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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금남의 영역? 부엌은 남자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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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의 영역? 부엌은 남자의 공간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6/16 10:01 수정 2015.06.16 09:57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너 셰프 서상호 씨

“부엌에서 요리 만드는 게 바로 제 천직”




과거 어머니들이 “고추 떨어진다”며 남자에게 엄격히 출입을 금했던 부엌. 이제 부엌은 더 이상 금남의 영역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TV에서도 연일 남자 셰프(조리사)의 화려한 요리 퍼포먼스와 재미있는 일화로 시선을 끌고 있다. 그야말로 요리하는 남자들이 대세인 것이다.

동면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조이파티오를 운영하는 서상호(40) 오너 셰프는 남자 요리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실제로 어느 식당이든 남자 요리사가 많은데,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부엌에 들어가는 남자에 대한 시선이 곱진 않았죠. 그런데 TV에서 잘생기고 실력 있는 셰프들이 나오기 시작하니 ‘요리’가 남자의 무기가 되더라고요. 셰프로 활동하는 저에게도 좋은 일이죠”


부모님께 물려받은 ‘요리 재능’
20살 때 실전에서 실력 쌓아


사실 서 씨는 셰프의 길을 걷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의 집이 대대로 ‘요리사’ 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한식 장사를 하시고 누나와 형 모두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고로 ‘남자가 무슨 요리사!’하는 집안 반대는 없었다.

“당연한 순리라고나 할까요. 요리를 계속 접했기 때문에 따로 꿈이라고 할 것도 없이 미래에는 요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다른 친구들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할 때도 저는 요식업계로 취업을 희망했어요”

20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현장으로 뛰어든 서 씨는 낮에는 주방에서, 밤에는 방에서 요리를 공부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배우는 이론보다 실전에서 익히는 노하우와 실전을 토대로 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딱히 어떤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저에게 주어진 기회대로 가다 보니 프랑스 요리 전문점에서 일하게 됐어요. 그러다 사람들에게 ‘이탈리안 음식’이 점차 퍼지게 됐고 ‘이탈리아 음식을 배워야겠구나’하고 깨달았죠. 지금은 파스타나 리조또가 흔한 음식이 됐잖아요. 근데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탈리안 음식은 비싸다고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는 편견이 있었죠”

비싼 음식으로 인식되던 이탈리안 음식을 대중적이고 간편한 외식 메뉴로 인식시키기 위해 우리 입맛에 맞는 맛으로 변화를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야 했다.

서 씨뿐만 아니라 이탈리안 음식을 하는 모든 셰프가 이런 노력을 기울이며 이탈리안 음식은 빠르게 우리 삶으로 스며들었고, 서 씨도 부산의 이탈리안 음식점에서 오래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냥 셰프에서 ‘오너 셰프’로
“책임감 가지고 요리할 것”


그러다 서 씨는 동면에 있는 조이파티오를 알게 됐다. 부산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이탈리안 음식점이 많지 않은 양산에서 그의 요리를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어졌다. 조이파티오 셰프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 많고 바쁜 부산과 달리 도심 외곽지역이라 한산한 양산 분위기와 여유로움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그런 이유 덕에 이곳을 ‘오너 셰프’(주방에서 요리를 하면서 직접 가게를 소유한 사람)로서의 출발지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가게를 사들여 자신이 꿈꿨던 공간으로 꾸몄다. 무한경쟁을 뚫고 성공 궤도에 안착한 원로 오너 셰프가 아닌,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지만 분명한 꿈과 철학을 갖고 요리에 매진하는 젊은 요리사의 도전인 것이다.

“제 공간이 생긴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죠. 부산에 있을 때와 똑같은 가격으로 음식을 대접하기 때문에 종종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하지만 매일 신선한 재료와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에 가격을 낮추려고 싼 재료를 수는 없어요. 대신 제게 숙제가 생긴 거죠. ‘비싸다’는 느낌 대신 ‘가치가 있는 한 끼를 먹었다’고 손님이 느낄 수 있게요”


거창한 음식보다 기억에 남는
요리로 손님 맞이하고 싶어


실제로 서 씨가 아직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꼽는 사람은 가게에서 많은 돈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비싼 요리를 먹는 사람도 아니었다. 아이와 단 둘이 매일같이 식전 스프를 먹고 가는 한 여성이었다.

“본인이 드시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아이에게 스프를 딱 먹이고 가는 거였죠. 메인 요리도 아니고 스프만 드시고 갔는데 하루는 ‘아이가 이 스프를 정말 좋아한다’고 제게 말씀해 주시는 거에요. 그때가 가슴에 남아 있어요. 거창한 음식이 아닌 소박한 한 접시 스프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일 와서 먹을 만큼의 특별한 음식이 되는 거구나 하고요”

요리하는 것이 아직도 재미있다는 서 씨는 묵묵히, 꾸준히 손님을 주방에서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하게 각오라고 할 게 있습니까.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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