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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경봉 스님 불교세계] 경봉대선사 ‘달마’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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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 스님 불교세계] 경봉대선사 ‘달마’③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4/07/22 10:26 수정 2014.07.22 10:25




 
↑↑ 일송 스님
시인
통도사 극락암
 
둥근 달이다. 선사는 원만하고 뚜렷해 의심의 여지없는 밝은 달처럼 이 세상에 오셨으니 때는 1892년 4월 9일 오얏꽃, 복사꽃에 녹음방초 우거지는 신록의 계절, 온 천지에 꽃물 들어 봄 몸살이 일어나는 초파일 바로 지나서다.

생명의 탄생은 늘 경이롭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안과 밖이 동시에 반응해 세상에 나온다. 알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병아리가 쪼아대는 것을 줄(啐, 떠들 줄), 이 소식을 알아채고 어미 닭이 밖에서 알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 쫄 탁)이라 한다. 이것이 동시에 일어나야 생명이 탄생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다.


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
땅 밑에서 하늘 끝까지
나 홀로 존재하며
세상이 모두 고통에 휩싸여 있으니
내 이를 편안케 하리라


석가모니는 2천6백여년 전 만년설산이 줄지어 선 봉우리들이 둘러싸인 히말라야 아름다운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셨다. 태어나자마자 일곱 발자국을 걸으면서 외친 선언이다.

마야부인 옆구리를 통해 세상에 태어나셨으니 비의적(秘儀的, 이성을 초월하는)으로 크샤트리아(무사계급, 정치 권역을 담당) 계층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기 부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나 일곱 걸음을 걷고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전인적인 존재’로서의 사람, 사람이 보물인 세상, 인간 개개의 완전성을 천명했다.

최근에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 마하데비 사원에서 목조로 지어진 불교사원이 발굴됐다. 유네스코의 사원 보존과 관리를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굴된 이 유적은 BC 550년경에 조성된 것으로 밝혀져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불교사원 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 이 사실은 네팔 불교학자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사원이 네팔 남부 룸비니 마하데비 사원 경내에서 발굴됐다고 공식 발표됐다. 
 
‘일체중생이 모두 여래와 같은 지혜와 덕상(德相)’을 갖추고 있지만 미혹하고 견해에 밝지 못하고 흐리고 나쁜 다섯 갈래의 세상에 빠져 자신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왜인가?

‘모든 존재하는 것은 꿈, 허깨비, 그림자, 이슬, 번개 같으니 마땅히 이렇게 관찰하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슈라와스띠에서 설한 불멸의 가르침 한 마디이다. 이 한마디는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문제를 부정의 부정을 통한 대긍정의 시금석을 놓고 있다. ‘아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렇게 소리쳐 보라. 그리하면 내면의 울림이 있을 것이다. 

선사는 경남 밀양군 부내면 계수동에서 태어나셨다. 속성은 광주(廣州) 김씨이며 이름은 용국(鏞國)이다. 아버지는 김영규(金榮奎), 어머니는 안동권씨(安東權氏)로서 명문의 자손이다. 독자인 아들이 출가해 스님이 된다하니 엄친의 수고로움이 컸을 터이다.

선사의 법명은 정석(靖錫), 시호는 원광(圓光), 볍호는 경봉(鏡峰)이다. 어려서 밀양 서부리 ‘죽하재(竹下齋)’ 강달수 선생 문하에서 사서삼경을 배웠다.

늘 글을 외우고 매진함이 가상해 주위 사람을 놀라게 했으니 타고난 총명이 남다른 것이었다. 매양 큰 뜻을 품고 행동이 올곧으니 세속의 연(緣)이 희박한 것인가. 급기야 용국은 16세에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고 생사의 근원을 좇아 행운유수의 길에 나선다.

무상(無常)은 삶의 또 다른 스승이자 동반자다. 불지종가(佛之宗家, 부처님의 큰 집)의 대선사가 그러하듯 무상을 깨침은 곧 세상과의 결별이다. 어차피 생은 삼사라 윤회전생(輪廻轉生, 끊임없이 돌고 돌아 태어나는 것)의 영역이다.

큰 뜻을 품고 세상에 나아가는 자는 길고 긴 삼사라의 영역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지는 사람이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비결은 안심법문(安心法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진리의 문. 곧 불도)에 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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