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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나오고 있는 숱한 작품들이 향수 내지 복고풍 같은 ‘감성’을 자극한다면, 책 <풍운아 채현국>(피플파워)은 저자인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과의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그 시대를 설명하고 있다.
책 주인공인 효암학원 채현국(79, 사진) 이사장은 1950년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다니며 기인이라 불렸다.
1960년대에는 아버지와 함께 탄광 사업을 해 개인 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거부였으며 탄광을 비롯해 조선소, 농장, 해운회사, 화학공장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당시 박정희 정권과 유착해야만 기업을 이어갈 수 있는 현실을 보고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놓았다. 거부였던 그는 잘못된 보증으로 1980년부터 신용불량자로 살게 됐지만, 젊은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좀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정말 남 기죽이거나 남 깔아뭉개는 짓 안하고, 남 해코지 안하고…. 그것만 하고 살아도 인생은 살만 하지. 나는 여기서 아이들하고 노는 게 좋고 젊은 사람이 같이 어울려주는 게 고맙지”
그의 인생 이외도 책에는 채 이사장의 삶의 철학과 소신이 담겨있다. 어쩌다 리영희, 임재경 등 민주화 인사와 친분을 맺고 그들을 물심양면 돕게 됐는지부터 자기세대이자 지금의 노년세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 살아온 시절 일제 때 잘못 배웠지. 해방돼서 엉망진창일 때 또 잘못 배웠지. 이승만이가 전쟁 치르면서 이승만이가 오만 거짓말한 걸 떼지 않고 그냥 그대로 알고…. 그 다음에 국민교육헌장 그거 외운 패들, 그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걸 깨닫도록 노력 안 한 사람들, 자기 껍질부터 못 깨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또 그 늙은이 돼. 잘못된 시절에 순전히 잘못된 통치자에 의해서 잘못된 것만 하나 가득 배워가지고 저렇게 된 건데…“
자기세대에 대해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하고 젊은세대에게 따끔한 충고를 전하지만, 채 이사장은 스스로 대단한 사람도, 괜찮은 어른도 아니라고 말한다.
“겨우 비틀거리면서, 어떤 술 취한 놈보다 더 딱한 짓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정말 어떤 놈보다 덜 떨어지고 모자란 놈이 그래도 여러분 덕에 살다보니 요만큼 사는 것만도 신통합니다”
한 개인의 인생과 철학을 있는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풍운아 채현국’. 채 이사장만의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채현국이란 사람을 통해 부모세대에 대해, 그리고 자신과 현실에 대해 냉정히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젊은 세대들 역시 (부모세대의 삶을) 잘 보지 않으면 동정도 할 수 없어. 저자들도 우리의 일원이야. 저렇게 잘못된 자들도. 그런 마음으로 저 사람을 봐야지. 이미 젊을 때 잘못한 거야. 지금만 잘못하는 것이 아니야”
■ 채현국 이사장은…
채현국 이사장은 1935년 대구광역시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중앙방송(현 KBS)에 연출가로 입사했으나 입사한지 1년만에 퇴사한 후 채 이사장의 아버지 채기엽 선생의 탄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4개 기업을 운영하는 거부의 길을 걷다 1980년 모든 자리를 내려놓고 지난 1988년 효암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해 오늘까지 재직하고 있다.
■ 저자 김주완은…
저자 김주완은 1990년부터 25년 동안 기자로 살아왔다. 2010년 6월부터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출판미디어국장을 맡아 사람 냄새 나는 신문과 사람 중심 지역공동체 구축에 힘써왔다.
소통을 위해 2008년부터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을 운영해 누적방문자가 1천4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토호세력의 뿌리’,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등 저서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