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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스마트 시티, 똑똑한 도시를 가다
“편의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라”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4/09/23 09:48 수정 2014.09.23 09:48
②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사무를 보고, 목욕탕에서 건강진단을 받고, 길거리 어느 곳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 모습.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이미 우리 곁에 펼쳐지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스마트 시티(Smart City)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모습을 바꾸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스마트 시티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스마트 시티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만 스마트 시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면 스마트 시티 역시 또 다른 시행착오 끝에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는커녕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다.

이제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ㆍ내외 사례를 통해 양산이 가야할 스마트 시티의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 뉴욕 하이라인 공원은 주민 힘으로 버려진 고가철도를 철거하는 대신 지역 역사성과 환경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사례는 스마트 시티가 가져야할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바로 ‘소통’과 ‘역사’, ‘환경’ 그리고 ‘미래’라는 새로운 가치를 시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스마트 시티의 내일이라는 사실이다.


스마트 시티(Smart City)의 중요한 요소는 정보통신기술(ICT)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적용시키는 사람의 생각이 스마트 시티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과거 기계 발달로 인해 시작된 자동화 사회는 효율성과 편의를 가져다 줬지만 사람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편의를 강조한 나머지 정작 사람의 가치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스마트 시티 역시 이러한 자동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답습하지말란 법이 없다. 공상과학영화에서 그리는 미래 사회가 대부분 어두운 뒷면을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시행착오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뉴욕 하이라인(Highline)의 변신




미국 뉴욕 첼시지역에 위치한 하이라인(Highline)은 고가철도 위에 시민 휴식 공간을 만든 공원으로 유명하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고가철도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은 바로 이 지역 주민이다.

하이라인 역사는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욕시는 화물 운송을 위해 도로 위에 철로를 깔게 된다. 이후 시내는 사람과 마차, 증기차, 자전거가 한데 뒤엉켜 다니는 혼란스러운 곳으로 변하게 됐다. 혼잡한 도로는 수많은 부상자와 사망자를 낳게 되고 결국 ‘죽음의 거리’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뉴욕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29년 도로 위를 다니는 고가철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 계획이 바로 하이라인의 시작이다. 하지만 도시 미관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된 고가철도는 오로지 화물 운송이 목적이었다. 시내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며 심지어 건물을 통과하는 형태로 계획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가철도는 애물단지로 변해버렸다. 도로망 발달과 철도보다 편리한 각종 운송수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철도운송량 자체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결국 1960년대 뉴욕시는 남쪽지역 고가철도 절반가량을 철거하고 1980년 마지막 철도 운송을 끝으로 철거하지 않은 고가철도는 20여년간 방치됐다.

고층 건물 사이를 횡단하던 고가철도가 흉물 상태로 방치되자 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하지만 고가철도가 가진 역사성에 주목한 주민들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흉물에 불과하지만 뉴욕 역사를 보여주는 고가철도를 철거하기보다 다른 용도로 활용하자는 주장이었다.
 
↑↑ 공원 개발 이전 방치돼 있었던 하이라인 모습.


주민들은 ‘하이라인의 친구들’이라는 비영리공익단체를 만들어 하이라인 활용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고가철도를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의견이 채택돼 현재 하이라인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놀라운 점은 공원을 조성하면서 과거 형태를 최대한 유지한 것도 모자라 방치 당시 생태계 모습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공원을 계획했다는 점이다. 화물운송시대의 풍경과 그 이후의 풍경을 현재에 고스란히 녹여내는 방식인 셈이다. 

현재 1, 2단계 1.8km 구간을 공원으로 조성한 하이라인은 나머지 3단계 0.6km 구간을 스마트 시티에 어울리는 곳으로 변신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고 있다. 1, 2단계가 환경ㆍ생태 공간으로 조성됐다면 3단계는 공공와이파이망 구축, 쓰레기 진공처리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한 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도심 건물 숲에서 진정한 생태숲을 구현한 하이라인은 주민과 행정, 기업 등 사회주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물로 스마트 시티 특성 가운데 하나인 ‘쌍방향 소통’을 보여주는 사례다.


뉴욕 얼굴이 달라지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세계 최대 도시인 뉴욕에는 수많은 볼거리와 랜드마크가 있다. 하지만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뉴욕에 처음 도착하게 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뉴욕 명물인 뉴욕 택시, 옐로우캡(Yellowcab)이다. 눈에 띄는 화사한 노란색으로 색칠하고 거미줄처럼 얽힌 뉴욕 거리 구석구석을 오가는 뉴욕 택시는 그 자체로 색다른 볼거리다. 미국 뉴욕한인회 이사장 출신이었던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가 도지사 재직 당시 경남지역 택시를 노란색으로 한 것은 뉴욕택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천편일률적인 세단형 택시가 다양한 이용자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으로 변화한 것은 스마트 시티가 가지고 있는 ‘이용자(소비자) 중심’이라는 철학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미국 전문디자인회사인 스마트디자인(Smartdesign)사는 최근 뉴욕 택시에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이용자 중심의 택시 문화를 보급하고 있다. 스마트디자인사는 우리나라 현대카드 디자인을 담당한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이용자(소비자) 중심’의 디자인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 회사가 뉴욕 한 비영리단체와 함께 재능기부형태로 진행한 뉴욕 택시 개선 공공프로젝트 사업은 천편일률적인 뉴욕 택시를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스마트디자인사가 뉴욕 택시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뉴욕을 찾는 수많은 방문객과 시민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택시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인 세단형 택시가 대부분이었던 탓에 뉴욕 시민과 방문객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스마트디자인사는 관광객을 위해 천장을 통해 뉴욕 마천루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과 쇼핑한 물건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는 공간 등을 택시 디자인에 반영했다. 아이와 노약자를 위해 편리하게 타고 내릴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했고, 업무 상담을 위해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좌석 배치도 고안했다. 더구나 하루 종일 택시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운전자를 위해 에어컨을 손님좌석과 별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와 같은 디자인은 뉴욕시에 제안돼 뉴욕 택시를 공급하고 있는 닛산자동차가 받아 들여 현재 뉴욕 택시 30%가량이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스마트 시티의 ‘이용자 중심’이라는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행정과 기업 등의 주체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이용자인 시민이 보다 실질적이고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가야할 스마트 시티의 방향이다.

한편, 세계 각국 도시와 스마트 시티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인 IBM은 스마트 시티와 관련한 캠페인을 통해 스마트 시티는 바로 생각의 차이에서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회사에서 정작 단순한 판자를 이용해 시민 삶을 바꾸는 풍경이야말로 스마트 시티의 시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기술 적용보다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스마트 시티는 자동화 시대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사람 중심 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도시의 미래다.

↑↑ IBM은 스마트 시티 캠페인을 통해 “스마트 시티는 생각이 만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단순한 판자를 통해 손쉽게 계단을 오르내리고, 비를 피하고, 쉴 곳을 만들어주는 것이 스마트 시티 본연의 모습이라는 IBM의 주장은 첨단기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첨단기술을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활용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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