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상에는 성인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을 위한 문화 콘텐츠가 없어요. 그나마 도서관과 과학체험관이 생기긴 했지만 공연이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장소도 없고 그런 것을 보여주는 공연 팀도 찾기 힘들어요. 엄마로서 이런 점이 아쉬웠죠. 그래서 ‘우리가 나서자’고 뜻을 모아 ‘가온누리 예술문화원’이 탄생했어요”
아이들을 위한 문화가 없는 웅상지역에 엄마들이 나서서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을 만들었다. 30~50대 주부 10명으로 구성된 ‘가온누리 예술문화원’(대표 장은희, 이하 가온누리)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온누리는 지난 2013년 웅상도서관 봉사 동아리 ‘오아시스’에서 활동하던 장은희 대표와 한정희, 권경희, 이희정 회원이 더 전문적인 인형극을 제작해보자고 뜻을 모아 만들었다. 네 사람은 오아시스 활동 전부터 인형극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공부와 활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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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취미 삼아 인형극을 배웠고 활동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생겨 극단까지 만들게 됐다”며 “극단을 구상하고 난 후 저희 활동에 관심을 보였던 분들까지 합류하면서 지금의 단원이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전통 인형극을 기반으로
난타, 탈춤까지 조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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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희 대표는 “요즘 많은 극단이 목각 인형이나 손 인형으로 진행하는 인형극을 많이 하는데, 우리는 이들과 차별도 두고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도 더 좋은 효과를 주기 위해 ‘전통 인형극’을 기반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특히 아이들에게 ‘전통’은 ‘옛날 것’으로 치부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인식이 강한데,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전통 인형극’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래 전통 인형극에는 사물놀이패가 무대 앞에 앉아 있으면서 극 중간에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온누리 단원이 소수다 보니 사물놀이패를 따로 둘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난타’였다.
한정혜 단원은 “많은 악기 없이도 풍부한 타악을 할 수 있고 풍물놀이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신나는 리듬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난타의 장점”이라며 “아이들이 난타는 잘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난타 부분이 되면 순간적으로 확 집중하기도 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좋은 무대 장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희정 단원은 “지금은 난타를 공연에 접목하지만, 배울 때는 원래 전통 인형극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 풍물을 배웠다”면서 “특히 가온누리 초기 멤버인 네 사람은 평산동 풍물패에서 풍물놀이를 배웠는데, 풍물패 안에서 에이스로 꼽히기도 했다”며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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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은희 대표와 한정희, 권경희, 이희정 회원이 평산동 풍물패 소속으로 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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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에 난타만 접목하는 것은 아니다. 탈춤을 비롯해 전통음악 등도 연구해 극에 접목한다. 하나라도 아이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장 대표는 “조금만 노력하면 더 풍부한 인형극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연구를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노력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욕심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단원들이 모이는 공식 모임은 한 번. 하지만 대본부터 노래 선정, 인형ㆍ무대 제작까지 단원들의 손길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될 때면 수시로 모이는 게 당연하게 됐다.
이들은 “주부들이 모인 게 이럴 때는 장점이 된다”며 “가족들도 제 활동을 이해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 줘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웅상 넘어 양산, 전국을 대표하는
아동극ㆍ인형극 단체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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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온누리가 활동한 지 1년 반. 그동안 유치원, 어린이집, 도서관 등에서 공연을 펼쳤지만, 웅상 내에서도 가온누리가 있는지도,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활발한 활동을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무대에 한 번 서기 위해 단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공연할 곳을 섭외하지만 응해주는 곳이 그렇게 많진 않다는 것.
권경희 단원은 “무료 공연을 많이 다니지만 저희 공연을 보고 난 후 다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어 그때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큰 공연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활동비도 대부분 단원 사비를 사용해 극단 운영에 힘든 점은 있지만,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잘 될거란 생각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꿈은 모름지기 크게 꿔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너무나 멀리 있는 목표지만, 그를 향해 꾸준히 걷다보면 정말로 실현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