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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우리 가족 소통법은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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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소통법은 ‘봉사’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5/19 10:24 수정 2015.05.19 10:21
4년째 매달 가족이 함께 봉사하는 김은태 씨 가족

“작은 것에서 큰 행복을 알게 하는 것이 바로 봉사”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로 바쁜 아빠와 워킹맘인 엄마, 평일이면 오후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큰아들과 이제 갓 중학생이 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쁜 딸. 각자 일상이 바빠 밥 한 끼도 같이 먹기 힘들어 가족 간 소통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봉사’를 통해 화합을 다지는 가족이 있다. 김은태ㆍ최현숙(40, 북정동) 씨 가족이 그 주인공.

↑↑ 사진 뒤에서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김은태, 최현숙, 김정은, 김동준 가족.


봉사 점수 때문에 시작한 활동이
가족이 함께하는 ‘화합의 장’으로


김 씨 가족이 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봉사에 대한 특별한 인식이나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큰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봉사 점수를 받아야 했다. 어떤 봉사활동을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차에 엄마인 최현숙 씨가 나서서 봉사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고, 이왕이면 가족이 함께하자는 생각에 활동을 시작한 게 최초였다.

최 씨는 “활동을 하다 보니 양산시자원봉사센터를 알게 됐고, 센터에서 가족이 함께 다니는 저희에게 ‘무지개가족봉사단’ 참여를 권유했다”며 “저희끼리 할 때는 비정기적으로, 시간이 되는 때에 활동했는데, 막상 봉사를 가니 가족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았다. 그래서 봉사단을 통해 아예 정기적으로 다니면 더 화목해지지 않을까 하고 봉사단까지 가입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창단한 무지개가족봉사단에 김 씨 가족이 창단 회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요양병원이나 장애인 시설, 환경정화 등 활동을 해나갔다.
 
활동 기간이 1년으로 정해져 있는 무지개가족봉사단 활동을 마치고 나서, 이들 가족은 함께 활동했던 다른 가족들에게 꾸준히 봉사할 수 있는 봉사단까지 만들자고 제안해 ‘한마음가족봉사단’을 창단했다. 최 씨가 회장을 맡으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은태 씨는 “제 일이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없는 터라 아이들을 위해 여행 가거나 놀러 가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평소에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봉사단 활동으로 매달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생기니 좋았다”며 “봉사를 핑계 삼아 회사도 하루 쉬고, 아이들과 어울리며 재충전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며 웃었다.

물론 활동에는 아들 김동준(17) 학생과 딸 김정은(14) 학생도 함께한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은 매달 나가는 봉사활동이 때로는 버겁다. 특히 시험 기간이면 더 정신없어져 그때는 부부만 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최 씨는 “아이들에게 언제 봉사 가자고 이야기하면 약간 귀찮아하는 때도 있다”면서 “그렇게 툴툴거려 놓고 막상 현장에 나가면 누구보다 더 열심히 활동한다. 집에서 투정부리던 아이들은 사라지고 천사 같은 아이들이 보이는데, 그럴 때면 마냥 어린 줄 알았던 아이들이 벌써 저만큼 자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 인성 교육에 봉사가 제격
꾸준히 봉사하는 시간 갖고파


가족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을 물었더니 동준 학생이 요양병원 봉사를 꼽았다. 동준 학생은 “요양병원에 가서 어르신 손 마사지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면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떠올라 다음에 왔을 땐 더 대화도 많이 하고 싶다”며 말했다. 



정은 학생은 “요양병원도 좋지만, 장애인 시설에 가면 또래 아이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과 어울리면 저와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들 말을 듣던 최 씨는 “봉사활동이 이제 가족의 ‘소통법’이 됐다”며 온 가족이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대화도 많아지고 화목해졌다고 말했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다가 보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게 되는데, 이 마음이 가족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최 씨는 “봉사활동 전에는 아무래도 대화가 끊기는 감이 있었다”며 “각자 생활에 바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었는데, 봉사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회사, 학교, 친구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가족 간 쌓인 벽도 허물어졌다는 것.

김 씨도 “가족이 화목해진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어르신을 공경하게 된다”며 “아이들 인성 교육에도 봉사만 한 것이 없어 좋다”고 덧붙였다.

이들 가족은 앞으로도 봉사를 이어가며 나중에는 ‘재능기부’를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시설에서 요청하는 활동 위주로 했지만, 이들만이 가진 재능을 필요한 사람을 위해 써보고 싶다는 것.

김 씨 가족은 “봉사를 통해 작은 것에서도 큰 행복을 느낄 줄 알게 됐다”면서 “많은 가족이 봉사를 통해 이런 소소한 행복을 알아갔으면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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