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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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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곳곳에 만연한 비리
구조적 부조리 척결하는 길은
참교육 밖에는 대안이 없다
성적순으로 줄 세우지 말고
인간을 만드는 교육 돼야
시험 점수에만 의존하는 대학입시 방식을 개선하고자 마련한 입학사정관 전형 제도가 교사와 학부모가 공모한 허위 스펙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졌다. 지난주 주요 일간지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고등학생을 둔 부모가 현직 교사를 매수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생활기록부를 허위로 조작해 명문대학 합격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물론 그 이면에는 거액의 돈이 오갔다. 학생부를 조작하는 수법은 실로 다양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개인병원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는 기본이고 교사가 자신의 노모를 이용해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주는 선행을 한 것처럼 경찰에 신고해 표창을 받도록 했다. 학교 외 행사나 대회 참여도 적극 활용했다. 전국 백일장에 국어교사가 대신 써 준 시로 금상을 받았는가 하면,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대회에는 다른 학생을 내보내고 그 수상실적을 가로챘다.
가지도 않은 북유럽 체험기도 학교에 제출해 학생부에 등재되도록 했는데, 더욱 가관인 것은 해외여행 기간에 국내 다른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들통이 났다는 것이다. 수천만원의 금품이 오간 대가 치고는 가히 완벽한 사기행각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유수 대학에서 이러한 ‘위조 스펙’에 넘어가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입학시켰다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는데 대학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는 통에 우리나라 초ㆍ중ㆍ고등학생은 일관된 학습지도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 따라 성적 줄서기에 희생된다는 비판에 대응해 여러 가지 변형된 입시제도가 수립됐지만 최근 들어 가장 혁신적인 대안으로 평가된 입학사정관 전형마저 편법과 탈법 수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우리 아이들 미래는 참으로 어두울 수밖에 없다.
작금 교육정책은 특목고다 자사고, 자공고다 해 평준화에 걸맞지 않은 사실상 차별정책을 펴 옴으로써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시대가 돼 버렸다. SKY로 불리는 초일류 대학 신입생의 가정환경은 이제 중산층 이상이 대부분이다. 치열한 면학으로 판ㆍ검사가 되던 시대도 지나갔다. 로스쿨 제도는 옥상옥(屋上屋)으로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넘쳐나는 대학들은 저마다 살기 위해 신입생을 유인하는 사탕발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금 대학에서 학문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학생에게서 낭만과 열정을 찾아볼 수 있는가. 대학에 들어오기 전 12년과 대학교 4년을 다 이수한들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많은 수의 대학 강의실을 보라. 목표를 상실한 눈동자들, 그들을 바라보는 교수의 절망은 사실상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대학이 취업준비장으로 변질한 지 오래고, 이미 학생은 인문학을 잊어버렸다.
인성교육은 뒤로 밀린 채 모국에 대한 애국심마저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판국에 누가 자기 아들을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스펙을 돈으로 산 엄마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아이조차 그렇게라도 명문 코스를 밟아 나가야 부와 명예를 차지할 수 있음을 이미 터득한 것이 아니겠는가.
땅에 떨어진 인성교육을 다시 살리는 것만이 우리나라 미래의 명운을 좌우하는 길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교육해야만 한다. 이미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국가와 사회 근간을 흔든 고질적 병폐를 똑똑히 봤다. 이제 다시 우리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의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실히 인식하게 됐다. 가정에서는 남을 배려하는 이타(利他)정신을 가르쳐야 하고, 학교에서는 기초적인 질서를 지키는 사회성을 가르쳐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취소됐던 수학여행이 대부분 학교에서 재개된다는 소식이다. 아이들로서는 기쁜 소식이지만 아직도 우리 교육계에서는 수학여행을 문자 그대로 활용하는 것 같지 않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지가 대부분 놀이동산이라는 사실은 뭘 말해주는가.
기껏 사나흘 공부에서 해방된 아이들을 손목에 놀이기구 이용권 달랑 채워주고 하루를 내팽개치는 것이 수학(修學)여행이라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아이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