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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한국미술협회 부산지회 주최로 열린 제40회 부산미술대전에서 서예 부문 대상을 차지한 매요(梅曜) 김정보(50).
그는 김시습의 시 ‘우제(偶題)’를 전서체로 출품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붓을 잡은 지 21년 만에 얻은 보배와 같은 결과였다.
‘청남휘호대회’, ‘영남서예실기대회’, ‘추사휘호대회’, ‘월간서예 서예대전’ 등 국내 각종 대회에서 금상과 특선, 입선을 수상한 것은 셀 수도 없다. 그러나 그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은사님의 지도와 제 노력이 더해져 이런 값진 결과를 이뤄낸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그러나 배움에는 끝이 없는 만큼 이제 제가 오를 수 있는 산을 또 하나 넘은 거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글을 쓸 생각입니다”
힘 있는 서체 호평… 만장일치 대상
미술대전 엄익준 심사위원장은 “김정보 출품자의 전서 작품은 전통서법이 요구하는 중봉운필의 단단한 기본기에 오랫동안 다져온 학습 내공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어우러진 우수작”이라고 평가했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았다.
김 씨 역시 “평소에도 서체에서 여성 서예가답지 않은 힘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그 힘은 ‘중봉(中峰)’의 기본기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심사위원들도 그 점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봉’은 그가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봉이란 글의 획을 그을 때 중심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용필(붓을 놀리는) 방법이다. 글씨를 쓸 때 붓끝이 항상 글자의 점획(點劃) 중간에 위치해야 한다고 해서 중봉이라 한다.
“중봉은 서예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를 익혀 제대로 된 글을 쓰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몰라요. 저 역시 아직 중봉을 익혀가는 단계고 이제야 한 걸음 뗀 것 같아 뿌듯합니다”
지금도 하루에 7시간을 오롯이 서예에 투자한다는 김 씨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게 많기에 글쓰기를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군자 익혀 서예벽화 도전하고파
김 씨는 최근 사군자도 익히기 시작했다. 그가 꿈꿨던 서예벽화에 도전하고 싶어서다. 한자보단 그림인 사군자가 벽화에 더 어울릴 것 같아 1년 전부터 사군자를 배우고 있다.
“거리의 회색빛 담벼락을 서예로 장식하려고 합니다. 글씨만 있는 것은 보기에 딱딱하니까 먹의 담백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것 같아서요. 고담한 필체의 글씨와 기품 있는 사군자가 그려진 담벼락을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멋지겠습니까?”
그는 사람들에게 서예가 접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누구나 쉽게 서예를 즐길 방법으로 서예벽화를 생각해냈다.
사군자 실력을 키운 뒤 함께 작업할 서예가를 모아 서예벽화 팀을 구성하겠다는 그의 계획이 하루 빨리 성사돼 양산의 거리가 서예벽화로 멋스럽게 장식되는 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