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켓(Free market)은 벼룩시장을 의미하는 플리마켓(Flea market)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중고 물품만 취급하는 플리마켓과 달리 프리마켓에서는 직접 만든 제품도 사고 팔 수 있는 게 특징. 과거에도 아나바다 운동과 함께 비슷한 형태의 시장이 존재했지만, 20~30대 젊은 층이 주도하며 최근 추세로 자리 잡은 프리마켓은 예전과 다르다.
과거에는 물건 판매가 주목적이었다면 현재 프리마켓의 목적은 즐거움과 참가자들 간 소통이다. 참가자들은 직접 고른 제품과 집에서 만든 제품을 선보이며 ‘나’를 표현하고 시민은 쇼핑과 더불어 프리마켓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문화적인 의미가 추가됐다.
양산에도 이런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다. 양산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사고 팔고 나누고 소통하는 곳, 바로 ‘너님 나님의 즐거운 프리마켓’(이하 프리마켓)이다. ⓒ
물건 팔고 기부금 모아 이웃 돕기
오월의 햇살이 포근한 지난 1일 오전 10시께 남부동 삽량근린공원에 양손 가득 짐을 든 주부부터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엄마들이 속속 모여든다. 프리마켓이 열리는 공원 한쪽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각자 준비해 온 물건을 풀어놓는다. 아기 옷부터 직접 만든 요거트, 액세서리와 향초 등 품목도 다양해 걸음마다 멈춰서서 한 번씩 구경하게 만든다.
프리마켓은 임은영(45) 씨가 기획해 열렸다. 다른 프리마켓에 참여한 적 있는 임 씨의 지인들이 양산에도 이런 프리마켓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에게 주최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임 씨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프리마켓을 종종 열긴 했지만,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는 프리마켓은 지난달 처음 진행했다”며 “좋은 취지로 모였는데 실수하면 안 되겠다 생각해 준비 기간을 거치고 4월 양주공원에서 마켓을 열었는데, 판매자를 비롯해 90여명이 모인 걸 보고 저도 깜짝 놀랐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단순히 모임 성격의 프리마켓을 넘어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면 더 큰 의미를 가질 것 같아 프리마켓 현장에서 이웃돕기 성금도 모금하고 있다”며 “물건 사러 온 엄마들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기부하기도 하고 판매자들도 그날 수익 중 일부를 자발적으로 내는 등 돈을 벌기 위한 마켓에만 그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두 번의 프리마켓을 통해 모은 기부금을 양산시에 전달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는 이들은 작은 힘이 모여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정보 공유하고 자신 능력도 선보여
이날 직접 만든 미아방지 팔찌를 가지고 판매자로 참가한 김현미(36) 씨는 “프리마켓은 엄마가 아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마켓에 참여하는 사람 대부분이 엄마들이고, 이런 자리 자체가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활력소가 될 뿐만 아니라 직접 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자신의 능력도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기회가 돼 좋다”고 말했다.
부산 구포시장에서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는 박서연(33) 씨도 이날 프리마켓을 찾았다. 박 씨는 “부산에서는 프리마켓이 이 정도로 활성화된 곳이 없어 아쉬웠는데, 인터넷 카페를 통해 양산에 이런 프리마켓이 열린다는 걸 알고 찾아왔다”며 “특히 주부들끼리 단합도 잘 되고 분위기도 좋아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여지영(35) 씨는 지난달에는 판매자였지만, 이번엔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여 씨는 “무엇보다 소비 활동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취지가 좋다”며 “더불어 물건이 다 괜찮고 시중이나 인터넷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 소비자와 판매자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통해 평소에도 소통 활발
프리마켓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인터넷 카페 ‘너님 나님의 즐거운 양산맘’(cafe.naver.com/yan gsanmoms) 소속. 이들은 카페에서 일상 대화를 나누고 프리마켓에 대한 정보도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임 씨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물론 좋지만,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카페에서 함께 수다 떨다 보니 더 친근감이 든다”며 “특히 양산은 타지에서 이사 온 젊은 주부들이 많은 편이라, 카페와 프리마켓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프리마켓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카페에 가입해 판매할 물품을 간단히 밝히면서 참가 신청하는 것. 별다른 참가비는 없다.
임 씨는 “물건을 사고 팔면서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에 참여한다는 것이 우리 프리마켓의 취지인 만큼 누구나 와서 참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없앴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매달 첫째 주 금요일에 프리마켓을 진행할 예정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이어진다. 장소는 매번 달라져 카페를 통해 공지한다.
임 씨는 “좋은 물건을 착한 가격으로 나누면서 기부도 하는 ‘나눔 축제’에 많은 시민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