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스마트 시티, 똑똑한 도시를 가다
“도시 위기를 한 발 앞서 준비하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4/10/07 09:27 수정 2014.10.07 09:27
④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의 꿈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사무를 보고, 목욕탕에서 건강진단을 받고, 길거리 어느 곳에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 모습.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이미 우리 곁에 펼쳐지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스마트 시티(Smart City)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모습을 바꾸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스마트 시티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스마트 시티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만 스마트 시티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면 스마트 시티 역시 또 다른 시행착오 끝에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는커녕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다.

이제 스마트 시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ㆍ내외 사례를 통해 양산이 가야할 스마트 시티의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 캘리포니아주는 에너지 위기 관리를 위해 다양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구축을 통한 스마트 시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작 그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이 바로 ‘물’과 ‘공기’다. 그리고 현대인에게 물과 공기처럼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바로 ‘전기(에너지)’다. 전기 없는 일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전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막대한 비용과 환경 파괴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이들은 드물다.

2011년 3월,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를 분명히 목격했다. 바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값싸고 안전하다던 원자력발전이 결코 안전하지도, 값이 싸지도 않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이미 유럽은 원전 폐쇄를 결정했고, 우리나라 역시 원전 확대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또 다시 전기의 중요성과 원전 위험성에 대해 잊은 채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세계 각국 스마트 시티(Smart City)는 물과 공기처럼 우리 주위에 늘 필요하지만 중요성을 잊고 사는 전기를 보다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 주목하고 있다. 자칫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에너지난을 극복하기 위한 스마트 시티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 기존 전력공급체계처럼 발전소에서 전력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방식이 아니라 발전소와 전력소비자 사이를 촘촘하게 연결해 다양한 방식으로 전력생산과 저장,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캘리포니아, 위기를 생각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에너지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alifornia Energy Commision)를 운영 중이다. 1972년 법 제정과 함께 출범한 위원회는 1975년부터 실질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 주요 업무는 캘리포니아지역 전력사용현황을 파악해 전력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낡은 전력공급망으로 인한 크고 작은 정전사태를 경험하며 에너지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03년 일어난 북미정전사태다. 2003년 8월 14일 캐나다와 미국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는 캐나다 온타리오 일부 지역 발전소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마치 도미노처럼 정전을 불러와 6시간 정도 정전에 5천만명 정도 사람들에게 전기를 공급하지 못했다.

정전사태 시작은 한 개 발전소였지만 한 개 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전력량을 연결돼 있는 다른 발전소에서 감당해야 함으로써 또 다른 발전소를 공급초과 사태로 몰아넣고 곧 다시 발전 중단 사태를 일으키는 등 연쇄적인 발전소 전기 공급이 주 원인이었다. 당시 미국 동부지역 대도시는 정전으로 인한 혼란을 테러에 비유할 만큼 사회적인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전으로 인해 도시 기능이 순식간에 마비된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위기 관리는 도시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됐다. 

↑↑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alifornia Energy Commision)에서는 발전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지역을 둘러싼 전력공급망이 아니라 실제 전력소비가 이뤄지는 단위별로 전력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마이크로 스마트 그리드(Micro Smart grid)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추진 중이다. 우선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제로넷에너지홈(Zeronet energy homes), 즉 외부로부터 물과 전기를 받지 않고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집과 건물을 만들기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기존 전력체계가 발전소에서 일방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형태로 돼 있는 것을 전기를 사용하는 곳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는 2020년까지 전체 전력 33% 이상을 태양열과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한 법을 제정했다.

구체적으로 ‘SB17’이라는 법을 제정해 전력회사에서 해마다 제로넷에너지홈과 관련한 추진절차와 목표에 관한 로드맵을 제출하게 했다. 또한 ‘AB2514’라는 법은 에너지스토리지멘데잇(Energy Storage Mandate)이라는 법안으로 사용전기 3~4%를 2차 전지에 저장했다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사용하도록 한다. 이밖에도 캘리포니아는 1990년 탄소가스배출량을 80%까지 줄이는 법안(AB32)을 마련하는 등 에너지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가 이렇게 법적인 강제력까지 동원하며 에너지 위기를 대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에너지 위기는 심각한 도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캘리포니아가 선택한 것은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로 전력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스마트 그리드란 전력계통망을 디지털화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전력 생산유통 시스템을 말한다. 발전소에서 일방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와 공장, 가정에서 스스로 전기를 생산해 발전소와 함께 쌍방향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사용하는 방식인 셈이다.

위기 극복은 똑똑한 소비부터

↑↑ 스마트 미터(Smart meter)는 전력사용과 관련한 다양하고 세부적인 정보를 중앙관리시스템으로 보내 그 분석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전력사용정보를 제대로 파악한 소비자는 어느 시간대에 어떤 전기용품으로 인해 전력소비가 발생하는지를 알고 실질적인 전력소비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캘리포니아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바로 정확한 전력소비형태를 분석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스마트 미터(Smart meter)다.

스마트 미터는 기존 검침방식과 달리 전력사용누적량만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사용시간과 전기용품별 사용량 등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취합할 수 있도록 한다. 캘리포니아 경우 이미 전체 80% 전력소비자들이 스마트 미터를 설치한 상황이다.   

캘리포니아 전력회사 가운데 하나인 SMUD(Sacramento Municipal Utility District)는 우리나라 한전과 유사한 일종의 공기업으로 비영리로 운영된다.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데 전력을 공급하는 소비자 61만 구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람 수로 환산하면 140만명가량이다.(구좌는 전기가 공급되는 한 가정, 한 회사 단위) 이곳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소비자들은 이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스마트 미터 설치를 완료해 자신들의 전력사용정보를 제공받아 똑똑한 소비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예를 들어 스마트 미터를 통해 어떤 시간에 자신이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으로  받아 그 시간에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SMUD에 연락해 전력사용량이 급증할 경우 해당 전기용품 사용을 중단할 수 있는 원격제어도 가능하다.

↑↑ 캘리포니아지역 대부분 빌딩은 자체 빌딩관리시스템을 통해 주요 전력사용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에너지 절약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에서 에너지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에너지 위기 관리능력이 도시 기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시티가 고민하는 방향은 바로 ‘소통’이다.

발전소에서 전력소비자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기존 전력공급체계에서 전력소비가 일어나는 곳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해 발전소와 쌍방향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그리드 역시 이러한 ‘소통’의 가치에서 모델을 찾고 있다. 스마트 미터를 통해 전력소비자와 전력회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전력사용방식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소통’의 또 다른 모습이다.

SMUD 스마트 그리드 담당자인 돈 자콥스(Don jacobs) 씨는 “스마트 그리드를 추진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소비자와 소통”이라며 “전기 사용을 시간대별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소비자가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해 소비자가 직접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 스마트 그리드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