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꽃은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조화가 아닌 이상 이내 시들기 마련이다. 화사하게 피었다가도 금세 시들고 만다. 하지만 영원을 바라는 사람 마음이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들어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Preserved Flower, 보존화)가 바로 그것이다.
보존화는 1991년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후 유럽과 미국에 차례로 소개됐으며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양산에서도 프리저브드 플라워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 디자이너 카타오카 미나코(33, 교동) 씨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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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부터 한국에서
프리저브드 플라워 알려
10년 전 한국에 오기 전부터 미나코 씨는 꽃에 관심이 많았다. 생화로 꽃꽂이도 배우고 꽃다발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일본에서 꽃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나코 씨는 결혼식에 사용하는 부케에 관심이 갔다. 부케는 부부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것으로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화 부케는 며칠 지나지 않아 시들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보관할 수 있는 프리저브드 플라워 부케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미나코 씨도 ‘꽃을 영원히 보관할 수 있다’는 매력에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전문적으로 배우게 됐다.
“배울 때는 직업으로 이 일을 할 거란 생각은 못 했어요. 취미로 시작했죠. 꽃을 좋아했고 예쁘게 꾸미는 게 즐거웠으니까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도 직장에 다니며 취미생활로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했어요”
그런 미나코 씨는 지난 2006년 한국에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자이너 활동에 나섰다.
“일본은 이미 프리저브드 플라워 산업이 포화상태지만 한국은 아예 없었던 분야잖아요? 그런데 제가 한국에 머무를 때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들어오게 돼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는 가공된 꽃도 없었고 잡지나 자료도 없었으니까요. 제가 일본사람인 것을 활용해 이미 검증된 좋은 재료와 교재를 구해 디자이너로 활동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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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품, 기념품 등 다양한 활용 가능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를 가공했지만 줄기 없이 꽃만 제품으로 나온다. 그래서 생화 디자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꽃을 하나로 엮기 위해 줄기를 붙여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꽃을 다른 색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미나코 씨는 생화 꽃꽂이를 배운 분도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접하면 색다른 재미에 더 즐거워한다며 자랑했다.
“생화의 한계를 벗어났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악세사리로도 활용할 수 있고 집이나 가게를 꾸밀 소품으로 이용하기도 하죠. 만드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꽃을 다시 가공할 수도 있고요”
미나코 씨는 특히 결혼식 부케에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활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활용해 부케를 만들고 웨딩 촬영과 결혼식 모두에 사용한다고 한다. 결혼식이 끝나도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으니 새 출발을 하는 부부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에 신부가 중심이라서 부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최근 들어 프리저브드 플라워 부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저에게 직접 주문하시는 분도 있고 선물용으로 만들어 달라는 분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영원히 보관할 수 있는 꽃ⓒ
양산에서도 알릴 것
미나코 씨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같은 곳에는 그나마 프리저브드 플라워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지만 아직 양산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활성화도 잘 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나코 씨의 블로그를 통해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접한 사람들이 강의를 요청하기도 한다.
“우선 한국에서는 꽃이 가지는 의미가 크지 않아서 활성화가 어려운 것 같아요. 소중한 사람에게 의미 있는 선물로 꽃보다 좋은 게 없는데 시들어버린다는 단점이 너무 크기 때문이겠죠. 시들면 벌레도 꼬이고…. 그래서 시들지 않는 꽃도 있다는 걸 많이 알리고 싶어요. 지금은 블로그와 쇼핑몰을 통해서 주로 알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강의도 나가보고 싶어요. 또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웨딩홀이나 가게를 디자인해보고 싶고요.”
미나코 씨는 프리저브드 플라워 제품은 습기와 햇빛이 없는 곳에 보관한다면 최소 3년에서 평생까지 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점차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으로도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프리저브드 플라워용 꽃이 나오기 시작했고 전문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곳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조만간 프리저브드 플라워 디자이너가 떠오르는 직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꽃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누구나 즐거워지잖아요? 저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꽃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특별한 날에 잠깐 즐기는 게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더해 평생 즐길 수 있는 꽃. 그런 꽃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