 마음으로 한 글자씩 써내려 간다.
그 글엔 드라마 주인공이 겪는 아픔과 같은 아픔을 겪었던 자신의 이야기에 눈물짓는 모습이 담겨있고 스마트폰에 빠져 사람과 소통을 잃은 사람들 이야기도 있다. 서툰 솜씨로 시를 쓰는 6개월차 초보 시인 조상연(60, 물금읍) 씨 이야기다.
“글을 쓰는 순간 마음속에 있던 말이 토해졌어요. 카타르시스죠. 글을 씀으로써 살면서 쌓아놨던 아픔을 토해내고 그 아픔을 글로 내려놓으니 제 마음도 맑아지고요”
인생에서 뭔가 남기고파
환갑에 시 쓰기 도전
올해 환갑을 맞은 조 씨는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어려운 시절 태어나 제대로 공부도 못했지만 배움의 열정만은 가득했던 자신이 이제는 집만 지키고 있는 사람이 돼버린 게 씁쓸했다.
“내가 죽은 후에 가족, 특히 손자들이 저를 어떻게 기억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할머니’로만 남는 건 싫었거든요. 손자들이 저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것을 남기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시를 쓰게 됐어요”
그렇다고 조 씨가 전문적으로 시를 배운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 먼저 시를 쓰던 친구를 보며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도전하게 된 것. 조 씨는 일을 하다 문득 시상이 떠올라 그 자리에서 글을 쓴 후 전화를 해 친구에게 시를 읊었다. “처음인데 잘 썼네”라는 친구 격려에 자신감이 생겼다.
“생각해보면 제 시는 기껏해야 초등학생 수준이에요. 맞춤법도 서투르고 어떻게 시를 써야 하는지 어렵기도 해요. 그래도 길가에 자라는 보리를 보고, 피어있는 꽃을 보고, 뛰노는 아이들을 볼 때면 ‘이거다’하고 떠오르는 게 있어요. 그럴 때면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대로 막 쓰죠. 집에 와서는 그 글을 다듬고요”
완성한 시는 가족이 함께하는 SNS에 올린다. 온가족이 시에 평을 남겨주며 조 씨의 꿈을 격려하고 있다.
“아들은 제 글을 보고 ‘엄마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아?’라며 놀라더라고요. 제 시를 보여주는 게 부끄럽기도 했는데 이제는 시로 소통하는 게 즐거워요. 시 한 편이 가족의 대화를 이끌어줘 더 화목한 가정이 됐어요”
본격적으로 시 공부해
시집 한 권 내는 게 소원
지난달부터는 부산에 있는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시 강좌를 다니며 본격적으로 시에 대해 배우고 있다. 조 씨 혼자서 시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에게 ‘시’라는 문학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서다.
“강의를 들으면서 부족한 것을 더 느끼죠. 다른 분의 시도 많이 읽고 공부도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시를 모아 제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는 게 마지막 소원이에요. 먼 훗날 제 시집을 보며 가족들이 ‘멋진 엄마, 멋진 할머니’라고 떠올려줬으면 좋겠어요”
‘조상연’이기보다 누군가의 엄마와 할머니로 살아온 조 씨. 지금이라도 ‘나’를 찾기 위해 도전을 한 그는 현실에 치여 ‘나’를 잊고 사는 사람에게 “무엇이든 도전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맛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