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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스마트 시티, 똑똑한 도시를 가다
“협력과 공감을 통한 안전 대책 필요”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4/09/30 10:39 수정 2014.09.30 10:39
③ 도시, 안전을 생각하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사무를 보고, 목욕탕에서 건강진단을 받고, 길거리 어느 곳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 모습.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이미 우리 곁에 펼쳐지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스마트 시티(Smart City)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모습을 바꾸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스마트 시티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스마트 시티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만 스마트 시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면 스마트 시티 역시 또 다른 시행착오 끝에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는커녕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다.

이제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ㆍ내외 사례를 통해 양산이 가야할 스마트 시티의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는 건물들과 거리를 빽빽하게 채운 자동차와 사람들. 뉴욕은 세계 최대 도시라는 명성답게 늘 분주하다.

이런 뉴욕에서 안전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뉴욕소방국(FDNY, Fire Department City of New York)은 늘어나는 재난 사건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스마트 시티(Smart City)’에 주목하고 있다.

↑↑ 뉴욕소방국은 도시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ㆍ대처하는 운영센터를 설치해 안전 관련 기관이나 부서로부터 전달된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 신속한 대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술이 아닌 협력 문제


뉴욕소방국 운영센터 담당 티모씨(Timothy E. Herlocker) 씨는 스마트 시티와 관련해 “모든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비슷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협력의 문제”라고 말한다.
뉴욕에는 뉴욕소방국 외에도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과 부서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재난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관과 부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뉴욕의 경우 2001년 9.11 테러 이후 안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다.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 대형 참사를 보며 뉴욕 시민은 평온한 일상이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됐다.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뉴욕시 역시 긴박한 상황에서 최대한 시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신속한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현재 뉴욕시에서는 하루 1천400여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형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화재사건은 15건가량이다. 수백 수천명 사람이 오고가는 대형건물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재산은 물론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 뉴욕소방국은 하루 3천500여명 응급요원들이 시민 재산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티모씨 씨는 “기후 변화나 지진 등 다양한 재난상황에서 결정권자에게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문제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처해야 할 다양한 기관과 부서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공동대처 방안을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기가 끊기거나 대중교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상ㆍ하수도와 같은 시설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측되는 모든 분야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올바른 결정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 시티가 추구해야 할 목표라는 설명이다.

뉴욕소방국에는 재난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운영센터가 설치돼 있다. 이곳은 도시 곳곳에 설치된 CCTV와 각종 센서에서 보내는 정보를 취합해 재난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가령 건물에 화재가 났을 때 이를 소방부서에 알리고 건축부서에서는 해당 건물 설계도면을 전송해 화재 진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교통 통제에 필요한 사항을 경찰과 교통담당부서로 통보하는 기능도 연계돼 있다.

일단 화재가 나면 건물 주소가 자동으로 파악되고 다른 부서에서 파악하고 있는 건물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소방국 화재예방부서는 사고 이후 화재 기록이나 정보를 가지고 또 다른 재난 발생 위험성에 대해 예측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뉴욕소방국 공식 트위터 계정


협력 없는 대책은 무용지물


양산 역시 뉴욕과 유사한 통합관제센터를 지난해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교통ㆍ방범ㆍ재난상황을 감시하는 모든 CCTV를 한 곳에서 통제하고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곳이다. 양산시 통합관제센터는 CCTV로 수집된 정보를 통해 운영 시작 이후 6개월간 120여건의 사건사고에서 범인 검거와 해결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 차이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우리나라 대부분 도시에서 이러한 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티모씨 씨가 말한 대로 문제는 ‘협력’이다. 뉴욕 경우 소방국이 뉴욕시에 소속해 있고 경찰 역시 뉴욕시 소속이다. 우리나라 행정체계와 다른 뉴욕에서도 기관과 부서간 협력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재 양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통합관제센터의 한계 역시 분명해진다.

↑↑ 지난해 4월부터 운영 중인 양산시 통합관제센터. 양산시가 지역 내 설치된 CCTV를 통합관리하는 곳이지만 우리나라 행정체계상 치안, 소방 행정이 분리돼 있어 재난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들 기관간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티모씨 씨는 “뉴욕 안전은 소방, 치안, 교통, 상ㆍ하수도, 청소 등과 같은 40여개 부서가 함께 책임져야할 문제”라며 “특히 결정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신속한 대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위해 모든 부서가 함께 일한다는 사실을 공감하고 적극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지만 불과 얼마 전  세월호 사건에서 우왕좌왕하던 정부 모습을 목격한 우리로서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말이다.

한편, 정보통신 관련 전문가들은 이미 스마트 시티에 필요한 대부분 기술은 완성돼 있다고 한다. 안전 분야에 활용되는 CCTV는 이미 대중화돼 있고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술 역시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재난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부서 정보들이 취합되지 않는 한 CCTV와 같은 센서를 통해 취합된 정보는 ‘반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설령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지더라도 관련기관이나 부서가 제각각 움직인다면 효과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하기 쉬운 일이다.

스마트 시티는 결국 안전을 함께 책임진다는 가치 아래 모든 사회주체가 정보를 공유하고 각자 역할을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미래 도시 모습인 셈이다.


[인터뷰] 뉴욕소방국 소셜미디어 담당 에밀리(Emily Rahimi) 씨

“시민과 함께 안전을 만들어 간다”


뉴욕소방국은 2005년부터 소셜미디어(Social Media)에 주목하고 이를 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뉴욕소방국 소셜미디어 담당인 에밀리(Emily Rahimi) 씨는 “뉴욕소방국은 세계 소방 관련 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해 시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시민 반응을 정책에 반영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며 “SNS에 가입한 시민은 소방국에 실시간으로 재난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뉴욕소방국이 소셜 미디어에 주목하게 된 배경을 무엇일까?

에밀리 씨는 소방국이 파악할 수 있는 재난정보는 예산과 인력 등 문제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재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시민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2012년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신디(Cindy) 때 SNS는 소방국이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에밀리 씨는 “허리케인으로 인해 전기가 끊기고 전화와 같은 기존 연락수단이 두절된 상황에서 트위터를 통해 대피,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줘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소방대원 역시 시민이 보내온 정보를 활용해 구급활동에 나서는 등 SNS 활용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각종 재난상황에 처한 시민이 직접 SNS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안전 업무에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양산소방서 역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각종 정보를 알리고 있지만 아는 시민이 많지 않은데다 소방서 홍보 역할에 그치고 있다.

에밀리 씨는 “재난상황에서 SNS는 매우 유용한 정보전달수단”이라며 “소방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시민이 안전문제에 함께 참여해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보완하는 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안전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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