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국(81) 효암학원 이사장이 지난 20일 양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풍운아 채현국과 함께하는 세상 이야기’에서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시민과 주고받았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양산시민행동, 무상급식지키기집중행동양산시학부모밴드, 안전하고행복한양산만들기주민모임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크콘서트는 채 이사장 인생과 양산에 대한 강연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이사, 경남외고 박다혜 학생이 패널로 참석해 질문에 채 이사장이 답변하는 토의시간과 시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무상급식, 고리원전, 경남외고 골프장 문제, 고등학교 평준화 등 다양한 지역 현안에 대해 질문했다.
학교 뒤 골프장 짓는 재단도
학생 나서게 하는 학교도 문제
박다혜 학생은 “경남외고 뒤편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학교 주인은 학생이란 생각으로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학교 뒤 골프장 건설에 대한 이사장님 생각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채 이사장은 “우선 학원재단을 가지고 있는 단체(기업)가 학교 뒤 골프장을 만든다는 게 웃긴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남외고에서) 야비하게 학생을 동원하는 것에 화가 난다”면서 “적어도 학교라면 학생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가 학생에게 ‘너희는 가만히 있어라, 우리가 싸울게’라고 말하고 일을 해결하려 해야지, 학생은 학교를 위해 나선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학교 앞잡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혜 학생의 “양산에 역사유적지가 생각보다 많은데, 양산 곳곳에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이 유적지를 보존해야 하는지, 아니면 양산이 산업지향 도시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채 이사장은 “무조건 역사유적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뿐만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자연까지도 보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개발하는 것이 당장은 ‘득’으로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상급식 사태, 정치인 잘못 뽑은 유권자 탓↑↑ 채현국 이사장 ⓒ
도지사에 대한 증오 아닌 공감 일으켜야
경상남도 무상급식 중단 사태에 대해 채 이사장은 “그런 결정을 내린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욕하는 건 현재 의미가 없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그따위 생각으로 표를 얻으려 무상급식 이야기를 꺼낸 거지, 옳다고 생각한 게 아니다. 애들 밥으로 표심을 얻으려 한 사람을 뽑은 우리 잘못”이라며 “주민소환운동을 해놓고 (무상급식 회복 등) 이따위 말을 해야 의미가 있는 거지, 안 해 놓고 욕하는 건 의미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우리 생각에 대한 공감을 일으키도록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어서는 안 될 곳에 원전 짓고
수명 연장하는 건 자살과 똑같아
채 이사장은 고리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고리원전 사용 연한을 연장하는 건, 자살하려는 짓에 지나지 않는다”며 “서울대 문리대 동창 중에 물리학과 친구가 ‘여기(고리원전 단지)는 지질학적으로 절대로 발전소를 지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필이면 정말 짓지 말아야 할 곳에 원전을 지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 사고는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리학 박사 출신인 독일 메르켈 총리가 원전을 포기했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지금까지 전국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 중지하고 있다”며 “일본도 원전을 다 중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사용 연한을 연장하려 한다. 전 세계가 비웃을 일이다. 핵발전소에 의존하지 말고 대체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고교 평준화 앞서 경쟁보다 상생 교육
행복의 기준 스스로 깨닫는 게 중요
양산지역 고등학교 평준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청중의 말에는 “어차피 사는 것이 경쟁이니까 경쟁 좀 하는 거 가지고 원망할 일은 아니다. 경쟁을 격화시키는 것이 잘못”이라며 “경쟁보다 함께 사는 방법을 알리고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지, 그런 것 없이 무조건 경쟁하게 하는 현실이 잘못”이라고 답했다.
채 이사장은 “중요한 것은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부모와 자녀가 나누는 것”이라며 “남이 하는 대로 해야 마음이 놓이고, 남처럼 하지 못하는 자신을 못난 놈이라 핑계 대고 허송세월 보내는 것도 스스로를 깨닫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신을 못난 놈이라고 여겨도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스스로 깨닫는 바가 있다면 못난 놈이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사회 조건에만 목매지 마라.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길을 걸으면 이런 평준화는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 채현국 이사장은?
채현국 이사장은 1935년 대구광역시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중앙방송(현 KBS)에 연출가(PD)로 입사했으나 박정희 전 대통령 찬양이 싫어 입사한지 1년만에 퇴사했다.
이후 아버지 채기엽 선생의 탄광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원도 흥국재단(탄광ㆍ화학ㆍ금광ㆍ목축ㆍ해운ㆍ무역 등)을 운영하다 정치권력의 유혹을 피해 회사를 정리, 근로자들에게 모두 나눠줬다. 전두환 때는 민주운동가인 장기표 선생을 숨겨주는 등 독재정권 아래서 민주인사를 남몰래 도왔다.
이처럼 24개 기업을 운영하는 거부의 길을 걷다 1980년 모든 자리를 내려놓고 지난 1988년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을 찾아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뭐든 하고 싶게 만든다는 교육철학으로 효암학원을 설립, 이사장으로 취임해 오늘까지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