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서민회화다. 서민화가가 그린 서민 취향의 그림을 말하는 것이다. 민화는 전통회화보다 세련미나 격은 덜하지만 익살스럽고 소박한 형태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잘 나타낸다. 하지만 대중에게 민화는 옛날 것으로 치부되며 점차 잊혀지고 있었다.
이런 민화를 알리기 위해 나선 모녀가 있다. 손지영(28, 물금읍) 씨와 박춘희(52, 물금읍) 씨다. 민화로 사제지간이 된 모녀. 특히 딸이 강사로 활동하고 엄마가 딸의 제자인 이들은 ‘민화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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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어린 나이에 민화 강사된 딸
민화 매력 궁금해 강의 수강한 엄마
지난 2012년 9월부터 동원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민화반을 이끌고 있는 손지영 씨는 26살이란 어린 나이에 민화를 알리기 위해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민적인 그림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도전할 수 있고 소재도 무궁무진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씨는 “민화가 운명이었는지 다른 그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미술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서양화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동양화를 배우게 됐고 그러던 중 민화를 보고 ‘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림을 그릴수록 화려한 색감의 민화에 빠지게 된 손 씨는 어떡하면 민화를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양산에서 가장 먼저 민화반을 운영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박춘희 씨는 손 씨가 양산에서 강사로 활동하게 되자 호기심에 강의를 수강했다. 공부 잘하던 딸이 왜 민화에 빠지게 됐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양산제일고를 다니며 나름 공부도 잘 했던 딸이 갑자기 ‘엄마 나 그림 그릴 거야, 미술 선생님 할래’라고 말하며 미술에 빠지게 됐다. 진로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아이가 원하는 길이었기에 지원하게 됐다”며 “다른 지역에서 공부하고 와 양산에서 강사생활을 시작한다길래 딸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 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해져 수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민화반에서 사제지간이 된 모녀는 매일같이 함께 그림 그리고 이야기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하지만 박 씨는 딸에게 이내 섭섭함을 털어놨다. 같은 강의를 듣는 제자인데도 ‘엄마’이기 때문에 매번 지도 순위에서 밀려난다는 것.
박 씨는 “저도 모르는 게 많고 배우고 싶은 게 많은데 수업시간에 딸은 저에게 관심도 안 주는 일이 많다”며 “답답함에 지도를 기다리기보다 혼자서 그림을 연구해 그리는 때가 많은데 그렇게 그린 그림이 딸 마음에 안 드는지 매번 혼을 낸다”고 섭섭함을 털어놨다.
엄마의 발언에 손 씨는 “엄마는 집에서 그림 그리는 걸 자주 보고 그때마다 알려주기 때문에 강의 때 조금 소홀했던 건 사실”이라며 “섭섭함을 느꼈다면 미안하고 앞으로는 강의 때도 관심을 좀 두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 22일부터 민화반 전시회 개최
독특한 작품으로 관람객 시선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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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씨는 양산에 처음으로 민화반을 개설한 만큼 첫 전시도 자신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난 22일부터 23일 이틀간 양산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제1회 민화이야기 展’을 열었다. 2년 동안 민화를 배운 수강생 작품 40여점을 시민에게 선보인 것이다.
손 씨는 “민화는 한국 서민, 민중의 심성을 가장 쉽고 재미나고 솔직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그림 소재가 자유롭다. 그래서 민화의 특징은 살리되 수강생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라고 말한다”며 “수강생 대부분이 중년 여성인데 처음 그림을 그리거나 민화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이기 때문에 이미 그려진 민화를 따라 하기보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시도를 통하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민화 매력은 자유분방함과 몰입도
전시 등으로 민화 널리 알리고파
손 씨의 설명처럼 전통 기법과 현대적인 생각이 어우러져 색다른 재미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민화다.
손 씨는 “굳이 옛 민화와 똑같은 것을 그릴 필요가 없다”며 “민화의 매력은 자유분방함에 있는 만큼 그리는 사람이 원하는 걸 민화 기법으로 그리면 현대적인 민화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합심해 양산에 민화를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제 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잘 지도하는 선생님”이라며 “많은 분에게 민화의 멋과 매력을 전파하고 싶다”고 웃었다.
손 씨 역시 “엄마가 든든한 후원자로 있는 만큼 더 열심히 민화를 그리고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정기전, 거리 전시 등 기회를 만들어 양산시민이 민화와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김인숙 작 ‘책가도’ 전통 고가구와 책자를 주 소재로 썼지만 작품 내 연필이나 립스틱, 명품 가방 등 민화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를 부가적으로 사용해 민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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