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향초’ 통해 내 안의 재능 찾았어요..
사람

‘향초’ 통해 내 안의 재능 찾았어요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4/21 10:59 수정 2015.04.21 10:57
수제 향초 만들며 제2의 삶 사는 이나경 씨

“나만의 일로 자신감ㆍ삶의 활력 얻는다”




생일 케이크 위에나 정전될 때 불을 밝히는 용도로 쓰였던 양초가 ‘향’을 입고 우리 생활에 자리 잡았다. 집안 잡내를 없애는 기능성으로, 분위기를 내기 위한 용도로도 쓰이며 일상에 녹아들었다. 향초가 ‘생활용품’이 되면서 이제는 향초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북부시장에서 ‘유투캔들’을 운영하는 이나경(34, 사진) 씨 역시 취미로 향초를 접했다. 6년 전 결혼하며 부산에서 양산으로 이사 온 후 아는 사람도 없이 전업주부로 집에만 있던 이 씨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남편이 지난해 알려준 것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게 뭐야’라며 넘겼던 이 씨 4살, 5살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가고 나면 혼자 있는 시간이 아까워 향초를 만들기 시작했다.


2~30분이면 향초 완성
틈틈이 할 수 있는 활동


이 씨는 “향초의 매력은 짧은 시간 동안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유치원, 어린이집을 갔을 때나 잠들고 난 후에 잠깐 짬을 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씨도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는 시간을 활용해 향초를 만들었다. 평소 자신의 머리조차 잘 묶지 못할 정도로 손재주가 없던 그도 쉽게 할 수 있어 더 애정이 갔다.

“제가 원하는 틀에 재료를 녹여서 붓기까지 2~30분이면 충분해요. 대신 굳히는 데 시간이 2시간 정도 소요돼요. 초가 굳는 동안 또 다른 작품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안 들어요. 주변에 선물하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취미로 만들다가 이걸로 창업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를 만들었어요. 완성된 작품과 만드는 과정 등을 올리며 사람들에게 판매도 하는 거죠”



말 그대로 집을 ‘공방’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렇게 활동하기를 6개월 정도. 이 씨의 블로그에는 하루 300명 정도 방문객이 오가며 그와 소통한다. 하지만 이 씨는 향초가 대중화되고 공방도 늘어가고 있는 지금,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는 남들보다 더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 다른 방법을 찾았다. 완제품이 아닌 재료를 판매하는 것이다.

“향초 자격증을 따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최근에 많은 공방이 생겨났어요. 향초로 창업하는 분도 많고요. 그래서 남들과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양산에는 향초나 방향제 재료를 파는 곳이 없더라고요. 저도 부산까지 넘어가서 재료를 사 왔고요. 그래서 제가 재료를 판매하기로 했죠”


‘향’이 중요한 향초의 특성상, 향초 만들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판매점을 직접 찾아가 재료를 산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양산 최초 향초 재료 판매를 시작하고 그는 북부시장 안에 작은 공방도 직접 차리게 됐다.

“집에서 활동할 때는 수업하려면 집으로 와야 하는 상황이 제게도, 수강생에게도 부담스럽죠. 그런데 공방이 생기니까 서로 편해지더라고요. 공방에서 더 다양한 일을 할 수도 있고요. 아직은 양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지만, 앞으로 차차 알려가아죠”


엄마가 아닌 여자로서 자신감 생겨
“다른 주부들도 자신만의 일 꼭 하길”


이 씨는 직접 만든 향초뿐만 아니라 디퓨저(향이 나는 오일을 채운 병에 섬유 막대를 꽂아 향을 내는 것), 석고 방향제 등 작품과 함께 향초 재료가 가득한 공방을 보면 ‘진짜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뿌듯함이 생긴다며 웃었다.

그는 공방을 운영하면서 얻게 된 것이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딱히 잘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던 그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솔직히 물 흐르는 대로 그렇게 살았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이렇게 살다가 아이들이 다 커버리면 나는 어떡하지?’하는 불안감이 있었음에도 뭘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남편 덕에 향초를 알게 됐고 지금은 제가 좋아서 늘 공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게 됐어요”
 


인터넷 주문으로 판매하는 것 말고도 다른 공방에선 배울 수 없는 새로운 걸 수강생에게 알려주고 싶고,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다른 판로를 찾아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는 이 씨. 그는 향초로 제2의 삶을 살게 된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며 다른 주부들도 누구의 엄마가 아닌 자신만의 삶을 꼭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도 제게 고객을 응대하고 누군가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재능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그걸 알 수 있게 도와준 가족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지만, 예전의 저 같은 삶을 사는 주부들이 꼭 사회에 나와 무엇이든 배우고 일했으면 좋겠어요. 엄마로만 사는 것도 좋지만, ‘나’를 찾는 것도 정말 의미 있는 일이거든요”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