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전에 어머님 전에 눈물로 일자상서 올리나이다. 타향객지 직장 살이 불효한 딸자식은 주야장천 근심 걱정 떠날 날이 없으신 우리 부모 만수무강 비옵나이다” (김부자 ‘일자상서’ 중)
어머니를 위한 애틋한 사모곡(思母曲)이 지난 17일 양산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모두를 감동하게 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날 전국노래자랑 양산시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정란(51, 물금읍) 씨. 평범한 엄마이자 요양보호사였던 이 씨는 “예상 못한 상에 놀랐고 감격스럽다”며 웃었다.
![]() |
ⓒ |
무대에서 보였던 에너지와는 달리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이 씨는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모습이었다. 평소 나서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그의 말과 달리 과거는 화려했다.
22살 때 가수될 뻔했으나 데뷔는 못 해
전국노래자랑 계기로 다시 무대 서고파
이 씨는 어릴 적부터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는 주변 이야기를 들었지만, 음악과 무대가 있는 곳에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변하는 탓에 ‘가수 끼가 있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이 씨도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무대를 좋아했기에 부모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향인 전라도에서 서울로 ‘가수가 되겠다’며 상경했다.
그렇게 올라간 서울에서 이 씨는 당시 3대 음반사 중 한 곳이었던 ‘신세계 레코드’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가수를 준비했다.
“그때가 22살이었죠. 그리고 한 4년간 소속돼 있었는데 LP는 한 번도 내지 못했어요. 소극적인 성격에다 또 ‘아닌 건 아니다’라는 생각 때문에 윗사람에게 소위 아부도 잘 못 떨었거든요. 그러다 회사에서 잘리게 됐죠”
이 씨는 그 이후로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아이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언제나 노래를 부르며 음악과 함께했다. 차 안에서 크게 노래를 틀고 따라 부르며 드라이브하는 것이 이 씨의 유일한 스트레스 탈출구기도 했다.
![]() |
ⓒ |
“평범한 주부에게 무대에 오를 기회가 쉽게 있나요.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참고 살았죠. 그러다 전국노래자랑이 열린다는 걸 보고 예선을 봤어요”
전국노래자랑에 도전한 것은 93세의 친정어머니 때문이기도 했다. 어릴 적 가수가 되겠다며 말썽만 부려놓고는 정작 TV에 얼굴 한 번 못 비춘 것이 죄송했기 때문이다.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제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효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노래 듣기엔 힘드시겠지만, 무대에서 노래하는 제 모습을 보고 잠깐이나마 웃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50세가 넘은 나이지만, 전국노래자랑을 계기로 잃었던 꿈을 찾은 이 씨는 기회만 있다면 다시 ‘가수’의 꿈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우연한 기회로 노래자랑 최우수상을 받았잖아요. 그래서 또 혹시 우연한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살아요. 지금이라도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가수에 도전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