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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앞치마와 장화만 들고 수해 현장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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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와 장화만 들고 수해 현장에 뛰어들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4/09/16 09:53 수정 2014.09.16 09:52
장안읍 수해 피해 뉴스보고 봉사 나선 권정희 씨

“어느 봉사단체예요?”… “그냥 양산시민이예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다음 날 뉴스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수해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기장군 장안읍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릴 적 생각이 났어요. 울산에 살았던 시절 저희 동네도 물난리가 난 적 있었거든요. 7살 때라 그때는 보고만 있었지만, 지금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남부동에 사는 권정희(51) 씨는 평소에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한 사람도 아니었고 간간이 물질로만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사람이었다.

‘나도 언젠간 봉사활동을 나가봐야지’라고 마음먹었지만 늘 다짐에서 그칠 뿐 실행은 못했다. 그런 권 씨가 지난달 28일 뉴스를 보자마자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무조건 돕자!’라는 생각에 앞치마와 장화 한 켤레를 들고 부산 기장군 장안읍으로 갔다.

“현장에는 부산 봉사단체들이 피해 수습을 돕고 있더라고요. 그 사이에 그냥 끼어들어서  일손을 거들었죠. 그렇게 반나절쯤 일하고 있으니 봉사단체 분이 ‘어디서 오셨어요?’ 하고 묻더라고요. 다들 단체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저는 앞치마만 입고 있었으니 뭐 하는 사람인가 궁금했나 봐요”

권 씨는 자신을 ‘한 양산시민’이라고 소개하며 봉사자들과 함께했다. 첫날은 물이 차 엉망이 된 장안농협을 복구하는 일에 투입됐다. 진흙투성이인 기자재를 꺼내 물로 헹구고 얼룩진 벽면과 바닥청소를 했다. 일은 산더미처럼 남았는데 해가 지며 봉사자들이 철수할 시간이 되자 그는 오히려 답답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가야 하는 게 아쉬운 거에요. 집에 가면서도 수해 현장이 생각나고 방에 누워서도 다 하지 못한 바닥청소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다음날도 나갔고 그렇게 추석 연휴 직전까지 1주일 정도 봉사하게 됐죠”

처음에는 농협이나 읍사무소 등 기관 복구에 일손을 거들었다. 일주일 정도 현장에 나가다 보니 권 씨는 봉사자들과도 친해졌고 마음이 맞는 봉사 동지도 만나게 됐다.

“울산에 사는 분인데 저처럼 혼자 봉사하러 오셨더라고요. 그분 ‘봉사하기 위해서는 지역 제한 없이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에 깊은 공감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아야만 이웃은 아니잖아요? 저도 모두가 다 이웃이라는 마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봉사자가 되고 싶어요”

권 씨는 “이제 장안읍 거리는 수해 피해를 언제 입었나 할 정도로 말끔해졌지만 기관이 아닌 개인 가정에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아직 피해 흔적이 남아있다”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장안읍에 갈 것이고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봉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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