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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스마트 시티, 똑똑한 도시를 가다
“기술의 차이가 아닌 생각의 차이”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4/09/16 10:10 수정 2014.09.16 10:08
① 스마트 시티, 진실 혹은 오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사무를 보고, 목욕탕에서 건강진단을 받고, 길거리 어느 곳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 모습.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이미 우리 곁에 펼쳐지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스마트 시티(Smart City)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모습을 바꾸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스마트 시티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스마트 시티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만 스마트 시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면 스마트 시티 역시 또 다른 시행착오 끝에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는커녕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다.

이제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ㆍ내외 사례를 통해 양산이 가야할 스마트 시티의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청라지구는 현재 스마트 시티 시범 운영에 착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 스마트 시티 전형을 만들겠다는 포부와 달리 스마트 시티를 전통적인 도시 개발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마트 시티의 등장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영상회의 등 첨단 IT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미래형 첨단도시”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21세기 새로운 도시 유형으로서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도시 구성원들간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교통망이 거미줄처럼 효율적으로 짜여진 것이 특징인 도시”


스마트 시티(Smart City)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란  컴퓨터, 미디어, 영상 기기 등과 같은 정보 기기를 운영ㆍ관리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이들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ㆍ생산ㆍ가공ㆍ보존ㆍ전달ㆍ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말한다.

그렇다면 정보통신기술이 스마트 시티에서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스마트 시티가 지금과 다른 도시 생활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라는 공간 특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과거 농경시대와 달리 현대인은 대부분 도시라는 공간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도시 인구 비중이 80% 이상이며 우리나라 도시 인구 비율은 90%를 넘어선 지 오래다.

한정된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는 자연스레 수많은 문제가 뒤따르고 있다.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살다보니 생겨나는 문제는 환경, 교통, 범죄 등과 같이 그 유형도 다양하다. 우리는 이 같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도시 관리가 아닌 도시 운영


지금까지 도시 행정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왔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개발’이다. 도로와 상ㆍ하수도와 같은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이를 도시민에게 공급하는 것이 도시 행정의 주요 업무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 같은 해결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도로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교통체증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고, 신도시 건설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었지만 환경오염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시 문제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다시 과거 농촌사회로 돌아가는 하는 것일까?

스마트 시티는 바로 이런 질문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통해 도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주고있다. 스마트 시티는 단순히 도시를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도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상황에 맞는 자원을 제공하는 ‘운영’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교통난’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를 살펴보면 기존 도시 관리 형태와 스마트 시티의 도시 운영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기존 도시 행정은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바로 도로 건설이다. 새로운 도로와 터널을 만들고 주차장을 확충해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서울과 같은 대도시 경우 더 이상 도로를 만들 공간이 없을 정도이며, 도로 개설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 과거 도시 행정은 교통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선택해 왔다. 스마트 시티는 이 같은 문제 해결 방식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도시 운영’이라는 개념을 갖고 출발한다. 최근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교통관제센터는 도로 확장이 아닌 교통 정보 활용을 통해 교통난이라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사진은 국도35호선 도로 개설 공사 현장.


스마트 시티는 새로운 도로 개설이 아니라 기존 도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 주목한다. 이미 대부분 대도시에 설치ㆍ운영되고 있는 교통관제센터는 스마트 시티의 좋은 사례다.

더 이상 막대한 비용과 환경 파괴가 발생하는 도로 개설이 아니라 도시민에게 정확한 교통 정보를 제공해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점을 찾는 것이다. 교통 CCTV와 차량에 부착된 센서 등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 교통 체증을 줄이는 방식이다.

물론 지금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교통관제센터는 스마트 시티의 초보적인 단계일 뿐이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점은 더 이상 개발을 통해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 서울도시고속도로 교통정보센터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빛과 그림자


이번 기획취재는 스마트 시티에서 운영되는 복잡한 정보통신기술을 설명하기보다 스마트 시티가 도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해결하려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 좋은 예로 현재 한창 건설 중인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면 스마트 시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53.4㎢), 영종(21.8㎢), 청라(17.8㎢) 3개 지구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겠다고 계획 단계에서부터 표방하고 나섰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설치한 도시통합운영센터는 도시민에게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각종 정보를 제공,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미 청라지구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 청라지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도시통합운영센터. 각종 CCTV와 센서 등이 제공하는 교통, 방범, 방재 정보가 한 곳에서 처리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준비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의 내용을 살펴보면 U-교통(실시간 신호 제어, 교통 정보 연계, 돌발상황 관리, 대중교통정보 제공), U-방범ㆍ방재(방범CCTV, 차량번호인식, 화재감시), U-환경(환경 VMS, 환경포털), U-시설물 관리(GIS 기반 시설물 관리), 도시민 정보제공(교통ㆍ환경 정보, 미디어보드, 앱 서비스), U-인프라(무선인터넷서비스, 광통신 네트워크) 등이다.

스마트 시티 전형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오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전체 21조4천500억원 사업비 가운데 스마트 시티 관련 사업비 3천553억원을 편성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작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에 주민들이 입주하기 시작하자 곧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낮은 입주율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내세웠던 많은 장점 가운데 스마트 시티와 관련한 부분을 살펴보면 여느 신도시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오히려 스마트 시티의 핵심이 되는 정보통신기술 활용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효과적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 적용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진실에 접근하게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한계는 과거 개발론 관점에서 정보통신기술을 도시기반시설의 하나로 파악하고 도입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가나 도시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수립한 계획에 따라 도시민에게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스마트 시티를 구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스마트 시티는 정보통신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기술 도입 이전에 물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문제 해결 방식을 제공하는 과거 형태가 아니라 도시민의 수요를 정확히 분석하고, 소통해 도시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쌍방향 형태의 도시 운영 체계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듯 스마트 시티가 추구하는 수준 높은 도시 생활 역시 정보통신기술이라는 도구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에 거주하는 도시민과 도시를 운영하는 국가, 지방정부, 기업, 사회단체 등의 주체들이 지금까지 도시 문제를 대하던 태도를 바꾸는 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의 첫 걸음이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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