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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목각 인형에 영혼을 불어넣다..
사람

목각 인형에 영혼을 불어넣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4/09/23 10:29 수정 2014.09.23 10:29
줄 매달아 움직이는 인형으로

웃음 전달하는 신동호 씨




손, 발, 머리 등에 줄을 매달아 움직이는 목각 인형, 마리오네트(Marionette).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그저 평범한 인형에 줄이 달린 모습일 뿐이지만 신동호(49, 원동면) 씨가 인형 줄을 잡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까지 사람처럼 유연하다. 걸음을 걷는 것도, 심지어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는 모습까지 자연스럽다. 무생물인 인형에게 영혼을 불어넣는 신 씨는 혼자 ‘나루 인형극단’을 운영하며 전국을 돌면서 인형극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미술학원 운영하던 평범한 미술학도
줄 인형의 정교함에 빠져 제작 도전

부산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던 신 씨는 졸업 후 입시학원에서 미술을 가르쳤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자율성과 재미가 없는 입시 교육에는 염증을 느껴 김해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진짜 미술 교육’을 해보자는 생각에 물감을 얼린 조각으로 색칠을 하는 등 색다른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어느 캠프에서 우연히 손 인형극을 접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신 씨도 직접 인형을 만들어 공연했다. 학원뿐만 아니라 인근 학교, 이벤트 업체에도 알려져 생업인 학원을 팽개쳐두고 공연을 나가기도 했다. 그만큼 인형극이 재미있었다.

그 와중에 우연히 영화에서 ‘줄 인형’을 보고 인형의 정교한 움직임에 충격을 받았다. 손 인형과 다르게 감정표현까지 가능한 줄 인형이 마냥 신기했다. 신 씨는 그때부터 줄 인형 만들기에 돌입했다. 줄 인형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자문할 누군가도 없었다. 그냥 영화를 보며 그 ‘인형’과 똑같은 인형을 만들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했다. 그렇게 만든 인형이 맘보다.

“모든 걸 혼자 연구해서 만들다 보니 1주일에 6일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어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제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표현되는 상황이 짜증 나고 지치더라고요. 근데 꼭 하루는 웃었어요. 결국엔 제가 해냈거든요”

춤, 그림 등 장기 다른 인형 만들어
요리하는 줄 인형에 도전할 예정

그의 첫 인형인 ‘맘보’는 처음 만들고 나서 7년 만에 완벽한 모습을 갖췄다. 맘보는 이름처럼 ‘맘보춤’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재주꾼이다. 관능미 넘치는 아가씨 ‘혜경이’는 가수 박혜경의 노래를 들으며 만들어진 데서 유래했다. ‘황진이’는 가야금에 능한 미녀이며 ‘꺼벙이’는 붓으로 그림 그리기 선수다. 가수 싸이를 그대로 옮겨놓은 ‘싸이’는 진짜 싸이와 똑같이 강남스타일 춤을 춘다.

이처럼 신 씨가 다루는 인형은 다섯 개. 보통 줄 인형극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인형으로 여러 가지 공연을 진행하지만 그는 재주와 성격에 맞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어 인형에 욕심을 냈다. 최근에는 요리하는 인형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1일 SBS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신 씨에게 제작진이 제안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요리’였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꺼벙이로 두부를 썰었어요. 성공은 했지만 꺼벙이의 장기가 아닌지라 조금 서툴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리하는 인형을 만들까 생각 중이에요. 인형이 튀김을 튀기고 관객들에게 권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재미있잖아요?”

관객과 인형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좋아
원동에 마리오네뜨 전시관 만드는 게 꿈

공연이 업인 이들이 그러하듯, 신 씨도 공연을 보고 관객이 웃고 기뻐할 때 덩달아 신난다고 말한다. 신 씨가 움직이는 인형을 보고 울고 웃는 관객의 모습을 보면 ‘더 좋은 공연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관객에게 제 인형이 주인공이에요. 공연이 끝나면 잊힐 기억일지 몰라도요. 20분 정도 짧은 시간이지만 제 인형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그 시간이 행복합니다. 공연이 끝났을 땐 저에게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라고 한 마디 건네주는 관객 덕에 행복하고요”

이제 신 씨는 공연이 아닌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원동에 마리오네뜨 전시관을 만드는 것이다.

“마리오네뜨는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고 전문가도 적기 때문에 일반이 접하기에 어려워요. 그래서 마리오네뜨 전시관을 만들어 마리오네뜨에 대해 다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인형을 접하고 체험도 하고 공연도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전시관을 만들면 입구에 3 m가량의 대형 줄 인형을 만들 계획이라는 신 씨는 언젠가 전시관이 생기면 꼭 놀러 오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말처럼 마리오네뜨 천국이 양산에 생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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