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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촉망받던 수학도에서 미용 장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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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던 수학도에서 미용 장인이 되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4/11/04 11:06 수정 2014.11.04 11:06
가업 물려받으려 미용사 된 김신정 씨

‘미용장’ 취득 후 후배 위한 아카데미 준비




“꿈만 같죠. 어머니로부터 보고 배운 것을 꾸준히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신기동에서 신세대미용실을 운영하고 부산 동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김신정(45) 씨는 지난 10월 17일 열린 2014년 한국산업인력공단 기능장 실기시험에 합격해 ‘미용장’이 됐다.

미용장 시험은 미용사 자격취득 후 동일 직무분야에서 8년 이상 또는 동일 분야 11년 이상 실무에 종사해야만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이다. 특히 미용장 시험은 통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불릴 만큼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야 한다. 김 씨는 23살, 대학원 석사학위를 준비하다 말고 늦게 발을 들인 미용사의 길을 걷기 위해 20여 년 시간 동안 억척스럽게 공부하고 연구해 이같은 영광을 안았다.



김 씨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면 늘 ‘미용실’이 있다. 1965년부터 옛 양산터미널 근처에서 어머니가 미용실을 운영한지라 김 씨는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미용실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때로는 어머니의 보조가 되고, 손님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말 그대로 제게 미용실은 놀이터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미용실을 운영했기 때문에 저는 늘 미용하던 어머니를 관찰하곤 했죠. 그래서 미용사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가게를 찾은 손님과 정답게 이야기하며 머리를 다듬던 그 모습이 정말 좋았거든요”


책 놓고 미용 가위 드니 삶이 더 행복해


하지만 처음부터 김 씨가 미용사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학창시절 공부를 꽤 잘했기 때문에 그는 ‘수학교사’를 꿈으로 삼고 공부했다. 그의 꿈처럼 수학교육과로 대학을 진학하고 수학 석사 과정까지 밟으며 그 꿈은 순탄하게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석사 공부를 하던 중 권태를 느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책만 보는 삶에 회의를 느낀 것이다.

“교사가 된다고 한 들 학생들과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옛날부터 쭉 봤던, 어머니와 손님들의 모습이 떠올랐죠. 그때 느꼈어요. 수학 공부보다 나는 미용 공부를 해야겠구나 하고요. 그리고 바로 도전했죠”

진로 바꾼 김 씨에게 용기 준 부모님


교사의 꿈 대신 가업을 이으려 미용사를 택한 김 씨에게 부모님은 오히려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특히 김 씨의 어머니는 김 씨를 위해 유명한 미용 교사를 찾아주기도 했다.

“어머니 밑에서 배울 수도 있었는데 늘 더 좋은 선생님을 찾아주셨죠. 제가 지금껏 어머니 미용실에서 본 것보다 더 많은 기술이 있고 당신보다 더 뛰어난 실력자가 많다면서요. 그래도 어머니는 저에게 미용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배우는 기술임을 알려주시고 늘 저를 채찍질해 주시는 훌륭한 선생님이었어요”

김 씨가 미용 자격증을 받고 어머니와 함께 미용실을 꾸려가던 중 어머니 건강이 악화됐다. 하지만 50여 년간 열어온 미용실 문을 닫을 수 없어 지난 2008년부터 김 씨 혼자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맞이하던 손님을 이제 딸인 김 씨가 맞게 된 것이다.

“신기했죠. 어머니가 있던 공간이 온전히 제게 온 게. 그만큼 책임감도 느꼈어요. 어머니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분들이 찾아오는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내년 1월 미용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 구상 중


미용 기술을 배우며 김 씨는 체계적인 미용 아카데미와 직업학교가 양산에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김 씨가 미용을 배울 때도 인근 지역으로 나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최근 미용 추세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헤어보다는 네일이나 메이크업 쪽으로 가고 있어 양산에는 헤어만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도 찾기 힘들다.

“양산에는 미용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요. 자격증을 따고 전문적으로 진로 상담을 해주는 곳도 없고요. 그래서 학생들은 다 부산까지 힘들게 나가서 배워요.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아카데미와 직업학교를 운영하기로 했죠. 후배들에게 제가 지금까지 습득한 기술과 정보를 알려주고 싶어요”

김 씨는 “내년 1월쯤 미용 아카데미를 개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며 “비단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저만의 기술과 작품을 위해 계속 공부할 것이고 양산에서 훌륭한 미용인이 더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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