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인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 사군자(四君子) 장점을 고결한 군자의 인품에 비유해 즐겨 그렸다. 양산문화원에도 옛 선인을 따라 동양의 멋을 그리는 이들이 있다. 박영은 강사가 이끄는 사군자반이다.
사군자반 수업시간에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말소리 대신 교실에 가득한 진한 묵향과 붓을 들고 화선지에 집중한 수강생, 그리고 그들이 그린 아름다운 그림만 있을 뿐이다.
이들의 화선지 속에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맑은 향기와 함께 봄을 제일 먼저 알리는 매화, 깊은 산골짜기에서 홀로 은은한 향기를 퍼트리는 난초, 늦가을 찬 서리를 맞으며 깨끗한 꽃을 피우는 국화,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는 대나무가 있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회원들은 지친 심신을 달래고 더 나은 작품을 위해 열심히 난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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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ㆍ서ㆍ화를 모두 표현한다
양산문화원이 북정동으로 옮겨온 후 사군자반이 개설됐다. 수업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6개월 정도. 하지만 수강생 붓끝에는 문인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담겨있다.
먹의 맛과 고전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에는 젊은 새댁부터 어르신까지 한 데 어울려 옛것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있다.
수강생이 사군자에 가지는 애정만큼이나 그 실력도 출중하다. 지난해 양산문화원 문화한마당 출품 전시를 시작으로 활동한 후 지난 7월에 열린 ‘2014 관설당전국서예대전’에서 다수 회원이 특선과 입선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한 것이다.
박영은 강사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사군자반을 수강한 최양두 회원은 “서예를 하다 보니 글의 내용에 맞는 그림도 표현해보고 싶어 개강할 때부터 배우게 됐다”며 “박영은 강사가 워낙 잘 가르쳐주신 덕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시ㆍ서ㆍ화가 하나로 뭉친 사군자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서예는 주민자치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사군자는 쉽게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깊이 있고 꾸준히 배우기는 더욱 쉽지 않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으며 10명의 수강생은 문화원으로 모였다.
수강생들은 깊이 있는 사군자를 배우기엔 짧은 수업시간이 마냥 아쉽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인 수업이 아쉬워 박 강사를 따라 동원과학기술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인화 수업을 다시 듣는 수강생도 있다.
사군자반 개강부터 지금까지 함께 한 이복선 회원은 “나이가 있어 터득하는 속도가 조금 느리고 한문도 잘 모르지만, 붓으로 표현하는 것이 흥미롭고 즐겁다”며 “한 번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선생님을 따라 평생교육원 수업도 듣고 있고, 수강생 모두 저를 신경 써줘서 서서히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원의 말처럼 수업을 지도하는 것은 박영은 강사지만 교실에 있는 모두가 서로 선생님이 돼 준다.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며, 수강생들은 묵향처럼 진한 벗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