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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고급 도자기에 서민 음식 칼국수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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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도자기에 서민 음식 칼국수 즐긴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4/07/22 10:09 수정 2014.07.22 10:10
다겸 칼국수ㆍ토화인 운영하는 강창규ㆍ황다겸 부부

“눈으로 보는 도자기 아니라 직접 쓸 수 있도록 해”





간판은 칼국수 가게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가게 내부를 보면 무엇보다 진열된 도자기가 더 눈에 띈다. 전통 도자기가 가득 진열된 가게 안에서 손님들은 눈으로 도자기를 즐기고 입으로 칼국수를 즐긴다. 멋과 맛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강창규ㆍ황다겸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다겸 칼국수ㆍ토화인’이다.


누구나 쉽게 도자기 접했으면 해서
공방 대신 칼국수 가게 운영하기로

대부분 도자기는 전문 공방을 가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점 안에 10만원이 넘는 도자기가 즐비하다. 10년이 넘도록 지역에서 전통 도자기를 굽고 있는 토화인 강창규 씨는 일반 시민도 편하게 도자기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시내에 공방을 차릴까 생각도 했지만 ‘도자기 공방’이라는 말 자체가 도자기에 조예가 없는 일반 시민에겐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방을 찾거나 가마에 걸음 하시는 분들은 최소한 도자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에요. 도자기의 가치를 아는 분들에게 더 좋은 자기를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자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알려야 더 활성화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내와 계속 고민하다 음식과 도자기의 조합을 생각했죠”

강 씨는 아내와 함께 어떤 음식을 도자기에 담아야 할지 고민했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한정식. 도자기와 딱 어울리는 차림이지만 황 씨가 한정식을 배우기엔 투자해야 할 시간이 너무 길고 가격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었다.

“시간이야 투자를 한다면 할 수 있었겠지만 한정식을 하면 음식의 가격이 높아지잖아요. 그럼 소시민은 저희에게 오기 힘들어진단 말이죠. 그래서 서민 음식을 찾았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뭘까 생각하니 칼국수가 딱 떠올랐죠”

그때부터 칼국수를 연구했다. 서민 음식인 만큼 이미 칼국수 가게는 지천이었고 강 씨 부부는 자신들만의 칼국수를 개발하기로 했다. 싸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연잎을 칼국수 속에 넣었다.

“연잎은 지혈작용부터 심신을 맑게 하고 몸속의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이 있어요. 이외에도 지방 분해,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등 좋은 기능만 있는 최고의 재료죠”


비싼 그릇에 저렴한 칼국수 듬뿍
손님들 대접받는 것 같아 좋아

강 씨 부부만의 연잎 칼국수가 탄생하기까지 3년의 세월이 걸렸다.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손님들 반응도 정말 좋다고. 특히 컵부터 주전자, 칼국수 그릇까지 모두 강 씨의 도자기를 사용한다. 저렴한 칼국수 한 그릇 즐기는 데 10만원이 넘는 도자기가 사용되는 것이다.

“어차피 도자기는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겁니다. 그저 장식용으로 두고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쓰였을 때 그 빛을 발하는 거죠.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효능을 보기 전까지는 ‘좋다’고 인지하지 못하듯 지금까지 도자기를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떻게 써야 하는 지 몰랐던 거에요”

좋은 그릇을 쓰는 만큼 손님들의 반응도 좋다. 간단한 한 끼 식사지만 고급 음식점에서 대접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손님 중에는 식사 후 이들 부부에게 ‘이렇게 좋은 음식을 줘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그릇에 이런 음식을 담아도 됩니까?’라고 묻는 분들도 있어요. 좋은 그릇에 음식을 줘 고맙다고 하는 분도 있죠. 저희를 찾아와주셔서 오히려 제가 인사를 드려야 할 판인데도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저희의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기쁘죠”


도자기 생활화에 앞장서고 싶어

강 씨는 손님들에게 종종 그가 만든 도자기 특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다. 음식점에서 도자기 강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럴 때면 질문까지 해가며 도자기를 배우는 손님이 많다. 생활 도자기는 일반 시민에게도 많이 알려졌지만 전통 도자기는 아직도 ‘장식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럴 때면 강 씨는 일반 그릇처럼 편하게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편하게 이용하기 부담스러워 하지만 좋은 흙과 불의 조화로 구워낸 만큼 많이 사용해 흙과 불의 좋은 기운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써보지 않고, 어떤 도자기인지 알지 못하고 가격만 접했을 때와 직접 사용하고 어떤 자기인지 알고 난 후 가격을 접했을 때는 느낌이 다르죠. 직접 경험하고 구매해 가는 분도 있어요. 우리 가게가 조금 더 잘되면 도자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전통 도자기를 알리기 위해 합심한 강 씨 부부. 이들은 “전통 도자기가 생활 도자기처럼 활성화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며 “그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도자기를 굽고 국수를 삶겠다”고 말했다.

물금읍 동중3길 5, 전화 384-9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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