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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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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치에서 야당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국정이나 지방정책 모두
일방적인 강행추진은 항상
강한 반대에 부딪치게 마련
견제야말로 야당 역할이다
지방의회에서 야당이란 말은 다소 적절치 못한 부분이 있다. 국회에서처럼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해 집권세력이 되지 못한 정당을 일컫는 용어인 야당은, 그럼으로써 더욱 다음 정권 창출을 위해 국민에게 새로운 비전과 집권 역량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 아래 기초의회에서 소속 정당에 따라 여ㆍ야를 나눈다면 그건 별로 의미가 없다 하겠다. 또 전국으로 보면 지역에 따라 의회 구성 다수 분포가 뒤바뀐 곳도 많으니 더욱 그렇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오히려 소수당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하겠다.
지방자치 재개 이후 여섯 번째 구성된 양산시의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소속 의원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역구에서 4명, 비례대표 1명 해서 5명의 의원이 배출됐다. 전례 없는 일이다. 웅상지역에서 2명, 물금과 양주동 신도시지역에서 각각 1명씩 당선됐다. 16분의 5라는 숫자의 의미는 상당하다. 다수당인 새누리당과 시장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심리적인 대응 세력으로서 충분한 수인 것이다.
그들의 역할은 지난 정례회에서 톡톡히 나타났다.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예리한 지적으로 답변에 나선 시장을 진땀 흘리게 하는가 하면,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친 탓에 현실감 있는 지적과 대책 요구가 이어져 인터넷 실시간 중계를 시청한 시민을 후련하게 했다. 물론 새누리당 소속 의원 활약도 평가할 만하지만 소수당 의원 약진과 활약이 그만큼 두드러져 보였다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에는 새정연 양산지역 위원장에 송인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선정됐다. 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한 그의 곁에는 5명의 새정연 소속 시의원이 배석해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그는 이 자리에서 “5명의 시의원과 단합된 활동으로 견제와 감시의 야당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당의 정책과 의견을 시민에게 알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발언에서 한층 높아진 시의회에서 위상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야당의 역할을 가감 없이 표현한 말이다.
정치에서 야당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처럼 사실상 1인 독재 체제 하에서는 반대는 곧 실각과 죽음일 따름이다. 그러나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듯 야당 견제야말로 독재자를 용인하지 않는 최대 무기가 되는 것이다. 국정 운영에서도 그러하지만, 지방정치에 있어서도 이러한 역학관계 필요성은 충분히 입증돼 왔다.
지난 시절 양산시에서 추진한 몇몇 정책ㆍ사업들이 법적 뒷받침이나 실효성 또는 정책 형평성 등 관점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 내 다수당 비호 아래 일방적으로 추진돼 왔던 전례가 있다. 이럴 때 지금처럼 야당의원이 상당수 포진돼 있었다면 그런 식의 전횡이 가능했을까.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정책일수록 그 당위성이 반감된다는 것을 위정자는 대부분 놓치고 있다.
최근 지역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한 석계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도 그러하다. 산업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와 개발논리에 입각한 추진 명분이 시민 행복추구 권리와 주거안정 욕구에 배치한다면, 그것을 해소하는 충분한 명분과 대책을 세움과 동시에 해당 주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작업을 진정성 있게 추진했어야 한다.
형식적이고 책임회피식 간담회와 관변단체를 내세운 무마방책으로 반대의견을 잠재우려 했던 결과는 지금 심각한 저항에 직면해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부적절한 ‘구상권 행사 검토’ 발언으로 오히려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무릇 민주정치란 균형을 바탕으로 한다. 견제 없는 정치는 불완전한 것이다. 그것은 사다리와 같아서 한쪽이 무너지면 제대로 설 수 없는 것이다. 소수당, 또는 야당 역할은 그래서 더욱 필수적이다.
우리 시는 최근 국회의원 선거구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가 2개로 나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야당인 새정연으로서는 지난 수차례 패배를 설욕할 기회로 삼기에 충분하다. 특히 5명의 시의원을 배출한 여세를 몰아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당선시킬 전략을 짜느라 분주할 것으로 짐작된다.
중앙정치든 지방정치든 건전한 반대와 합리적인 절충은 꼭 필요한 정치수단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결국 시민의 표심이다. 야당 시의원 활약 여부에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도 영향을 받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