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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바늘과 천만 있으면뭐든 만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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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천만 있으면뭐든 만들 수 있죠”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5/06/30 09:46 수정 2015.06.30 09:42
손바느질 공방 ‘마마즈테이블’ 운영하는 임호영 씨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작품으로 전국에서도 ‘인정’

“배우는 공간보다 일상 달래는 휴식의 장소였으면”




























사람도,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상북면 석계 윗길, 쭉 펼쳐진 도로 한 편에 시선을 확 끄는 하얀 건물. 흰 건물을 배경으로 색색의 쿠션과 초록 화분이 눈길을 끄는 이곳에 걸린 팻말은 ‘Mama’s Table’이 전부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테라스에 이끌려 힐끔힐끔 내부를 보니 알록달록한 패브릭(천) 생활 소품으로 잘 꾸며진 정경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공간을 오로지 자신만의 감각으로 구현해낸 사람은 마마즈테이블의 안주인 임호영(41) 씨. 환한 미소로 문을 연 그는 “기자님 오신다는 얘기에 절대로! 대청소는 안 했습니다”라고 농담까지 날리며 손재주만큼이나 화려한 입담으로 기자를 맞았다.

공방이기에 곳곳에 화려한 작품이 놓여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딱 필요한 곳에 필요한 작품만 놓여 있었다. 소파 위 쿠션, 식탁 위 티 매트, 유리창에 걸린 커튼과 주방 옆 앞치마까지. 작품으로 빼곡한 여느 공방과는 느낌이 달랐다.

“공방에 가면 작품이 많잖아요? 그런데 어떤 공방은 작품으로만 가득해서 오히려 뭘 구경해야 하고 어떤 걸 봐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 공방을 갖게 되면 그렇게 꾸미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최소한의 작품을, 작품이 있어야 할 공간에 전시했죠”

공방 인테리어까지도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임 씨가 이곳의 문을 연 지는 이제 1년 3개월. 손바느질 경력으로만 따지면 10년이 훌쩍 넘지만, 그동안은 가정주부의 취미에 그쳤다.



태교로 시작한 바느질이 직업으로


그가 처음 바늘을 잡은 건 19년 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 손으로 하는 활동이 태교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늘로 작은 소품을 만들었다. 그리곤 손바느질이 주는 여유와 ‘세상에 단 하나’를 만든다는 만족감으로 바느질을 이어왔다.

“둘째, 셋째를 가지고 낳고 키우면서도 틈틈이 손바느질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블로그를 접하게 되고 제가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죠. 블로그 운영 좀 잘해보겠다고 사진까지 열심히 배웠어요”

2007년부터 하나씩 기록한 임 씨의 글은 어느덧 700개가 다 돼 간다. 손바느질 작품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며 일상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로 그의 블로그(ysdo oco.blog.me)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실제로 임 씨는 전국에서 실력자로 손꼽힐 정도. 그런 탓일까, 마마즈테이블을 찾는 사람도 타지역 사람이 많다.

“공방도 운영할 생각이 없었어요. 주변에서 저한테 제발 공방 좀 열라고, 수업 좀 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럼 어디 해볼까?’ 혹해서 한 거죠. 지금은 그 말 듣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임 씨가 만든 작품 가운데 그를 더 주목받게 한 것은 앞치마. 그는 여자의 모든 꿈을 앞치마에 담을 수 있다고 하며 앞치마를 만들 때 가장 즐겁다고 했다.

“어디 입고 나갈 수 있는 외출복은 아니지만, 집에서 가장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앞치마 분위기에 따라 공주도 되고 일꾼도 되고 동화 속 주인공도 되고 뭐든 다 될 수 있거든요.  ‘앞치마가 이런 분위기를 낼 수도 있어?’하는 느낌을 주고 싶달까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 됐으면


임 씨는 손바느질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바느질을 배우며 자신의 집 인테리어도 이렇게 바꿨다고 자랑하는 수강생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며 웃었다. 다만 그는 이들이 하는 손바느질을 정확하게 지칭할 수 있는 이름이 없다는 게 흠이라고 했다.

“홈패션은 재봉틀로 해서 제가 하는 일과는 성격이 조금 달라요. 일정한 패턴이 있는 퀼트와도 차이가 있어요. 제가 하는 건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창작이거든요. 그래서 이 분야를 표현할 명칭에 대해 고민을 해봐도 딱 ‘이거다’ 하는 게 없더라고요. 이건 앞으로 더 고민하며 풀어야 할 숙제 같아요”
손바느질로 돈 벌기보다 이곳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휴식의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임 씨는 아직 양산시민에게 공방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휴식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됐으면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공방 오시는 분 중에 ‘여기 오면 힐링된다’고 하는 분이 많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 더 번화한 곳에 공방을 차릴까 싶기도 한데, 아마 한적한 동네에 있는 게 저희 공방의 매력이 아닐까요? 구경하러 오고 싶으면 누구든 언제든 오셔서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으면 좋겠어요. 수업 있는 날을 빼면 목요일, 금요일이 좋을 거 같아요. 그때면 누구와도 여유롭게 손바느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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