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북면 백록리에 있는 세원선인장 비닐하우스. 약 2천㎡에 달하는 비닐하우스에 들어서면 각양각색 선인장이 지천이다. 몇 개인지 셀 수 없이 많은 선인장을 매일같이 돌보는 것은 박정문(62), 김덕기(58) 씨 부부의 몫.
선인장을 다듬고 잘 자랄 수 있게 흙을 갈아주고 물을 주는 등 잠시도 쉴 틈 없이 움직이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힘들께 뭐 있느냐”고 말하는 박 씨 부부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친구 추천으로 선인장 처음 접해
“선인장은 힘든 마음 달래준 친구”
박 씨가 선인장과 인연을 맺은 건 20년도 훌쩍 넘은 어느 날이었다. 친구가 선인장을 하나 키워보라며 선물로 줬다. 그때만 해도 선인장을 키우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관상용으로도 선호하지 않았고 선인장의 장점도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었다.
박 씨 역시 선인장의 ‘선’ 자도 몰랐다. 하지만 친구가 선물로 준 것을 잘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찾으며 선인장을 배우기 시작했다. 개인택시를 하며 힘들게 생계를 이끌던 그에게 선인장을 공부하는 그 잠깐의 시간은 힘든 노동을 치유하는 시간이 됐다.
“한창 일할 때만 하더라도 성격이 급한 편이었죠. 일을 빨리해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급한 성격도 선인장이 차분하게 바꿔줬죠. 선인장은 다육식물과 비교하면 더디게 크는 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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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나면 집에 와 무조건 선인장부터 돌보는 남편을 보고 아내 김 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박 씨 혼자 선인장을 공부하더니 다른 종 선인장을 사와 직접 접목하기도 하고 새로운 품종을 재배하는 것을 보며 급한 줄만 알았던 남편의 우직한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선인장 앞에만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어요. 저도 처음엔 그런 남편이 신기하고 한편으론 이해를 못 했죠. 가시 돋친 선인장이 뭐가 저렇게 예쁠까 싶어서요. 그런데 보다 보니 선인장도 저마다의 모습으로 피더라고요”
화분에서만 선인장 키우기 힘들어
2001년부터 농장 경영 시작해
그렇게 박 씨 부부는 끝없는 선인장 매력에 푹 빠졌다. 특별한 관리 없어도 죽지 않는 선인장 특성 덕에 이들 선인장은 소형에서 중형 크기로 점점 자랐고, 집에서 화분으로만 선인장을 키우기 힘들다고 생각해 동면 사송리에 비닐하우스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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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이 중형 이상이 되려면 5년이 넘어야 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크기가 커지거든요. 집에서 잘 자라는 선인장을 보니 땅에서 더 크게 키워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농장을 경영하게 됐죠. 다행히 저희 부부의 뜻에 아들도 따라줘 함께 농장일을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농장을 꾸려가고 있는 박세원(34) 씨는 “아버지가 손수 키운 선인장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기 때문에 제가 아버지 선인장을 알리고 싶었다”며 “다른 건 몰라도 경상도에서는 저희 농장보다 더 많은 선인장 종류와 큰 규모를 보지 못했다”고 자랑했다.
경상도 넘어 전국 최고
선인장 농장 될 것
주말이면 이들 농장에는 선인장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막 자라기 시작한 선인장부터 성인 남성 허리까지 오는 대형 선인장을 구경하며 연신 감탄사를 뱉는다.
“저희 농장에 한 번 오면 다들 감탄만 하죠. 그냥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자연 치유가 된다니까요. 선인장이 내뿜는 신선한 공기와 초록 나무가 주는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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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꾸린 동면 비닐하우스는 3천300㎡가 넘는다. 거기다 하북면에 있는 2천㎡ 규모 비닐하우스도 선인장으로 가득하다.
“동면 사송리가 신도시가 된다고 해서 이제 하북면으로 농장을 다 옮길 생각입니다. 농장이 하나가 되면 지금보다 더 관리하기 쉬워지겠죠. 손님들도 더 많은 선인장을 볼 수 있을 테고요. 저희 농장에 오는 모든 분에게 선인장의 매력을 알리고 싶고 계속해서 좋은 선인장을 키우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세원선인장이 전국 최고 농장이 될 수 있겠죠”
좋아하는 일을 가족 모두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박 씨 부부. 이들의 소망처럼 세원선인장이 많은 이에게 치유를 선물하는 공간으로, 또 전국 최고 선인장 농장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위치_하북면 백록리 1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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