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김유정, 조미녀, 정남주, 김대환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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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동에 있는 중국음식점 ‘비룡각’ 정남주 대표(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는 한 달에 한 번, 웅상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요리를 한다.
스스로 이 동네에서 성격 나쁘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좋은 일 한다고 하면 다들 안 믿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 씨의 얼굴엔 순박한 웃음, 말투엔 따뜻함이 묻어나왔다.
정 씨가 자장면 봉사를 시작한 때는 지난 2012년. 부산에서 양산으로 이사온 후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다 그만의 가게를 차리고 나서 바로 진행했다.
그는 배달하며 이집저집 다니다 보니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을 많이 만났던 것이 봉사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맞벌이해서 아이 혼자 자장면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집에서 아이를 아예 버려둬 놓고 배가 고프니 아이가 알아서 시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한 번은 배고팠던 아이가 부모 몰래 자장면을 시켰는데 갔더니 비싼 배달음식 시켰다고 혼나고 있기도 했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직 우리 동네에도 자장면 한 그릇이 귀한 아이들이 있다는 걸 느꼈죠”
이런 경험 때문에 정 씨는 가게를 차리면 꼭 아이들에게 공짜로 자장면을 먹게 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비룡각’이 문을 열면서 그 꿈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막연하게 봉사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정 씨 큰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도움을 요청했다.
학교 내 어려운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다는 뜻을 알렸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고사했다. 특정 아이들에게 그런 혜택을 주면 그 아이들 형편이 어렵다는 것이 알려질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다.
“마음이 앞서서 그런 생각을 했죠. 학교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제가 잘못 생각했다고요. 다른 방법을 생각하던 중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럼 인근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연락을 해보라고요. 그렇게 웅상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죠”
정 씨는 학교 도움으로 웅상지역아동센터에 연락해 자장면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직접 가게에 오기도 했지만, 매번 그러기 번거로워 이왕 하는 김에 배달까지 해주자는 결정을 내렸다.
“자장면 봉사 자체가 직원들과 상의 없이 제가 진행하고 있긴 해요. 그러니 봉사하는 날에는 장사도 하면서 아이들 음식도 만들고 해야 하거든요. 두배로 정신없고 힘들죠. 처음에는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횟수를 거듭하다 보니 이제 직원들도 힘을 모아서 합니다. 한 친구는 자비로 아이들 먹을 음료수까지 상자로 챙겨주곤 하니까요. 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비룡각 식구들이 다 같이 해서 더 즐겁고 기쁩니다”
특히 그는 웅상지역아동센터 아동복지교사들이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이 정말 예뻐 음식을 배달할 때마다 감동한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아이들이 먹을 것을 먼저 챙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먹고 남긴 음식으로 식사하는 교사들 모습에 놀랐기 때문이다.
“센터에서 매일 보는 사이라 할지라도 내 자식이 아닌 이상 그렇게 하기 힘들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곳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고 내가 이렇게라도 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어요. 그래서 경기가 어려워 봉사를 이어가기 힘들 때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오게 되더라고요. 이제 당연한 일 같아요”
정 씨는 자장면 한 그릇에 담긴 그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 음식을 고맙게 먹는 아이들 모습이 어떤 가치로 바꿀 수 없을 만큼 귀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욕심보다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우리 지역에서 이런 따뜻한 일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