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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청소년 위한 쉼터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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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위한 쉼터 되고파”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4/07 10:24 수정 2015.04.07 10:22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이정희 팀장

19년간 지역 청소년 동반자 역할




이정희(53) 팀장은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시작부터 함께한 산 증인이다. 1997년 4월 1일, ‘청소년상담소’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래 쭉 청소년과 소통해왔다.

이 팀장이 청소년 상담을 하게 된 것은 경성대학교에서 11년간 학생 상담을 하면서 느낀 상담제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이제 갓 20살이 된 대학생들이 이 팀장에게 털어놓은 고민거리는 학교 또는 전공 선택에 대한 후회,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이었다.

“아이들 고민을 들으며 조금만 더 일찍 마음을 터놓을 상대가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어도 고등학생 때 이 아이들과 제가 만났다면 20살, 청춘의 시작을 더 행복하게 하지 않았을까 하고요”

이 팀장이 그런 고민을 할 때, 마침 양산에 청소년상담소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부산에 살고 있었음에도 청소년 고민을 들어주고 싶다는 욕심에 지원했고, 청소년상담사의 길을 걷게 됐다.


위기 청소년 지원에 앞장


센터가 생긴 초창기만 하더라도 대부분 상담 내용은 아이들의 성장이나 진로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청소년 성장을 돕는 위센터나 위클래스 등 센터가 생기고 프로그램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저희 센터가 양산에서 청소년 상담의 시작을 일군만큼, 다른 기관이 생겨난 데 저희 역할이 조금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학교 내에서도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청소년 성장이나 진로에 대한 상담은 많이 줄었죠”

지금 센터에서 주로 관리하는 아이들은 소위 ‘위기 청소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이다. 학교 밖 청소년이나 학업 중단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등 누군가의 관심과 손길이 꾸준히 필요한 아이들이다. 겉으로 보기엔 불량해 보이고 쉽게 다가갈 수 없어 보인 아이들. 하지만 이 팀장은 그런 아이들을 지금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센터와 상담사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죠. 한두 번 만난다고 아이들과 소통할 수 없는 만큼, 위기 청소년을 감싸 안으려면 시간과 노력, 애정이 많이 필요합니다. 짧으면 1년, 길게는 3~4년 동안 수시로 얼굴을 맞대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해요”

서류상으로 1년간 상담사들이 관리하는 아이들은 24명. 하지만 관리대상에 없더라도 아이들이 잘 지내나 확인하고 또 다른 고민거리는 없나 돌보는 이들까지 합하면 상담사 1명당 7~80명의 아이를 만나고 있다.

“하루에 아이들 2명 만나기도 빠듯하죠. 아이들과 상담하고 나면 그 상담을 서류로 만들고 통계자료도 작성해야 하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정말 힘든 일이죠”


하루하루 행복해지는 아이들 보면 뿌듯


실제로 이 팀장은 18년 전 상담소에서 만났던 학생을 지난해 다시 만났다. 통 넓은 힙합바지를 입고 춤을 추던, 불량해 보이던 남학생이 서른이 넘은 한 아이의 아빠가 돼서 그를 찾아온 것이다.

“지금처럼 학교에 동아리 문화가 활발하지 않았던 1998년, 한 남학생이 상담소 내 집단상담실이 비는 날 춤을 추게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알겠다고 한 후 그 친구를 만났는데 처음 봤을 때 ‘불량학생’이라고 생각했죠. 저조차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춤추는 것을 보고 편견이 깨졌어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라고요. 그런 친구가 성인이 돼 다시 절 찾으니 ‘이 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이 팀장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갈등이 있어 센터를 찾았다가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고 행복해지는 것을 볼 때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교를 그만두길 원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들 말리는 부모. 그 사이에서 아이 행복을 위해 부모가 한 발짝 물러서 달라고 설득할 때면 힘들지만, 6~7개월 후 그때 결정을 잘했다며 웃는 가족을 만나면 기쁘다.

“중퇴를 반대하는 부모님도 아이를 아끼는 마음에 말리는 거죠. 그걸 설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결국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고 더 행복한 길을 걷는 모습을 보고 그 결정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하세요. 저희 힘으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힘이 나죠”

이 팀장은 청소년 문제는 아이 혼자의 문제가 아닌 만큼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며 부모교육이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생길 때 어떻게 아이를 이해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부모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만의 방식으로 교육하면 아이는 부모를 오해하고 엇나갈 수 있어요. 엇나가는 아이를 보고 부모도 아이를 오해하고 갈등이 생기죠. 갈등이 커지면 가출 등 부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는 아이들의 시도가 생길 수 있고요. 그래서 부모교육이 필요해요. 큰소리 내지 않고 대화로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것, 아이 생각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법 등 이런 부분만 지켜줘도 더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거든요”


청소년과 기쁨ㆍ슬픔 함께하는 상담사


“우스갯소리로 제 꿈은 센터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어요. 센터가 없어진다는 것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없이 모두가 다 행복하다는 뜻 아니겠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가능할 거 같지 않네요. 그래서 저는 지금처럼 쭉 센터에서 아이들과 아이들을 돕는 많은 분, 상담사 선생님까지 함께 즐겁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청소년의 기쁨과 슬픔, 어려움을 듣고 공감해주고 싶다는 이 팀장. 이 팀장처럼 아이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이들이 있기에 언젠가는 그의 바람처럼 모든 청소년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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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청소년의 19년 친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1997년 4월 양산시 청소년들의 행복한 미래를 고민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시작됐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과 시설이라고는 없던 척박한 현실에 청소년 고민과 문제를 함께 아파하는 청소년상담실이 문을 열게 됐다.

‘청소년상담실’로 시작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이하 복지센터)는 청소년이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하지만 상담이라는 말이 무언가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이 받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탓에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복지센터는 상담과 교육을 병행하며 다가서기 어려운 복지센터의 문턱을 낮춰 왔다. 청소년 문제가 특별한 이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임을 꾸준히 알렸다.

이런 능동적인 센터 활동으로 복지센터는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비롯해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가 돼 주고 있다.


지역사회 모두의 노력
CYS-Net, 청소년동반자


복지센터가 운영하는 ‘양산시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 Community Youth Safety-net)’은 청소년 문제를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지켜보고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날이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청소년 문제가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좌우하는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오르면서 특정 기관이나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시작한 일이다.

결국 청소년 관련 기관과 시설이 각자 운영하고 있는 전문 서비스와 활동프로그램을 연계해 위기청소년에게 종합적인 전문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이 가정과 학교, 사회로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청소년동반자 사업 역시 청소년통합지원체계와 같은 맥락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5년 11월 시작한 청소년동반자 사업은 가정의 돌봄 기능 약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을 동반자가 보살피는 것이다. 


다양한 상담ㆍ교육프로그램
청소년과 학부모를 위해 준비


청소년이 친구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또래 상담’ 프로그램은 복지센터 내 동아리로 개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또래동아리 ‘선물상자’는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이 또래 속에서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시스템을 구축해 협동적인 친구 관계를 형성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생또래동아리 ‘씨밀레’는 지역 내 준 청소년지도자 역할을 하는 이들로, 또래상담자를 도와주고 지원한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인터넷 중독에 대한 전문상담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인터넷 과다 사용의 위험을 경고하고 합리적인 인터넷 사용을 유도해 자기 조절력 향상을 이끌고 있다.

복지센터는 센터를 벗어나 청소년에게 직접 다가서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거리이동상담은 직접 거리로 나가 현장에서 상담사례를 발굴하고 청소년과 일반 시민에게 필요한 상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외에도 ▶심리검사(MBTI 성격유형검사, 진로탐색검사, 다면적인성검사 등) ▶청소년 상담ㆍ참여ㆍ자원봉사 등 활동지원 및 정보제공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두드림ㆍ해밀)을 비롯해 교사, 학부모 등 청소년문제를 함께 풀어야 할 성인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준비돼 있다.

상담을 희망하는 사람은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사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양산 : 청소년회관 2층, 웅상 : 웅상도서관 지하)를 방문 또는 전화(372-2000, 367-1318, (국번 없이) 1388)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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