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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벽에 담긴 교동마을 옛이야기 ..
사회

벽에 담긴 교동마을 옛이야기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4/12/16 09:36 수정 2014.12.16 09:35
국개다리, 당산나무, 빨래터 등

교동 역사 담은 ‘국개벽화마을’




차들이 쌩쌩 달리는 영대교를 지나 양산향교 쪽으로 걸어오면 도심 속 조용한 강서동 교동마을에 다다른다. 아파트와 큰 상가들이 즐비한 양산에서 교동마을은 조용하고 큰 변화 없이 이어진 작은 고향 같은 정겨운 느낌을 준다.


마을로 몇 걸음을 들어가면 하늘색 벽에 뛰노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 벽을 시작으로 학, 바닷속 모습, 숨바꼭질하는 소녀, 물놀이하는 꼬마들 등 300m가량 이어진 벽에는 갖가지 이야기를 담은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이 벽화는 강서동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안철영)가 진행한 ‘국개벽화마을, 깨끗한 마을환경 가꾸기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양산여고 벽화반 학생들의 재능기부로 그려졌다. 이들은 획일적인 회색 벽을 탈피하고 활기찬 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교동마을 옛이야기를 담은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지금은 사라진 국개다리와 교동 빨래터부터
마을 수호신 당산나무, 양산천 구름다리까지



연탄불에 달고나를 만들고 씨름과 말뚝 박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교동수퍼 앞을 지나면 옛날 물금과 읍내를 연결했던 ‘국개다리’가 펼쳐진다.

교동마을은 19세기 초 양산향교가 세워지면서 교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그전에는 곡포리로 불렸는데 당시 이곳은 지금과 달리 춘추원 앞쪽으로 S자 모양을 하고 있어 곡포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때 물금과 양산 읍내를 연결했던 양산천의 유일한 다리가 ‘곡포다리’였다. 현재는 영대교로 불리는 이 곡포다리가 ‘국계(國界)다리’ 혹은 ‘국개다리’로 이름이 바뀌게 됐다.

‘국계(國界)다리’ 어원은 옛날 이곳이 신라와 가야 경계라서 그렇게 불렸다는 설 때문이고, ‘국개다리’는 곡포가 개울을 뜻한다고 해서 곡개로 변했다는 설이다.


국개다리 벽화에서 조금만 걸어오면 골목에 그려진 ‘나비의 꿈’ 벽화를 볼 수 있다. 유채꽃이 활짝 핀 양산천 변을 훨훨 나는 나비, 그리고 그 위에는 종합운동장에서 춘추원까지를 잇는 양산천 구름다리까지 만날 수 있다. 교동마을의 옛 모습뿐만 아니라 지금 모습까지 이 길에 담겨있는 것이다.


다시 큰길로 나와 걷다 보면 20년 전까지 있었던 교동마을 빨래터를 만날 수 있다. 원래 빨래터 위치는 양산향교 근처였다. 땅속에서 샘물이 솟아나 주민 식수로 이용하기도 했고 고여 넘치는 물은 마을 공동 빨래터에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의 장소이나, 교동마을 주민 기억 속 빨래터는 빨래하며 이웃 간 안부를 묻는 소통 장소였기도 했다. 도시화가 이뤄지며 삭막해진 교동마을에 다시 따뜻한 소통 공간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벽화에 담겨 있다.


빨래터 벽화를 지나면 경사진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그 길 끝에는 지금까지 어떤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교동마을 벽화 지도가 나온다.

지도에는 양산 마스코트 ‘양이’와 ‘산이’가 양산향교와 강서동주민자치센터를 지나서 시작하는 벽화마을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는지를 설명한다.


‘이게 끝인가?’하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벽화마을 마지막 그림, 교동마을의 수호신인 당산나무가 우거져 있다.

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 모신 당산나무는 교동마을 주민에게 지금까지 마을을 안녕히 유지하게 해준 고맙고 특별한 존재다. 그래서 마을 벽화 마지막을 장식했으며 그림 크기 또한 한 벽면을 모두 나무로 채울 만큼 거대하다.


이외에도 벽에는 버려진 스티로폼을 물고기 모양으로 자르고 채색해 벽에 붙인 입체적인 바닷속 풍경과 전봇대에 묶여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 등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번 벽화마을을 담당한 김말분 강서동주민자치위원은 “교동마을은 예부터 충과 효가 공존하는 마을”이라며 “오랜 역사 속에 충과 효가 배어 있는 교동마을을 알리기 위해 이번 벽화마을을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삶이 무료하고 무심한 것 같은 어느 날, 스토리텔링으로 씨앗을 심고 그 위에 색과 그림을 입혀 새로 태어난 벽화마을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은 나들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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