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커피 맛? 멋들어진 인테리어? 그게 아니더라도 카페 ‘도란도란’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커피에 특별한 사랑이 녹아있고,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희망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여느 카페 커피를 제치고 특별함과 착한 가격으로 어르신은 물론, 지역민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
“카페모카 한 잔이요!”하는 주문에 이귀남(75) 어르신과 이필연(74) 어르신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단정한 유니폼을 말끔하게 차려입고서 능숙한 솜씨로 순식간에 카페모카를 완성한다.
이귀남 어르신은 “아이고 말도 마세요. 예전에는 커피집에 가도 다른 사람이 시켜주는 대로 받아먹었지 카페라떼나, 아메리카노가 뭔지 알기나 했겠어요?”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멋진 바리스타로
두 어르신 모두 도란도란 바리스타가 되기 전까진 평범한 가정주부로, 자식 키우며 살림하느라 평생을 집에서 보냈다. 자식도 다 자신만의 가정을 꾸려 나가고,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없을까 하는 마음에 ‘어르신 일자리사업’을 신청해 동네 환경정화 활동을 한 게 첫 일이었다고.
이필연 어르신은 “거리를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일도 보람 있었지만, 이렇게 말끔하게 옷도 차려입고 손님을 만나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복지관에서 이런 카페를 일자리사업으로 만들고 저를 고용해줘서 정말 고맙고 행복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카페 메뉴는 믹스커피를 비롯해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바닐라라떼, 카페모카 등 커피류를 비롯해 얼그레이 클래식, 루이보스 슈카플럼 등 차까지 다양하다. 거기다 가장 비싼 커피가 1천500원이라 가격까지 착하다.
두 어르신은 “노인복지관이 4월에 개관해 대부분 어르신들이 ‘도란도란’을 찾았는데, 최근에는 동네 주민도 지나가다 커피를 마시기도 해요. 아직까지도 어렵고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맛있게 드시는 손님을 보면 뿌듯한 마음에 더 즐겁게 일하죠”라고 말했다. ⓒ
커피 배우고 만드는 재미에 푹~
도란도란의 바리스타는 모두 8명.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하루 3명의 어르신 바리스타가 교대로 근무한다. 오늘 만난 어르신은 월ㆍ수ㆍ금요일 3일 동안 근무하는데, 이들에겐 근무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고 말한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일이 없는 날, 집에 있으면 당장 카페로 일하러 나가고 싶을 만큼 이곳이 좋아요. 생애 첫 직장이라 그런지 3시간가량 서서 일하는 것도 하나도 힘들지 않고요. 이제 여름이라 아이스 메뉴를 준비하고 있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마저도 재밌어요”라며 웃었다.
카페가 문을 연 지 이제 3개월, 개업보다 1개월 앞서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바리스타를 초청해 커피에 대한 이야기와 내리는 법 등을 배웠는데, 60~70대 어르신 수준에 맞춰 커피머신은 자동을 사용한다.
이귀남 어르신은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긴 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 탓에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복지관 주임님과 봉사자분들이 많이 도와주시는 덕에 지금까지는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노인도 일할 수 있다는 희망 되고파
도란도란을 관리하는 노인복지관 이용수 주임은 “도란도란 바리스타 어르신 모두가 항상 웃으며 일해주시는 덕에 복지관 분위기도 밝아지고 다른 어르신에게도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이 돼주고 있어요. “많은 어르신이 도란도란에서 희망을 얻어갔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커피 한 잔에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카페 도란도란. 두 어르신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쉬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워요? 가끔 실수해도 웃음으로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도란도란은 훈훈한 정이 오가는 사랑방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