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똑같은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즘 많은 이들이 ‘나만의 것’을 찾는다. 옷부터 신발을 포함해 악세사리 하나라도 남들과 다른 것을 통해 ‘개성’을 찾는 것이다. 양산에도 나만의 은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양산에 하나뿐인 은 공방 ‘아크라비(AccRavi)’(대표 박선영)다.
물금읍 그린피아아파트 상가에 있는 아크라비의 문을 열면 은 공방이라기보다 목공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예쁘게 만들어진 나무 선반과 테이블이 눈에 띈다. 그리고 곳곳에 진열된 반짝이는 은반지와 목걸이가 시선을 빼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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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부터 작은 가구, 소품은 제가 만들었어요. 뭐든 직접 만들고 꾸미는 걸 좋아하다 보니 공방 모든 곳에
제 손길이 닿아있죠”
26살, 디자이너 꿈 펼칠 창업의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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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특기를 살려 공방을 차리게 됐다는 박선영(28) 씨는 2년 전,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중 취업 대신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
26살, 창업에 도전하기엔 어려 보일 수도 있는 나이였지만,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그런 도전은 얼마든지 좋았다. 부모님 지지도 있었고 ‘은공예와 핸드메이드를 알리겠다’는 확실한 목표도 있었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은공예만 전문으로 배웠다.
“대학에서 목공예와 금속공예를 배웠죠. 그때부터 금속공예에 더 마음이 갔어요. ‘공예’라는 분야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예술적인 부분까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액세서리’이기도 했고요. 그중에 은을 선택한 이유는 은의 색감과 고급스러운 느낌, 그리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매력적이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말하는 박 씨는 그 꿈에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었다.
“부모님이 믿어주긴 했지만, 사실 많이 불안해하시죠. 사회생활이라곤 해 본 적도 없는 제가 무턱대고 제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하니 걱정하시는 게 당연하죠. 그래서 종종 공부를 다시 해서 취직하거나 공무원이 되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그런데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을 보고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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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에 은공예 매력 알리는 전도사
블로그 운영하며 사람과 소통도 활발
박 씨가 물금읍에 자리 잡은 것은 이제 4개월. 지난해 12월에 부산 범일동에서 이곳으로 작업실을 옮겼다. 부산에 있을 때는 공방이라기보다 작업실에 가까웠다. 1년간 1평 규모 작업실에 머물다 부산이 아닌, 양산에 오기로 한 것은 양산시민에게 공방 문화를 알리고 싶어서였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곳은 이미 곳곳에 작은 공방이 있어요. 공방에서 직접 체험하고 디자이너와 대화하고 때로는 공방에서 관심사가 맞는 이들끼리 모여 파티도 하는 그런 문화가 형성돼 있죠. 그런데 양산은 그런 문화가 부족하잖아요. 저 혼자 그런 문화를 만들긴 힘들겠지만, 제가 공방 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을 하면 저와 뜻 맞는 분들이 하나씩 참여해 줄 거라 믿고 있어요”
그래서 박 씨는 그의 공방에서 은반지를 만드는 체험비도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했다. ‘은을 쓰니까 비쌀 거야’라는 사람들 생각을 바꿔주고 싶어서다.
“비싸면 직접 해보기 꺼려지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은공예는 비싸다’라는 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대부분 체험비가 5만원 정도 하는데, 저희 공방에서는 반지에 글자만 새겨보는 체험은 1만5천원, 각인도 하고 반지 모양도 자유롭게 만들어보는 체험은 3만원 정도로 했죠. 주로 젊은 분들이 체험하러 많이 오세요”
박 씨 공방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그의 블로그(satosi_9697.blog.me)를 보고 온다. 은공예를 본격적으로 한 때부터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올렸다. 하루의 노력을 쏟은 작품을 올리고 그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
“블로그가 저를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완성품뿐만 아니라 작업하는 과정, 작업실 곳곳의 모습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죠. 때로는 인근에 놀러 간 이야기도 하고요. 공방이 생기기 전 블로그가 아크라비를 판매하는 장소기도 했지만, 판매나 홍보 용도보다는 소통 장소가 됐으면 했어요”
그런 노력 덕일까, 박 씨 블로그에는 하루에 300명 정도 사람이 찾는다. 블로그를 구독하는 사람만 해도 1천명이 넘는다. 박 씨 제품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와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박 씨를 보고 ‘나도 저렇게 해야지’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예비 공예가 등 많은 사람이 그의 블로그를 사랑방처럼 다녀간다.
“지금도 블로그는 제게 좋은 소통의 장소에요. 지금처럼 계속 편하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고요. 많이 놀러 오셔서 댓글 달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사람들에게 은공예 매력 알리고
공방 문화 활발한 양산 됐으면“
박 씨가 직접 지은 ‘아크라비’는 ‘액세서리로 사람들을 매혹하다’라는 뜻이다. 액세서리의 앞글자인 ‘Acc’와 ‘매료된, 홀린’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라비(Ravi)를 합쳐 만들었다. 거기에 박 씨 꿈도 담겨있다.
“제가 만드는 액세서리가 사람들 마음을 훔쳤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사람들이 은공예의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네요. 그러다 보면 제 공방이 은공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는 양산에 공예 거리를 만들어서 각종 공예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싶고요. 그렇게 양산이 특별한 문화를 가진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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