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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원동매화축제 체험기
“아름다운 매화…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3/24 10:18 수정 2015.03.24 10:15
기차와 셔틀버스로 찾아간 원동매화축제

부족한 프로그램과 불편한 교통편 아쉬워




흐드러진 매화와 봄 향기 가득하다는 원동매화축제. 평소 불편한 교통과 해마다 반복되는 주차난으로 사실 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곳인데 올해는 친구와 함께 큰마음 먹고 상춘행렬에 동참하기로 했다. 교통 불편을 덜기 위해 원동행 기차를 늘리고 행사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도 운행한다는 말에 이날만은 차를 두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기차표 구하기부터 험난했다. 상춘객들이 주로 행사장으로 향하는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사이는 예매불가. 하는 수없이 20일(금) 부전역을 직접 찾아가 한참 줄을 서서야 일요일(22일) 기차표를, 그것도 입석으로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그래도 표를 받는 순간 첫 봄나들이에 대한 설렘으로 기다림의 짜증은 확 달아났다.

일요일 아침.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아침부터 꽃놀이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부산역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열차지만, 기차 안은 원동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기차 통로와 열차카페 칸을 다 차지하고 있었다. 부산역을 출발해 구포역을 지나 원동역에 도착하기까지 30분 동안 북적이는 사람들에 치여도 좋았다. 축제날이니까!


원동을 물들인 매화 향연
꽃 외에 즐길 거리 부족


기차가 원동역에 멈추자 들뜬 모습의 상춘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다 타고 있었을까’ 싶어 깜짝 놀랐다.


역 앞에는 풍물패의 흥겨운 공연이 상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공연을 관람하다 셔틀버스 정류장인 원동농협 앞으로 향했다. 정류장에는 줄을 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내 앞에만 100명이 있었을까? 그래도 쉬지 않고 운행되던 셔틀버스 덕에 10분 만에 행사장인 쌍포매실다목적광장으로 갈 수 있었다.

정류장에서 행사장까지 약 7km. 그 거리를 가는 와중에도 버스는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버스를 탄 지 15분 후 행사장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하차 후에도 약 10분을 걸어야 갈 수 있었던 행사장. 행사장까지는 로프를 연결해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있었다. 성인 두 명이 나란히 걷기도 어려운 좁은 길에 수 십,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다니니 제대로 걷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행사장까지 걸으며 들떴던 기분이 살짝 불쾌해졌다.

부산에서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나 만나게 된 원동의 매화. 영포마을 일대를 하얗게 물들인 매화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매화나무 아래서 돗자리를 펴고 휴일을 만끽하는 가족, 매화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는 연인, 꽃놀이를 즐기며 우정을 쌓는 친구들까지…. 많은 이들이 원동 매화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이곳저곳을 다니며 매화와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하지만 꽃구경한 지 30분이 지나니 딱히 할 것이 없었다. 매화나무 아래 앉아 있자니 햇볕이 너무 따가웠다. ‘죽지도 않고 또 왔다’는 각설이는 행사장 주 무대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품바 공연을 하는 바람에 행사장 공연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거기다 7080 통기타 연주, 색소폰, 양산학춤 등 나름 준비한 공연도 솔직히 나 같은 젊은 세대의 흥미를 끌진 못했다.


“버스가 오면 뭐해.
차들이 안 도와주는걸!”


결국 올라간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행사장을 나가기로 했다. 왔던 길을 거슬러 원동역행 정류장으로 향했다. 오후 2시가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얼핏 봐도 올라올 때의 3배가 넘는 사람들이 땡볕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쉴 새 없이 사람들을 태웠지만, 대기하는 사람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피하긴 어려웠다.

자원봉사자들이 차량 통행을 돕고 있었으나 버스 정차를 어렵게 하는 승용차들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지쳐갔다. 잠깐 대기하라는 봉사자의 말을 무시한 채 꼬리를 무는 차량 행렬, 버스 U턴이 쉽도록 마련해 놓은 공터에 주차를 시도하는 차량, 주차를 막는 봉사자에게 화를 내는 운전자까지…. 일부 상춘객의 이기심으로 아름다웠던 매화 풍경은 점점 의미를 잃어 갔다.

그렇게 40여분이 지나서야 타게 된 버스. 자리에 앉자마자 몰려오는 피곤함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 창밖에는 원동 미나리와 삼겹살을 먹는 사람, 걸으며 봄을 즐기는 사람,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로 버스 안과 다르게 활기를 띠었다.

그렇게 1시간 만에 다시 오게 된 원동역. 부산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에 1시간가량 여유가 있어 역 근처 순매원을 가기로 했다. 순매원으로 가는 길 역시 도로 갓길을 이용해야 했다. 양쪽 방향 갓길을 다 걸을 수 있었던 행사장과 달리 순매원 가는 길은 한쪽 도로 갓길만 이용해 오고가는 사람이 뒤섞여 더 혼란스러웠다.
 



걷기보다 사람들에게 떠밀려가듯 발걸음을 옮기니 어느새 순매원. 본 행사장인 쌍포매실다목적광장보다 더 많은 사람이 있었다. 매화도 훨씬 활짝 피어 있었다. 만개한 매화만큼이나 사람들의 표정도 밝았다. 조금 전의 피곤함도 잊고 매화에 취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금방 부산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다.

‘이제 집에 간다’는 안도감도 잠시, 원동역은 꽃놀이를 끝낸 상춘객으로 이미 만원이었다. 부산역으로 가는 기차가 원동에 도착한 시간은 4시 15분. 하지만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해 수차례 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을 출발하지 못하던 기차는 4시 30분이 돼서야 부산으로 향했다.

생애 첫 매화축제. 매화는 아름다웠으나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차 증편과 셔틀버스 운행에도 관람객을 피곤하게 만들었던 불편한 교통편, 매화 말고는 즐길 것이 없던 부족한 프로그램, 관람객 이동에 위험했던 길까지. ‘또 오고 싶다’가 아니라 ‘한 번이면 됐어’라고 느끼게 하는 원동매화축제. 양산을 넘어 경남, 전국 축제가 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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