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의로운 죽음 끝에 이뤄낸 ‘삼성 민주 노조’..
사회

의로운 죽음 끝에 이뤄낸 ‘삼성 민주 노조’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4/07/08 09:57 수정 2014.07.08 09:57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故 염호석 양산분회장 노제

‘전국민주노동자장’ 치르고 솔밭산 열사묘역에 안장




민주노조와 인간다운 삶을 외치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故 염호석 분회장이 양산으로 돌아오기까지 꼬박 45일이 걸렸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며 먼 길을 떠난 염 분회장의 바람대로 삼성에서 대규모 민주노조가 생겼다. 그의 희생 앞에 76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온 삼성이 무너진 것이다.

염 분회장은 삼성의 노조탄압 중단, 생활임금 쟁취 등을 위해 파업을 하던 도중 지난 5월 17일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다’며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해안도로 인근 지점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염 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1천여명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 본사 앞으로 모여들었다. 5월 19일부터 조합원들은 거대한 삼성 건물 밑에서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이들은 염 분회장 자살에 대한 삼성의 사과와 민주 노조 인정, 기본급 도입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기약 없는 싸움을 벌여왔다.


지난달 26일 삼성ㆍ금속노조 합의
공식 사과, 기본급ㆍ노조활동 보장 등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싸움은 결국 노조 승리로 이어졌다. 원청사인 삼성은 농성 39일차인 지난달 26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마련한 합의안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28일, 삼성은 염 분회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사과했다. 핵심 쟁점인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도 직원에게 한 달에 120만원 기본급을 보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 달 설치ㆍ수리 건수가 60건을 넘어가면 성과급 형태의 추가 수당을 주기로 했다.

노조 활동 보장과 관련한 내용도 합의했다. 노조 상근자가 쓸 수 있는 근로 면제시간을 9천 시간 확보했고 노조 임원 3명까지 무급휴직을 보장하는 내용에도 합의한 것이다.


“승리하는 날 정동진에 유골 뿌려달라”
30일, 염 분회장 노동자장 영결식 치러


이후 금속노조 조합원 800여명은 지난달 30일 삼성 본관 앞에서 ‘염호석 노동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 영결식을 치렀다.

지회가 승리하던 날 정동진에 유골을 뿌려달라던 염 분회장의 뜻을 이뤄주기 위해 이날 오후에는 정동진을 찾아 노제를 지냈다.

1일에는 염 분회장이 일하던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앞에서 노제가 진행됐다. 조합원들은 염 분회장의 영정과 함께 그가 땀 흘리며 일하던 곳을 둘러봤다. 노제를 지내고 이들은 염 분회장을 민주열사가 묻힌 하북면 솥발산 열사묘역에 가묘를 만들어 안장했다.

이날 금속노조는 “아직 전국 각 센터에서 남아 있는 투쟁들이 있지만, 지금껏 우리를 이끌어 준 염호석 열사를 하늘로 보내고자 한다”며 “열사는 우리 가슴에 묻지만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그가 만들어 준 일터로 돌아가지만 이번을 시작으로 삼성을 바꾸고 우리의 삶도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조합원들과 함께한 염 분회장의 어머니는 “우리 호석이가 혼자서 외롭게 갔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호석이를 위해 함께 싸워줘서 고맙다”며 “마지막 우리 호석이 가는 길 훨훨 날아가게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조합원들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