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조상은 힘든 농사일을 잠시 잊기 위해 함께 모여 풍물 놀이판을 벌렸다. 흥겨운 가락에 취해 노래하고 춤추다 보면 고단한 시름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고단한 일상을 사는 서민에게 우리 가락만큼 좋은 게 없다며 우리 가락에서 삶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 양산문화원 어르신 풍물놀이반이다.
일주일에 두 번, 상북면사무소 옛 농업기술센터 지소 2층은 꽹과리와 장구, 북소리로 가득 찬다. 박성호 단장의 징소리에 맞춰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는 회원 모습에서 흥겨움, 신명, 열정 같은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한바탕 놀이가 끝나고 호탕하게 웃는 이들을 보니 평균 나이 55세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신명나는 소리로 얻는 삶의 활력ⓒ
어르신 풍물놀이반은 문화원 문화학교로 편입되기 전부터 상북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팝풍물패’이기도 하다. 2008년 창단한 이들은 문화원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지역에서 알아주는 풍물꾼들이었다.
물론 시작은 어려웠다. 회원 30여명 모두 창단 때만 하더라도 북채, 장구채도 처음 잡아보았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머리로는 풍물을 이해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악기를 배우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상북을, 양산을 대표하는 풍물패를 만들기 위해 박성호 단장 지도로 꾸준한 연습과 지역 행사에서 무대 경험을 쌓은 노력쟁이들이다.
이런 노력에 지난 10월에 열린 제6회 경상남도지사기 어르신 농악경연대회 특별상부터 삽량문화축전 농악경연대회 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낼 만큼 실력을 쌓았음에도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 연습실에 모여 연습한다.
일과가 끝나고 난 오후 8시부터 두 시간 정도 연습하는 것이 힘들만도 한데 이들은 풍물놀이로 인해 오히려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회원들은 일주일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선 사물놀이 수업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처음 풍물을 했을 때만 하더라도 집에서 뭐하러 그런 걸 배우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는데 무대에 올라 우리가 공연하는 것을 보고 배우자 반응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연습하는 날 10분만 늦게 출발해도 왜 빨리 풍물 배우러 안 가냐고 말 할 정도”라며 웃었다.
풍물을 배우면서 어려졌다는 회원도 있다. 김옥이 회원은 “풍물을 하다 보면 쉴 새 없이 소리치고 웃게 된다”며 “집이나 일터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풀 수 있어 특히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곳에서 박성호 선생님을 만나 악기를 배우게 된 건 큰 행운”이라며 “박 선생님은 우리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지도하며 누구보다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덧붙였다.
본래 우리 민족은 신명을 아는 민족이라고 한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한바탕 풍물 판을 벌려 신명나게 풀어내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정서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멀리서 꽹과리 소리만 들려도 어깨가 들썩이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회원들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