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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익히고 가르치며 서예 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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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고 가르치며 서예 알린다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4/14 10:09 수정 2015.04.14 10:07
선조 얼 계승하고 지역문화 잇는 원로들

지역 서예가 애호가 모임 ‘양산서도회’




벼루에 먹을 갈자 묵향이 퍼진다. 먹을 머금은 붓에 너무 힘을 줘도, 약하게 줘도 안 된다. 한 자 한 자 머리로, 마음으로 되새기며 글을 쓴다. 빠를 땐 빠르게, 느릴 땐 느리게, 멈춰야 할 땐 멈추며 마치 춤을 추듯 흰 종이에 먹을 새긴다. 끝까지 정성을 들여도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법은 없지만, 모든 글자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서예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반백년이 넘는 인생살이 속에서 세상과 싸우고 나를 다스리는 법을, 먹을 갈고 붓을 듦으로써 배웠다는 지역 원로들이 모인 곳이 있다. ‘양산서도회’(회장 김지창, 사진)다.

양산서도회 회원들은 지난 1999년, 양산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잊히는 서예 문화를 살리기 위해 서예 애호가들이 힘을 모았다. 선조의 얼을 계승하고 시민 정신문화를 성숙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지역에서 서예를 사랑하는 원로들이 모여 서예 저변확대를 위해 힘쓴 것이 올해로 벌써 17년째.

원로들이 모였지만, 활동만큼은 어느 단체 못지않게 활발하다. 중국 다음으로 깊은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 서예 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붓글씨가 갖고 있는 예술적 가치와 정신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다.


가훈 써주기부터 청소년 서예교실 등
시민이 서예 접하는 통로 되고 싶어


김지창 회장은 “서예는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씨 자체가 지니고 있는 뜻과 내면에 담겨있는 철학적인 뜻을 아름다운 형태로 표현해내는 예술”이라며 “예전에는 아이들도 서예를 기본으로 배우며 먹을 통해 집중력을 키우고 바른 자세와 바른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은 지역 청소년들이 조금이라도 서예를 접해볼 수 있도록 여름ㆍ겨울방학 때면 청소년 대상 서예교실을 진행한다. 아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아이들과 함께하며 어른에 대한 예절까지 알리는 1석2조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또 해마다 삽량문화축전에는 회원전과 함께 학생휘호대회를 열고 서예의 고즈넉함을 알린다. 또 봄이 오면 읍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를 돌며 시민을 위한 무료 가훈 써주기 행사를 진행하거나 가훈을 요청하는 이들이 있으면 전해달라며 각 주민센터에 가훈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제는 나서지 않아도 가훈을 써달라고 아이들 손을 잡고 오는 이들도 있어 보람을 느낀다.

김 회장은 “세상이 빨라지며 느림의 미학을 알 수 있던 서예 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소수의 문화가 되는 것이 아쉬워 시민에게 서예를 한 번이라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며 “지금 회원들이 모이는 장소가 좁아 많은 시민과 함께하기 어렵지만, 꾸준히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서예 문화가 다시 이 사회에 깃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와 서도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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