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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거부(巨富)에서 신용불량자까지… 격동의 80년사..
문화

거부(巨富)에서 신용불량자까지… 격동의 80년사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1/13 09:24 수정 2015.01.13 09:22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 인생담은 <풍운아 채현국> 발간



최근 어렵고 배고팠던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부모 세대의 삶’을 조명하기 위한 영화와 프로그램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살기 힘든 시절이지만 당시 생활을 체험한 이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추억을 되살리는 시간여행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나오고 있는 숱한 작품들이 향수 내지 복고풍 같은 ‘감성’을 자극한다면, 책 <풍운아 채현국>(피플파워)은 저자인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과의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그 시대를 설명하고 있다.

책 주인공인 효암학원 채현국(79, 사진) 이사장은 1950년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다니며 기인이라 불렸다.

1960년대에는 아버지와 함께 탄광 사업을 해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거부였으며 탄광을 비롯해 조선소, 농장, 해운회사, 화학공장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당시 박정희 정권과 유착해야만 기업을 이어갈 수 있는 현실을 보고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놓았다. 거부였던 그는 잘못된 보증으로 1980년부터 신용불량자로 살게 됐지만, 젊은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좀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정말 남 기죽이거나 남 깔아뭉개는 짓 안하고, 남 해코지 안하고…. 그것만 하고 살아도 인생은 살만 하지. 나는 여기서 아이들하고 노는 게 좋고 젊은 사람이  같이 어울려주는 게 고맙지”

그의 인생 이외도 책에는 채 이사장의 삶의 철학과 소신이 담겨있다. 어쩌다 리영희, 임재경 등 민주화 인사와 친분을 맺고 그들을 물심양면 돕게 됐는지부터 자기세대이자 지금의 노년세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 살아온 시절 일제 때 잘못 배웠지. 해방돼서 엉망진창일 때 또 잘못 배웠지. 이승만이가 전쟁 치르면서 이승만이가 오만 거짓말한 걸 떼지 않고 그냥 그대로 알고…. 그 다음에 국민교육헌장 그거 외운 패들, 그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걸 깨닫도록 노력 안 한 사람들, 자기 껍질부터 못 깨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또 그 늙은이 돼. 잘못된 시절에 순전히 잘못된 통치자에 의해서 잘못된 것만 하나 가득 배워가지고 저렇게 된 건데…“

자기세대에 대해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하고 젊은세대에게 따끔한 충고를 전하지만, 채 이사장은 스스로 대단한 사람도, 괜찮은 어른도 아니라고 말한다. 

“겨우 비틀거리면서, 어떤 술 취한 놈보다 더 딱한 짓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정말 어떤 놈보다 덜 떨어지고 모자란 놈이 그래도 여러분 덕에 살다보니 요만큼 사는 것만도 신통합니다”

한 개인의 인생과 철학을 있는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풍운아 채현국’. 채 이사장만의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채현국이란 사람을 통해 부모세대에 대해, 그리고 자신과 현실에 대해 냉정히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젊은 세대들 역시 (부모세대의 삶을) 잘 보지 않으면 동정도 할 수 없어. 저자들도 우리의 일원이야. 저렇게 잘못된 자들도. 그런 마음으로 저 사람을 봐야지. 이미 젊을 때 잘못한 거야. 지금만 잘못하는 것이 아니야”

■ 채현국 이사장은…

채현국 이사장은 1935년 대구광역시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중앙방송(현 KBS)에 연출가로 입사했으나 입사한지 1년만에 퇴사한 후 채 이사장의 아버지 채기엽 선생의 탄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4개 기업을 운영하는 거부의 길을 걷다 1980년 모든 자리를 내려놓고 지난 1988년 효암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해 오늘까지 재직하고 있다.

■ 저자 김주완은…

저자 김주완은 1990년부터 25년 동안 기자로 살아왔다. 2010년 6월부터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출판미디어국장을 맡아 사람 냄새 나는 신문과 사람 중심 지역공동체 구축에 힘써왔다.

소통을 위해 2008년부터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을 운영해 누적방문자가 1천4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토호세력의 뿌리’,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등 저서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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