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 고통받은 이들에게 지난 13년간 따뜻한 위로가 돼 준 이들이 있다. 바로 양산성가족상담소(소장 김수경)다.
지난 2002년 12월 ‘양산성폭력상담소’란 이름으로 출발한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 가족 등에게 상담을 통해 법률ㆍ의료비 지원부터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성폭력뿐만 아니다. 가족문제, 가정폭력, 부부갈등, 아동 성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상담을 통해 위기에 처해있는 이들에게 힘이 돼 주고 있다.
김수경 소장이 성가족상담소를 열게 된 계기는 1992년 봉사활동으로 한 교도소를 가게 되면서다.
김 소장은 “이곳에서 한 재소자를 만났는데 제게 ‘내가 지은 죄는 모두 다 사회 때문’이라고 말했다. 죄는 본인이 지어 놓고 사회 탓을 하니 저는 그 말이 너무 기가 막히고 황당했다”며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곳에서 상담 봉사를 하면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런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상담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성가족상담소는 김 소장을 포함한 상근직 3명과 봉사자 20여명이 힘을 합쳐 운영하고 있다. 모든 이들이 성교육ㆍ성폭력 예방 강의, 미술치료, 홍보 캠페인 등을 하지만 상담만큼은 김 소장과 김진숙 사무국장, 주경숙 상담실장 세 사람만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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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김수경 소장, 김진숙 사무국장, 주경숙 상담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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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은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지속적인 교류로 마음의 벽을 허물어가야 해서 상담소 소속인 저희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저희를 돕는 봉사자 중에도 상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분도 있지만 봉사자다 보니 상담에 대한 책임을 묻기 힘들어 조금 부족한 인력이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예방에서 장애아동 성교육까지
이들은 인력 문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고 하면서도 양산시민을 위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했다.
상담을 비롯해 지역 내 학교 방문 성교육 인형극, 청소년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성교육강사 양성,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다문화가족 대상 프로그램까지 하면서도 아직 더 할 것이 많다고 말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경상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 공모를 통해 지역 내 특수반이 있는 중학교를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활용한 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적장애 청소년에게 올바른 성을 가르치고 나아가 자아에 대해서도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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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사무국장은 “지난해 6개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성과가 좋았다”면서 “한 예를 들자면 아이들에게 ‘임신과 출산’이라는 주제로 프로그램 초반과 후반에 그림을 그리게 했다. 초반에 그린 그림에는 아빠가 출산하려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와 멀리 떨어져 있고 겁에 질린 표정이었는데, 프로그램 마무리 시점에는 엄마가 낳은 아이를 아빠가 웃으며 안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고 말했다.
성과도 좋고 학교 반응도 좋아 이들은 경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올해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경상남도 내에서 공동모금회 지원 사업에 4회나 선정된 상담소는 우리 말고 없다”며 “그만큼 우리 활동이 가치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미술치료로 내면까지 보살펴
이들이 하는 상담에는 ‘미술치료’가 꼭 포함돼 있다. 성ㆍ가정폭력 피해자는 마음의 상처가 깊은 탓에 말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상담에 응하면서도 두려움에 입을 닫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말로는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어 무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미술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김 소장은 “우연한 기회에 미술치료를 접했고 그 필요성을 알게 돼 상담소 내 미술치료 스터디를 구성해 4년 정도 함께 공부했다”며 “스터디를 통해 미술치료사 자격증도 따고 더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상담자들이 스스로 그린 그림을 보고 있을 때면 그간 겪은 아픔이 그대로 드러나 함께 울기도 한다며 마음 표현과 치유에 미술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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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에게 올바른 성 알리고파
김 소장은 “기회가 된다면 어르신을 위한 교육도 진행해보고 싶다”며 “아동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이들에게 올바른 성을 알리고 싶으며 우리의 활동으로 더 밝은 양산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주경숙 상담실장은 “주로 우리가 학교를 찾아가 성교육을 하지만 성교육에 관심있는 청소년을 위해 상담소에서도 교육을 진행한다”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명이든 혼자든 성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전화하고 상담소로 찾아와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매 순간이 고비였지만, 상담을 통해 자신과 가정을 되찾는 사람들을 볼 때면 힘이 난다는 이를. 하지만 피해자들이 여전히 ‘성’과 관련된 폭력이나 가정불화를 상담하기 부끄러워할 때면 안타깝다며 입을 모았다.
“상담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같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상담실 문은 누구에게나 항상 활짝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상담전화 366-6663(무료)
상담시간 평일 9시 30분~17시 30분
위 치 양산시 양산대로 849(종합운동장 1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