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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종합운동장 남쪽 주차장에 위치한 양산대종은 부지는 양산시가 제공하고 20억원 상당의 종각과 대종은 지역의 한 출향인사가 기증했다. 양산을 위해, 양산시민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다는 뜻에서다.
취지는 좋았다. 양산시도 시민의 대종이 되길 바란다며 지난해 4월 1일부터 한 달간 양산대종 건립에 따른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 종의 명칭, 문양, 활용, 종각 형태 등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기간에 들어온 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는 대안을 내놨다. 양산시민 중 각계 전문가들을 모아 대종건립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시는 이들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대종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회의에서 위원들은 특별한 자문을 할 여지도 없이 시에서 추진하는데 들러리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대종이 만들어지는 동안에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대종 위치 선정부터 ‘양산대종’이라는 명칭, 무리한 공사 진행 논란 등 조용할 날이 없었다. 시의회에서 절차와 진행 사항에 대해 지적했고, 한 시민은 특정인 출연금만으로 건립한 대종에 ‘양산대종’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도 시는 “문제 될 것이 없다”며 논란을 묵살하고 꿋꿋하게 공사를 진행했다.
시의 추진력에 양산대종 공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연말 타종을 위해 지역 서예가에게 묵서도 받아 ‘양산대종’ 현판도 달았다. 대망의 1월 1일, 양산대종은 울렸다. 그러나 현판이 또 문제가 됐다. 한글현판이 양산대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구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민원이 이어지자 결국 현판을 철거했다. ‘임시현판’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현판이 임시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양산시뿐이었다. 대종건립자문위원회 위원들조차 이 사실을 몰랐다. 이미 자문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을 시가 독단으로 번복한 것이다.
시의 이러한 행보에 좋은 뜻으로 시작한 양산대종의 의미는 퇴색하고 말았다. “시민의 종이 되길 바란다”는 출향인사의 바람은 사라졌다. 시민 의견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사이에 대종은 완성됐다. 양산시가 원하는 모습으로.
“양산에 사는 우리 모두가 양산의 주인이고 한 몸”이라고 시는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양산대종의 주인은 대종을 기부한 출향인사도, 시민도 아닌 양산시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