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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Calligraphy)란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이다. 의미전달의 수단이라는 문자의 본뜻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쳐 가는 효과, 여백의 균형미 등 순수 조형의 관점에서 문자를 보는 것을 말한다.
시연 학생이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것은 올해 초.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공부에는 흥미가 없어 따분한 나날을 보내던 중 담임선생님이 체육대회에서 반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쓴 붓글씨를 보고 ‘멋있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 길로 담임선생님에게 붓글씨에 대해 물어보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캘리그라피’를 알게 됐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준비물을 사고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무작정 따라하며 손 글씨를 독학했다.
“원래 그리고 만들고 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혼자서 그림도 자주 그렸어요. 동물을 좋아해서 연필 스케치를 자주 그려요. 학교에서 받은 프린트물 뒷면에 호랑이도 그리고, 고양이도, 강아지도 그려요. 그리다 보니 조금씩 늘더라고요. 그래서 캘리그라피도 아무 곳에나 많이 적어보면서 시작했어요. 역시나 계속 쓰다 보니 늘더라고요. 실력이 느니까 재미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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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실력 인정받아 책에 참여
그런 시연 학생이 책에 ‘작가’로 참여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시연 학생은 올해 봄부터 다니기 시작한 부산꿈다락문화학교에서 사진작가 이동근 씨 특강을 듣게 됐다. 이 작가는 그때 시연 학생이 쓴 캘리그라피를 보고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했다.
전문가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혼자 터득해낸 글씨인 만큼 시연 학생의 개성 있는 글씨가 마음에 꼭 들었던 것이다.
“캘리그라피도 올해 시작해서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아서 당황했죠. 근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잘 할 자신도 있었고요. 다만 ‘작가’ 자격으로 함께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럽긴 했는데 그래도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최선을 다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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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배우고 싶은 학문을 더 깊게 공부하는 곳이 대학인데 지금 대학은 그저 취업의 첫 단계잖아요. 그게 싫어요. 그래서 대학에 진학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것, 잘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갈 생각이 없어졌어요. 물론 집에서는 대학만큼은 꼭 가라고 하지만요”
시연 학생은 그래도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활동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는다며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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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리마켓’ 작가로도 활동
그림과 글뿐만 아니라 심심하면 브로치, 필통이나 파우치도 직접 만든다. 손으로 뭔가를 하는 게 늘 습관이 된 것이다.
“파우치나 필통을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해요. 그러면 반응이 진짜 좋거든요. 언젠가 ‘이런 거 팔아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고민 끝에 부산 온천천에서 열리는 ‘부산대 아마존 프리마켓’ 작가로도 참여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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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프리마켓 참여하는 작가 중에 제가 막내라 예쁨을 많이 받아요. 다른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다음엔 이걸 해야겠다 다짐도 하고요. 작가 중에 목공예를 하는 분이 있는데 직접 기타도 만들고 책상도 만드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엔 나무 작품을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손으로 하는 모든 것에 자신 있다는 시연 학생은 자신만의 공방을 갖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공방 안에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공예도 하며 자신만의 꿈을 펼치고 싶다는 것이다.
“차근차근하다 보면 언젠가 제 꿈을 이룰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캘리그라피로 사진집에 참여하는 것에 중점을 둘 생각이고 그게 끝난 후에는 목공예도 배우고, 그림도 계속 그릴 거고 프리마켓 작가도 할 거에요. 공부 안 하는 절 보며 걱정하는 어른도 있겠지만 지금 이게 행복한 걸요. 이대로 즐겁게 사는 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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